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3% 찍은 미친 복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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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새벽부터 손 시리게 독서실로 갔다. 복습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들을 강의도 많은데, 복습할 건 더 많았다. 진도를 따라가느라 숨이 턱턱 막혔다. 결국 수능은 망했다. 복습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다.
몇 년 뒤, 의대 본과 첫 학기에 전체 3%의 성적을 받았다. 공부만 하는 이미지도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엄청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었다. 복습법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복습을 어떻게 하는지는 이만큼 중요하다. 근데 아직도 학생들이 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익힌 복습법을 정리해봤다. 당신은 수능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두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식을 쌓는 과정이다.(인풋) 둘째는 응용력을 높이는 과정이다.(아웃풋) 모든 과목이 이렇다.
수학을 처음 배울 때, 개념강의를 듣거나 기본서를 푼다. 이건 인풋이다. 보통 고2까지 인풋을 끝낸다. 고3이 되면 개념강의는 듣지 않는다. 기출을 분석하거나, N제를 풀거나, 실모를 푼다. 이게 아웃풋이다.
반면 국어는 인풋이 거의 필요 없다. 우리말은 누구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법/문학의 개념 정도만 배우면 된다. 그래서 국어는 거의 아웃풋이다.
거의 인풋만 필요한 과목도 있다. 한국사가 그렇다. 수능 한국사를 잘 치는데 많은 응용이 필요하진 않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인풋과 아웃풋에서 복습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1. 개념에 대한 복습 (인풋 과정)
"복습 주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진짜 많이 받는다. 이런 학생은 대부분 강박적인 사고가 있다. 배운 것을 잊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1단원을 완벽히 안 끝내면 2단원으로 못 넘어간다.
이게 극단적으로 드러난 공부법이 매일 누적복습이다. 매일 1페이지부터 다시 보는 것이다. 옛날 사람의 방식이다. 양이 많은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다. 의대 공부를 조금만 해보면 누적복습은 아예 불가능하단 걸 깨닫는다.
이런 강박은 버려도 된다. 암기의 원리 때문이다. 암기는 망각 후에 재입력할 때 강화된다. 공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습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내용이 대부분 기억나기 때문에 대충 보게 된다. 내용을 까먹었을 때 고민하면서 찾아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또 누적복습을 하면 진도를 못 나간다. 처음 개념을 배울 때는 진도를 한 번 다 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과목의 큰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몰랐던 게 뒤에서 자동으로 이해 된다. 중요한 건 반복해서 나오고 저절로 외워진다. 큰 그림을 모르면 뭐가 중요한지도 모른다. 근데 앞 내용을 복습하겠다고 진도를 못 빼면 바보다.
나는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을 운운하는 공부법을 극혐한다. "오늘 본 페이지를 21일 후에 또 봐야지"라고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 망각곡선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개념은 그냥 적당히 잊혀졌다 싶을 때 한 번 더 펼쳐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수능에선 이것도 안 해도 된다. 어차피 시험에 나오는 개념은 문제 풀면서 최소 수십 번은 만난다. 문제를 풀면 자동으로 기억이 된다. 문제가 안 풀리면 다시 개념서로 가서 복습하면 된다.
사소한 데 집착하면 시간만 버릴 뿐이다. 아직 수능이 뭔지 모르는 거다.
2. 능력에 대한 복습 (아웃풋 과정)
아웃풋도 반복해야 한다. 같은 문제를 계속 보라는 말은 아니다. 문제 껍데기는 달라도 된다. 문제풀이의 사고과정을 반복하라는 말이다. 수능에는 패턴화된 사고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웃풋 능력은 능력 위에 쌓인다. 근육이 많으면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고, 근육이 더 커지는 것과 같다. 기출문제를 10번, 20번 본 사람은 안다. 여러 번 봐도 계속 얻을 게 있다. 새로운 관점과 풀이법이 더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풀이 능력은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한다. 헬창들이 근손실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자주 문제를 풀면서 아웃풋의 감을 지켜야 한다. 수능 날까지 계속 높여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개념복습을 촘촘히 한다. 훈련 과목은 거기에 밀려서 소홀히 한다. 이는 완전히 반대로 된 접근이다.
오히려 개념 복습은 살짝 길게 잡아도 된다. 훈련 과목은 감각이 떨어지지 않게 반복해야 한다.
두 줄 요약
1. 인풋 복습 주기는 신경 안 써도 된다.
2. 아웃풋 주기는 촘촘하게 잡아야 한다. (그냥 매일 해라) 수능은 아웃풋 시험이다.
난 공부법을 몰라서 수능에서 실패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칼럼으로 성적이 올랐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뿌듯하다.
공부법만 바로 잡아도 성적은 바뀐다. 나도 그랬고, 오르비의 많은 학생들도 증명하고 있다. 내가 올렸던 칼럼을 정주행해 보면 좋겠다.
뭘 읽을지 모르겠다면 이 칼럼을 보면 된다. 내가 어떻게 이 모든 공부법을 깨달았는지 요약해두었다.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도움이 안 된다면 나를 욕해도 좋다.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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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를…. 와바바박!!
매일매일 복습 …
잘읽었습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22.gif)
대학공부에도 도움 되네요본질은 다 통하죠!! ㅎㅎ
아웃풋 복습할때 같은 문제를 여러번 보는게 좋을까요? 풀이법을 잘모르고 계속 까먹게되서요
풀이법을 계속 까먹는 건 이해를 못해서 입니다. 여러번 보되 계속 이유를 물으면서 파고들면 좋겠습니다. 본문 맨밑에 링크 건 칼럼 내용 대로 하면 됩니다.
아하 감사합니다!!
까먹는 거 무서워서 누적복습하느라 진도 못나가고 ... 복습하면서 기억나고.. 딱 저네요 반성하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도를 한 번 쭉 빼야 과목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다시 볼 때 몰랐던 것들이 자동으로 이해된다. << No cap
윤구쌤이 항상 하시는 말씀
도움되는 말씀이네요 :)
수학 진도가 급해서, 먼저 후루룩 빠르게 빼고 나서 복습을 많이 하지 않아 걱정했다가, 나중에 한 번 더 보니 까먹었던 것도 기억나고 이해가 더 잘 되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비슷한 거 같네요!
피지컬늘리기 칼럼이 안보이는데 링크 받아볼 수 있을까요?
앗 그 옆에 누르면 나오는데, 잘 보이게 수정해놓겠습니다...!
항상 좋은칼럼 고맙습니당
감사합니다!!
와 최고네요
좋은글이네요
제 강박증을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온갖 강박증으로 똘똘뭉친 사람이었거든요 ㅎㅎ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분 말은 결국은 다 맞던데 진짜
한과목의 코어를 만들기 위해 몰아서 무언가를 공부하는게 좋다 찔금찔금하면 찔끔찔금 까먹는다 한번에 딥하게 공부해라
Vs
유형별로만 학습하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사례가 있다 그러니 섞어서 공부해라 (예를 들면 고전시가만 두시간 공부하지 말고 현대시고전시 소설 섞어서 두시간)
두 사례는 어떤 차이가 있고 각각 어떨때 적용해야 맞을까요??
후자의 이유는 무엇이죠?? 한 유형만 공부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인가요?
하나 여쭙고싶습니다 현재 기출의 파급효과 한권으로 계속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계속 누적복습을 하느라 잘 진도가 못나갔던 것같아요 그러면 말씀대로 그냥 누적복습하지말고 쭉 나가는데 그래도 최소 몇번은 봐야한다는 있을까요한번 보면 내용 자체가 증발하는 것같고 문제를 봐도 도통 모르겠어서요...개념을 해도해도 계속 적용이 안되고 까먹고 이래서 복습에 강한집착을 갖게된 것같아요
차라리 복습은 개나줘버리고 한권 싹 다 나가고 다른 한권 공부했다 다시 돌아올까요...?(문제말고 책에 있는 개념내용이요) 정말 이 시기에 이런 고민하고있었는데 덕분에 뒷통수맞은 기분이네요 성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 후 단 4개월만에 메디컬가신 아빠께 이 글을 읽고 뒷통수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잘못생각한 것같다라고 누적복습법관련 말씀드렸는데 아빠왈 그게 뭐야? 일단 다 나가고 문제풀면서 모르는 걸 익히거나 그때 까먹은 개념봐야지,,,,,이러시는데 진짜 인생에 전환점을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블로그 정주행했고 글쓰기 등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지금하는 공부의 목적이 뭔지 명확히 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이 달성되도록 공부하면 됩니다. 몇 번을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이런건 없습니다.
개념 공부에서의 목적은 '문제 해설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잡는 게 바람직한 거 같습니다. 목적을 '문제를 다 풀 수 있는 것'으로 잡으면 달성이 너무 어렵습니다. 문제 해설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개념을 쌓으면 아웃풋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문제와 개념을 같이보는 걸 추천합니다. 블로그 봤으면 아마 보셨겠지만, '문제이해법' 칼럼 참고하면 될 거 같습니다. 공부 초입부에 쓰기 좋은 공부법입니다.
감사합니다!
과탑찍어보겠습니다!
넵 파이팅입니다!
결국 그냥 문제 많이 풀라는소리..?
인풋 공부법은 평소에 하던 방식이라 슈얼슈얼 했는데 아웃풋 공부법은 뒤통수 팍치고 가네요..
ㄹㅇ이렇게해봐야지
잘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메디소드님 시간나실때 쪽지 한번 확인 가능할까요..? 간절합니다..
G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