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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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이제 정신이 드니?
많이 놀랬을 거야. 아프진 않니?
기억을 한번 떠올려 볼래?
그래, 맞아. 이제 슬슬 돌아오네.
바로 그 부근이었어.
내가 올비의 비명을 들었던 순간이...
올비야,
우린... 짜임성까지 아무 탈 없이 들어갔었지.
그곳 양신의 환대에 매우 기뻐했고.
양신은 문장왕의 총애를 받는 두 신하.
그렇지. 홑문장과 겹문장이었구.
올비야,
짜임판 한번 그려볼까.
뭐라고? 아 맞네.
미안. 아직 다 보질 못했구나.
올비야,
짜임판은 3층 24칸의 사각형인데,
우린 제일 상층의 1칸에서 8칸까지만 봤으니...
올비야,
맞아. 제대로 기억이 났구나!
겹문장의 관할 구역인 2칸에서 8칸을 둘러볼 때였지.
올빈 땅 아래로 갑자기 쑤욱 빠져 버렸고,
난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고...
올비야,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고?
여긴 그래도 조금 전보단 밝아졌지?
여긴 쉼터야. '문법의 영'들이 떠도는 곳.
우린 지금 '지그재그 실'을 타고 여기에 들어온 거야.
지그재그 실은 또 뭐냐고?
올비야,
인간계의 용어를 빌려보면 일종의 블랙홀?
뭐든지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비슷해.
지그재그 실은 문법 세계 곳곳에 있어.
돌아다니는 함정이야.
여기에 한번 빠지면 계속 굴러떨어져야 하거든.
어떻게 나갈 수 있냐고?
올비야,
기절하면 안 돼. 들어오면 못 나가.
미안. 지금 말해서...
여러 지그재그 실이 엉켜서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쉼터야.
이곳은 문법의 영들이 머무르는 곳이기도 해.
올비야,
설마, 벌써 만난거야?
왜 올빌 아는 척 하지 않았냐고?
올비야,
그건, 미니아라가 아니야.
아니지. 지금의 미니아라가 아니란다.
올비가 만난 건 과거의 미니아라야.
지금 죽고 없는 내 과거의 영이야.
난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없단다.
어때 지금의 나와 똑같았니?
과거의 나는 올빌 몰라.
그냥 과거의 기억만 갖고 있단다.
다시 말해, 나도 언젠가 소멸하게 되면,
이곳에 오게 될 거구, 난 올빌 기억하고 있는 영인 셈인 거지.
하지만 절대로 말을 걸 순 없어.
그냥 올빌 보고 알아볼 뿐... 괜히 울적한걸.
뭐라고? 그럴리가 없는데,
올비야? 문법의 영이 말을 걸었다고?
이곳을 나가면 접두사 풋-과 군-에게 꼭 전해달라고...
여기선 덜 익은, 쓸데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뭐야? 여기마저 이상해진 걸까?
올비야,
이제 그만 나가자.
아, 나갈 수 없다고 한 건... 음, 아까 한 말도 거짓은 아닌데...
다행히도, 우린 여길 나갈 수 있어.
왜냐구? 황금열쇠가 빛으로 길을 인도해 주거든.
황금열쇠는 문법 세계로 나가는 지그재그 실을 콕 찍어줄 거야.
올비야, 준비됐지?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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