[정치와 법 개념]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부모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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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치와 법 질문 답변을 하다 보면 너무 빈번하게 올라오는 질문이길래 다들 개념을 확실하게 아시면 좋을 것 같아 게시글로 올립니다. 일부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이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I. 불법행위의 체계
(1) 일반불법행위와 특수불법행위
민법은 제750조 내지 제766조에서 불법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법행위는 크게 일반불법행위와 특수불법행위로 구별되는데, 이 중 전자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요건하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특수한 경우에 관하여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도 불법행위 책임을 지우는 것입니다.
(2) 일반불법행위의 성립요건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는 ①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②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③ 그 행위가 위법하고 ④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으며 ⑤ 행위자에게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 성립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행위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II.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책임
(1) 불법행위 성립 요건으로서의 책임능력
우리 민법은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사유 중 하나로 불법행위를 규정하면서, 오로지 자기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 경우, 즉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민법 제753조 및 제754조). 그리하여 책임능력은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 중 하나로 되고, 책임능력이 결여된 사람의 행위는 불법행위로 성립할 수 없습니다.
(2) 책임능력의 판단 기준
그렇다면 책임능력의 판단 기준이 문제되는데, 14세를 기준으로 형사책임의 유무를 구분짓는 형법에서와 달리, 민법에서는 책임능력의 판단에 관한 획일적인 기준은 없고, 법문의 규정에 따라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지 여부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어리더라도 책임능력이 인정될 수 있고, 나이가 많더라도 책임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감독의무자의 책임
한편 가해자에게 책임능력이 없다고 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아무런 구제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고 가혹합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민법은 피해자의 구제를 위하여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감독의무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민법 제755조 본문). 다만 그 감독의무자가 감독상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민법 제755조 단서), 이는 과실책임의 원칙에 입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데 감독의무자에게 감독상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면 손해배상책임은 아무에게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III.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부모의 책임
(1)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가 고의 또는 과실의 가해행위를 한 경우 민법 제753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다시 불법행위의 기본적인 법리로 돌아가 일반불법행위의 다른 요건이 모두 갖추어지면 그 미성년자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대개 미성년자는 부모의 양육하에 있고 배상책임을 이행할 만한 독자적인 재산을 가지거나 소득을 거두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우 피해자가 구제받기는 대단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2) 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방안
그러므로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인데, 학설로는 ① 제755조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경우에도 부모의 책임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② 부모의 책임은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 규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 중 ①의 견해는 법률 규정의 문언에 반하는 것으로서 인정되기가 어려운바, 대부분의 학자는 ②의 견해를 취하고 대법원의 판례 역시 같은 입장에 있습니다.
따라서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있어서는 부모가 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부모에게 일반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를 검토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모가 그 미성년자를 감독하고 지도하여야 할 의무를 ① 고의 과실로 해태하여 ②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고 ③ 그러한 의무의 해태가 위법하며 ④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고 ⑤ 행위자(부모)에게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사실상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겠지요)에만 부모는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 요건이 만족되지 못하면 부모는 당연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3) 수험생 사이에 만연한 오해
그런데 이 부분을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부모는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던데, 이는 완전히 틀린 것입니다.
법률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행위에 관하여 그것이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일정한 효과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불법행위는 앞서 설명드린 다섯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그 효과로 성립하고 책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일반불법행위의 요건 중에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 자녀가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는 요건 같은 것이 존재하는가요? 그런 요건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서술은 틀린 서술이 됩니다.
부모는 단지 일반불법행위의 요건에 따라 그것이 충족되면 그 효과로서 일반불법행위책임을 질 뿐이고, 이는 요건이 충족되면 효과가 발생한다는 그저 당연한 이치일 뿐입니다. 대다수 학자와 대법원의 견해는 결국 현행 민법에 존재하는 여러 수단 중 부모에게 책임을 지울 만한 가능한 수단으로서 일반불법행위의 법리가 존재한다 것을 확인해주고 제시해준 것인 셈이고요.
판례의 경우도 따라서 그러한 경우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부모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대판 88다카2745)가 있고 부정한 사례(대판 87다카2118)가 있습니다. 그 판단 기준이 위에서 말한 요건들임은 누누히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이 수험생 여러분께 도움이 되길바라며 질문이 있는 경우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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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간있을때 한번 보고싶어서요 교과서를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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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 글 많이 올려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이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