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gical 김동훈 변호사 [1011128] · MS 2020 · 쪽지

2023-12-11 16:41:45
조회수 16,020

수능 만점자 유리아 학생 인터뷰 분석 (1등은 뭔가 다르다!)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65775020

안녕하세요? LEET 언어이해와 수능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동훈 변호사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서 수능 만점자 유리아 학생이 언론에서 한 인터뷰(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207_0002550572)를 봤습니다.


제가 서울대 로스쿨에 와서 느낀 것이 있는데요.


1등, 압도적 1등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의 학생 구성 중 80%는 그 역량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실제로 수능 점수를 봐도 1-2 문제 차이로 갈리는 경우도 많구요.


각종 전형의 복잡성, 입결의 임의성, 수능의 변동성 등 변인이 너무 많아서 대입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꽤 맞습니다.


그러나 파레토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은데, 80%의 학생 Pool이 서로 비슷하다 하지라도, 서울대의 상위 20%는 확실히 다른 것 같더라구요.


서울대 로스쿨은 당연히 서울대에서도 최상위권의 수재들이 오는 곳입니다.


저는 그 분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 어떻게 저렇고 똑똑하고 성실하고 잘하는데 더 잘하려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할까, 그래서 이 서울대 로스쿨이라는 집단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상위권,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정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제가 한번도 보지 못한 Excellency를 추구하고 달성하던 그 분들의 모습은 지금 돌이켜보니 거의 아름다움의 수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 유리아 학생이 수능 유일 만점자인 만큼 인터뷰 내용을 유심히 봤는데 역시 뭔가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정말 똑똑하신 분 같습니다.


제가 나름의 분석을 해보고, 수능과  LEET를 준비하는 수험생들께도 도움이 될만한 점을 추려봤습니다.


유양은 시험이 오전 8시40분부터 시작하는 만큼 기상 시간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쉴 때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정적인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는 "우선 루틴으로만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무조건 동일하게 유지해서 아침 공부를 익숙하게 하는 습관을 지키려고 했다"며... (중략)


유양은 재수를 응원한 부모님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제가 생각해도 주말에 많이 쉬었는데 아무 말 안하고 이해해주시고 존중해주려고 하신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며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뉴시스와의 인터뷰 중


유리아 학생은 재수생이었습니다. 학교의 여러 행사나 다른 일상의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수험의 측면에서는 오직 공부'만' 해야 하는 환경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고 여겨서 불규칙적인 생활을 가지기 쉽거든요.


정말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로스쿨에서도, 공부가 너무 안 된다는 고민을 다들 많이들 합니다.


그러면 가장 먼저 나오는 조언은, '절대 자취방에 있지 말고 무조건 열람실이든 도서관이든 스터디카페든 나와서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루틴을 짜서, 그것도 아주 단순화된 루틴을 짜서, 지키기 쉽고 지키지 못한 경우 원인 분석도 쉬운 루틴에 따라 생활해야 합니다.


저도 리트를 준비할 때에는 일과가 학교 갔다오기(수업만 듣고 바로 옵니다. 3~4시간 정도 소요), 집 앞에 있는 아파트 열람실 가기, 운동하기 이 셋 뿐이었습니다.


변시를 준비할 때에는 당연히 하루종일 스터디카페에만 가있었고, 1주일에 하루를 정해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루틴이었습니다.


유리아 양의 인터뷰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기상 시간은 꼭 오전 8:40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러나 기상 시간은 일정해야 합니다. (나는 올빼미형 인간이야, 새벽에 집중이 더 잘 돼. 안 됩니다! 무조건 오전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쉴 때는 꼭 가족과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그러나 쉴 때 하는 활동도 일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쉬는 날도 정해진 날에 쉬어야 하고, 그 날은 꼭 쉬어야 합니다.


쉬는 날을 정하지 않고 주 7일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결국 아무 때나 쉬게 됩니다.


유리아 학생도 주말 중 하루를 정하여 쉬고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쉬는 날과 쉬는 방법을 정해두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주말에 많이 쉰 것 같다니.. 재밌네요 ??


유양은 "수능 당일에는 문제를 풀면서 이 문항이 '킬러문항이다, 아니다' 판단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며 "그저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뉴시스와의 인터뷰 중


또 다른 부분에서는, '시간이 없었다', '주어진 시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합니다.


문제가 어려운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할 여유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시간에 맞게 닥치는 대로 홀린 듯이 읽고 홀린 듯이 푼 것입니다.


현재 수능 국어 및 LEET 언어이해의 특징은 초고난도, 초급박성입니다. (LEET 언어이해의 경우, 40~50%의 응시자가 SKY 출신임에도, 평균은 30개 만점 중 15개 가량에 불과합니다.)


지문의 난이도가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높아졌습니다.


또한 지문의 난이도를 무한대로 높일 수는 없으므로, 선지 채택의 난이도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일견 답이 될 수 있는 선지가 한 개로 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인 경우가 매우 많아서,  '더 답인 선지'와 '덜 답인 선지'를 구별하는 매우 어렵고 불확실한 풀이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유리아 학생도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공부는 '잘 읽기', '꼼꼼히 읽기', '잘 풀기', '생각해서 풀기' 등 이전과 같이 정확도에만 편중된 공부로는 부족합니다. 100% 이해할 수 없는 지문들이 나오고 100% 입증할 수 없는 선지들이 나옵니다.


빠르고 실전적으로, 심지어 정확도를 통제된 범위 내에서 훼손시켜 속도에도 부합하 공부가 정반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한 인지 없이 무분별하게 그저 하기만 하는 공부를 하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유양은 "국어가 1교시에 보는 과목이라 이후 시험을 치르는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가장 많이 준다고 생각했다. 변수가 많은 과목이라고도 생각했고 시험을 치를 때 컨디션도 그렇고 잘 맞고 안 맞고 결도 다르기 때문"이라며 "그런 변수에 따른 영향을 최대한 줄이려면 공부량을 상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 국어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고 밝혔다.


뉴시스와의 인터뷰 중


또, 유리아 양은 '국어가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준다', '변수가 많다', '시험에서의 컨디션은 (평소와) 다르다', '변수에 따른 영향을 줄이려면 공부량을 늘려야 한다', '국어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고 합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역시 1등은 다릅니다.


공부와 시험의 차이를 잘 꿰뚫어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면 시험을 잘 보느냐?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잘 못 보고 나서 '그 날 컨디션이 안 좋았다', '생각지 못하게 어려운 지문이 나와서 거기에서 말렸다', '너무 떨었다' 등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시험 당일에 컨디션이 평소보다 좋지 않고(긴장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컨디션이 더 좋으면 말이 안 되죠!), 생각하지 못한 어려운 지문이 나오고, 70분이라는 시간에 인생이 걸린 상황에서 사고가 위축되고 판단력이 제한되는 현상은 필연적입니다.


즉 반드시 실현될 위기입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왜 그 위기가 올 것을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았느냐'가 됩니다.


위기가 와서 망했다가 아니라, 위기가 올 것을 알면서 전략이 없어서 망했다는 겁니다.


유리아 학생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것입니다. 분명히 수능 날은 더 어려울 것이고 더 힘들 것이므로, 이를 대비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 대비는 압도적인 연습량의 투입이구요. 


김연아 선수도, 그 어려운 묘기를, 0.1초만 틀어져도 빙판에 넘어지게 되는 기술을 어떻게 실수 없이 구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항상 똑같이 대답합니다.


3만 번이 넘는 점프로 연습했다구요.


시험 당일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몇 개월에서 몇 년 가량 되는 수험 기간 동안, 반드시 큰 슬럼프가 옵니다.


무조건 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답은 "아, 진짜 저 잘하고 있었는데 7월에 슬럼프가 와서 망했어요."가 아니라 


"슬럼프가 올 것은 알고 있었으면서 대비를 못 했던 것이 아쉬워요", 더 나아가서


"슬럼프가 올 것을 알고 있었기 떄문에 슬럼프가 왔을 때에는 이미 슬럼프가 아니었어요."가 되어야 합니다.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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