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 자작시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67658419
질량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겠냐고
도종환 시인이 말했었지
갈대처럼 흔들리는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가
무거운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질량이 커지면
운동량 보존 법칙으로
속도가 거의 유지되듯이
우리의 마음이 튼튼하다면
나를 흔드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무겁다면
잔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발걸음이 무거운 사람이 되자
저 멀리 산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자
'가벼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진중하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저도 가벼운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저는 타고난 성격이 쉽게 흥분하고,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위로 갔다 아래로 확 고꾸라졌다는 쉽게 합니다. 저를 15년 정도 가르치신 수학 선생님께서도 저와 같은 성격인데, 제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성격이 나쁜 것이냐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남들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 라고요.
저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삼반수를 하던 대학교 1학년까지 시험기간마다 항상 엄마랑 싸우는게 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항상 엄마를 원망했었습니다. 왜 항상 예민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방해를 해서, 제 컨디션과 집중력을 흔들어대는지 납득이 가질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본가였던 부산을 떠나 동국대에 와서 시험기간을 맞이해보니, 이제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나 였다는 것을요.
시험기간이 되면 누구나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뭔가 화풀이 대상이 생기면 쌓인 스트레스를 폭발적으로 풀어내는, 한마디로 누가 나 한번 건드려 봐 상태가 됩니다. 엄마가 있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상경을 해서 홀로 시험기간을 맞이해보니, 제 마음의 풍선이 점점 부풀어오르고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바늘과도 같았던 것이죠. 평소라면 엄마의 잔소리나 바늘에 찔려도 별로 반응을 하지 않았겠지만, 시험기간에는 달랐습니다. 쭈글쭈글 부풀지 않았던 풍선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그걸 엄마가 바늘로 톡 치는 순간 그 구멍을 통해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뿜어져나오는 것이었죠.
왜 항상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마다 엄마는 내 인생을 방해하나, 라고 생각하던 저에게 큰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비로소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중요한 시기마다 흔들리고 멘탈을 다잡지 못한 것은 엄마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였구나.
전 시간이 날때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듣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레파토리는 똑같습니다. "남을 바꿀 수 없고, 바뀔 수 있는 건 나다.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요.
예전에 독수리에 관한 짧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독수리가 날고 있는데, 까마귀가 위에 올라 타면 어떻게 할까요? 제가 독수리였다면 불평을 해댔을 것입니다. 아니 왜 또 x발 까마귀가 내 위에 올라타서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해 라고요.
하지만 독수리는 그냥 납니다. 더 높이 날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새들마다 호흡을 할 수 있는 고도가 다른가 봅니다. 독수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높이 더 높이 날지만 까마귀는 이내 호흡을 못하기에 나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방해와 음모, 계략, 훼방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누구나 사람은 흔들립니다. 그런데 제가 본 프로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멘탈을 부여잡고 자기 갈 길을 묵묵히 잘 걸어갑니다. 저는 많이 흔들렸던 사람, 가벼운 사람입니다.
<맹꽁이 서당>이라고 재미있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화책이 있습니다. 거기서 나온 일화가 기억납니다.
옛날 양반들은 경박하게 뛰는 것을 버릇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을 품위있고 무겁게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이야기의 주인공은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뛰어다니고 경박하게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주인공은 꾸짖음을 듣고 나서, 허리춤에 방울을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방울이 울리지 않게 조심조심 무겁고 품위있게 걷는 연습을 했다는 것이죠. 나중에 사람들이 보고서는 "내 평생 저렇게 묵직한 발걸음을 본 적이 없다"라고 평가했었답니다.
전 부끄럽게도 대학교 1학년 당시 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끌려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국대에서 수강하는 '지상의 모든 심리'에서 자아성찰의 중요성, 튼튼한 자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포러 효과, 바넘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권위있는 심리학자가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문제는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의 심리 진단 결과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학생은 당연히 성격이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은 같은 내용의 심리 진단 결과서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착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매모호하고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말들을 늘어놓으면, 자아 성찰 지능이 약한 사람들은 그 말이 전부 사실인 줄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의식이 높은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기가 잘 통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면, 튼튼한 자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고(다중 지능 이론에서는 이를 '자아성찰 지능이 높다'라고 표현합니다)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살면서 아무런 장애물도 방해물도 없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가벼운 누군가는 목표까지 가는 도중 자신을 흔든 남을 원망할테지만, 무거운 누군가는 흔들리지 않고 목표까지 잘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떠한 목표가 되었든 중요한 것을 위해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길 바랍니다.
고등학교때 지었던 시 몇 편 - https://orbi.kr/00019540864
상대성 이론 자작시 - https://orbi.kr/00067581281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떠한 굉장히 작은 구간에서의 최대, 최소 를 극대 극소라고 부른다고 알고...
-
대충 뭔 병인지 알겠는데, 정확히 감별진단을 해봤자 별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종류의...
-
자만하기않기 1
절대로.
-
원래라면 문과 졸업생들이 했어야할 일들을 자동화시스템 & 인공지능으로 무차별...
-
객관식 전부 모두고르시오인데 선지 6개를 다 골라야 맞는 문제가 있어요 ~?
-
차단하면 4
ㄹㅇ 막힌 회원이라 뜨네 ㅋㅋㅋㅋ 궁금해지게 괜시리 걍 보여주질말지
-
워낙 뻔한 주제라 다들 무난하게 푸실 수 있을겁니다.
-
이거 하고 기출2회독 까지 6개월잡고 ㄱㄴ?
-
도형에 그리 자신없어요 드가기전에 노베 정도 들어주면 되나요
-
전과목 비상이여서 지금까지 국영수만 팜.... 아마 6모 끝나고부터 제대로 사문정법...
-
일단 본인은 200이 안됨
-
내신 학과... 0
현 3학년,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입니다.(지방 일반고입니다)지금까지 내신은...
-
하지만 과외 준비해야 돼...
-
전남권인데 궁금쓰
-
헉
-
레포트 남았는데 밤새기vs1시까지만 하고 자기 과제하기싫어요...
-
미적 언매만 공부하니까 너무 질림
-
. 0
-
남은 1달동안 최대로 해놓고 6모치고싶은데 흠
-
최저 목표 0
작수 43233이고 올해 3모 21121(수학은 80으로 턱걸이 1이라 그냥 2로...
-
내신에서 생윤이 54점이 떠버렸는데 기말에서 복구되나요 4
1교시가 화학 2교시가 생윤이였는데 화학 8번에서 갑자기 계산이 막히면서 문제가...
-
해보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고.. 로스쿨 들어가서 변시 합격하면 어디가서 굶어죽을...
-
피램 생각의 발단 독서 (2023) 이라는 책이 좋다고 해서 그걸로 공부해보려...
-
전공책 pdf로 필기하니까 색 결정장애옴
-
가가 아는사람 3
알면 틀이긴 해
-
교과로 갈거면서 힘든 4과탐의 길을 걷다가 다른과목 망하면 최악 아닌가
-
이제 공부할게여 0
학원 이제 마치고 밥 다먹어서
-
작수는 44445 3,4덮 똑같이 저렇게 나왔어요 재종 다니고 있는데 탐구 듣는...
-
ㄱ 보기가 왜 틀린거임? 아무리 봐도 맞는데
-
공부 ㅇㅈ 7
미용실 이슈로 계획보다 좀 덜함
-
*** 사진도 넣고 하다 보니. 짧은 글 하나에도 30분 넘게 소모됨. 이걸...
-
잘봐도 3등급 못보면 5등급인데 한국에서 안 살다가 고1때 와서 국어를 잘...
-
드라마 보면 볼수록 느낌여
-
로고 잘 보고있으면 하앙 으로 읽힘
-
떡볶이도 좋아하고 탕후루도 좋아하고 마라탕도 좋아해요
-
완벽한건 아닌데 어차피 이미 다 했던거라 시험 전 날에만 하면 될거같음 내신은 뭔가...
-
너무 어려움. 양론 팁 같은거 좀 주세요ㅠㅠ. 몰은 준킬러에서 시간 좀 걸리고 쉬운 건 빨리 풀림
-
과식 투쟁 4일차
-
(통념과 다른) 잘생긴 남자들만 공감할 수 있는 글 2
보통 사람들은 잘생기면 길을가든 스카를가든 여자들이 시선을 엄청줄거라 생각하는데...
-
미분가능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런 함수에서요!
-
질문해주세요 18
갑자기 든...
-
님들이면 어디감?
-
누군갈 진심으로 좋아한다는건
-
쫘앙ㄱ
-
3000부 판매신화 기록 지구과학 핵심모음집을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
기하러는 서럽다 0
스튜디오 샤 선택과목 주제에도 확통 미적만 나오고 이감수학 모의고사도 확통 미적만...
-
재수기록 3일차 0
8시간 방어 실패 논술은 한시간만 봐도 힘듦
-
이거 처벌 가능한가요? 법 잘 아시는 분 도와주세요 ㅜㅜ 11
저희 스카에 판매 음료 보관하는 냉장고가 있어요 옆에 금고에 돈 넣고 음료 가져가는...
-
반수 결심을 좀 늦게 해서 이제야 6모 접수 끝난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성찰하는 사람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