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냥냥 [1134999]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06-25 21:05:07
조회수 17,700

오늘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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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혹시 “일어나니 점심때” 님을 아십니까.

21년도부터 오르비에서 활동하고 22년도 서울대 경영학부를 정시로 입학한 후 국어, 독서, 학교생활 칼럼을 두루 쓰며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준 유저입니다. 자칭 ‘최연소 민트테‘를 달성하기도 하고 워낙 활발한 활동을 해왔는지라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터이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중학교 때부터 안면을 트고 입시까지 함께 버텨온 절친 중의 절친이기도 합니다. 내면의 진지한 얘기와 미래의 기대를 진솔하게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정말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말을 하기 전에 항상 생각하고, 주장을 하되 존중을 놓치지 않았으며, 이 모든 것을 뒷받침 할 끊임없는 공부가 있었습니다. 대화를 조금만 나눠보면 얼마나 생각이 깊고 성숙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유의 유머 코드도 잘 맞아서 대충 술 몇 잔 떠놓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대던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이 친구는 자존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자기 자신을 아끼는 만큼 타인에게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던 친구였습니다. 상대방을 대할 때 담겨 있는 세세한 배려와 고민의 흔적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항상 감동 받고 배우고 싶게 만드는 면모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 정도 머리와 스펙이 있었다면 금방 거만해졌을 텐데 그 친구는 언제나 이런 마인드를 경계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은 자기주장만이 옳고 세상을 넓게 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주 말하던게 생각납니다. 분명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항상 겸손하려 한 것 아닐까요.


이렇게 말하니 너무 완벽한 사람 같나요?

당연히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만큼 그 흠이나 모자란 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면서도 막상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를 한다거나, 일단 질러 놓고보지만 은근 소심한 면이 있다거나, 꽤나 몸치였던 것도 그동안 봐오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오늘만은. 적어도 오늘만은 그냥 전부 덮어놓고 칭찬만 하고 싶습니다. 그냥 그런 날이에요.


약 3개월 전 친구가 밤길을 걷다가 어두운 곳에 발을 헛디뎌 구덩이에 빠졌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나중에 발견하고 신고를 했지만 발견했을 땐 이미 1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난 후였고 이미 심정지 상태였죠. 응급실로 이동하던 도중 다행이도 심장 박동이 돌아왔지만 뇌에 오랜 시간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잠정적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코마 상태에 빠졌고 상태가 좋았다 나빠지기를 반복하기를 세 달, 오늘 저녁 7시 35분에 친구가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고 어머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눈을 감으면 내일 다시 뜰 수 있다고 확신하십니까.


오늘 가족에게 건내지 않은 ‘사랑해’ 한 마디를 내일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착잡한 저녁입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결국 원했던 좋은 학교에도 들어가서 앞날이 창창했을 젊은 청년이자 절친한 친구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아픕니다.


“일어나니 점심때” 님의 모든 칼럼은 오늘부로 연재가 끝났습니다. 이제 더이상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하여 작별 인사 드립니다. 좋은 저녁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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