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 [606835] · MS 2015 · 쪽지

2016-02-15 12: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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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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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이제 실눈을 뜨는구나.   
한잠 푹 잔 것 같은데? 

내가 이 기다란 의자에 왜 누워 있냐고? 
그래 모를 수 있지. 나도 정신이 없었으니깐.  

올비야, 

의미궁에 들어갔던 건 기억하지? 
모드뵈여가 안 보인다고? 

그래, 생각이 났구나. 
모드뵈여가 엄청 수다를 떨었었지.  

바로 그때, 어디선가 바람처럼 쓱 파수꾼이 나타났었고. 
'시커먼 얼굴에 하얀 눈빛'... 

올비야, 

나도 덜 긴장했나 봐. 
갑작스런 답에 당황한 걸 보면...

'무소유는 내가 읽었던 책이다'에 쓰인 절은 관형절인가, 명사절인가?
당연한 듯이 명사절을 외쳤던 올비!

올비야, 

파수꾼이 지팡일 높이 들 때 어찌나 무섭던지... 
야누스의 얼굴을 본 것 같았어. 

참, 올비야, 

내가 이전에 모드뵈여가 멍청하단 말을 한 것 같은데, 
완전 취소야. 

이 미니아라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번개처럼 모드뵈여가 파수꾼의 지팡일 막았어. 

그 사이 우린, 이곳으로 들어온 거고... 
그래 맞아. 모드뵈여가 무사해야 할 텐데...  

올비야, 

원래라면 우린 의미 나라에서 추방돼야 하는데...
'오리무중 숲'이 바로 옆에 있어 천만다행이었던 셈이지. 

아, 또 오리무중 숲은 뭐냐고? 
의미 나라 서쪽엔 언어성이 있어. 

언어성으로 가는 길목에 신비한 숲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오리무중 숲이야. 

문법 세계에선 이곳을...
'방랑자의 숲' 내지 '도망자의 숲'이라고 부르지. 

한번 들어오면 자신의 의지가 아니면,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누구도 억지로 끌고 나갈 수가 없는 곳... 

올비야, 

아, 그거! 그래 맞아. 기차야. 
이 숲에 들어오자마자 우린 기차를 탔지. 

와, 이젠 다 생각나는구나. 
여긴 많은 기차가 다녀. 사방이 안개로 덮여 있잖아. 

정말 가까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서로의 얼굴을 볼 수도 없지. 
아, 아까 기차에서 만난 그녀!

'선어말 어미 -시-'말이지. 
그래 내가 봐도 얼굴이 해쓱해 보였어. 

선어말 어미 -시-의 사연은 꽤 유명해. 
'주격조사 -께서'에게 버림을 받았거든. 

둘은 5제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위해, 
단어 나라를 용케 탈출했거든. 

문장 나라의 높임 장군이 그들을 가엾게 여겨 거두어 주었지. 
문제는 시간이 점점 흐르니, 주격조사 -께서가 여러 형제들이 그리웠던 거야...

올비야, 

이곳엔 문법 세계의 여러 백성들이 정처없이 떠돌고 있어.  
그들 중엔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을 테고. 

올비야, 

그만 자리에서 일어날래? 
저기 우리를 싣고 갈 기차가 오고 있어. 

설마 기차 역 의자에 계속 누워 있진 않을 거지? 
서둘러 나가자. 여긴 기운이 왠지 음습해...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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