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참 [1020565] · MS 2020 · 쪽지

2023-06-14 22:44:12
조회수 2,647

수능 수학은 짜 놓은 판 맞추기다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63370459

리만 가설을 증명하거나 그런 거면 모르겠는데 수능 수학은 어쨌든 누군가가 만든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들어가 문항을 출제하시는 교수님들도 결국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이 만든 문제를 푸는 것이지 자연 현상을 설명한다거나 답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이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이번 28번을 예로 들자면



아니 (나) 조건에 왜 갑자기 f(0)과 f(2)에 대한 정보를 줬지? 근데 두 개 결정하려면 f(0), f(2)에 관한 방정식이 하나 더 필요한데 (가) 조건에선 a와 b값도 알 수 없으니 확정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음...


근데 뭐 할 수 없는 건 없고 괜히 f(0), f(2)에 관한 조건을 준 것은 아닐테니 (가)에 x=0, x=2를 대입해보자




실제로 (가)에 x=0, 2를 대입해서 f(0)=-1/2, f(2)=-3/2, a+b=-3/4를 확정짓는 것이 풀이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에 f(x)에 관한 이차방정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f(x)=A or f(x)=B 꼴을 떠올려 사잇값 정리를 적용하거나 (직접 적용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논리를 쓰거나) 항등식의 좌변을 이차함수에 f(x)가 합성된 형태로 바라보아 작수 22번에서 g(x) 파악하듯이 그래프 그려보면 풀이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p.s. 



4시간 53분쯤부터 시작하는 맵 플레이 영상 보다가 '오 이건 수능 수학 공부할 때 익히면 좋은 태도랑 100% 일치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글 작성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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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하 사탐을 응시할 수험생 · 1237980 · 23/06/14 22:45 · MS 2023

    영상이 길어서 그런가 안 뜨는데 혹시 링크 알 수 있을까요..?

  • 책참 · 1020565 · 23/06/14 22:46 · MS 2020

    https://www.youtube.com/live/e1m7XyhYX2w?feature=share&t=17578

    짧게 보셔요 ㅋㅋㅋㅋ 한 10분? 쯤 보고 있다보면 '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는 문제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군!' 과 같은 느낌이 오실 수도

  • 마히루 · 1217791 · 23/06/14 22:46 · MS 2023

    동의합니다. 솔직히 발상적이라고 불리우는 풀이를 적어내는 사람들도 다른 문제를 풀면서 경험해 본 경우가 거의 다죠.

  • 골목대장퉁뚱이 · 886828 · 23/06/14 22:59 · MS 2019 (수정됨)

    ㅇㅈ 발상력은 수학적 지능에도 영향을 받지만 경험의 양과 사고의 깊이에도 유의미하게 영향을 받음

  • 책참 · 1020565 · 23/06/14 23:02 · MS 2020

    발상적 사고, 감각적인 직관

    ㄴ 이거는 난제 푸시는 순도 99% 수학자, 물리학자 분들이 필요하신 것 같고... 수능 수학 수준에서는 그냥 제대로 된 개념 학습과 평가원 기출 문항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아이디어 체계화, 그리고 엄청난 문제 풀이를 통한 동물적 감각 형성 <- 이 선에서 100점 수렴 가능한 듯. 근데 이만큼의 공부량을 쌓으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 수학을 공부하거나 5수는 해야 가능하지 않나...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 사자는어흥어흥 · 1192806 · 23/06/14 22:46 · MS 2022

    요즘느끼는건데 수능수학은 ㄹㅇ 개떡같이알려줘도 찰떡같이 알아들을수있는지를 물어보는것같아요

  • 부엉이골통분쇄기 · 1181484 · 23/06/14 23:29 · MS 2022

    국어: 글 뒤에는 사람이 있다
    수학: 문제 뒤에는 사람이 있다
    이거 염두에 두고 무슨 학자처럼 모든 걸 다 알갰다는 것보단 평가를 위해 출제된 거라는 구조적 특징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게 입시판에서 제일 효율적인 태도인 거 같아요,,

  • 책참 · 1020565 · 23/06/15 00:03 · MS 2020

    동의합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교수처럼 연구하는 사람 할 거 아니면 핵심만 파악해서 바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아요

  • 장겡젼 · 1204935 · 23/06/15 12:27 · MS 2022

    이정수 ㅋㅋ

  • 한석원의눈물 · 974311 · 23/06/15 01:20 · MS 2020

    진짜 제가 항상 학생들한테 하는 얘기랑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약간 갈래는 다르지만 현우진도 언젠가 그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나네요
    교수님도 니들 또래만한 애들이 있고, 걔들도 대학을 가야하니까 못 풀 문제는 절대로 내지 않는다. 결국 문제 출제하는 교수도 사람이다.

  • 책참 · 1020565 · 23/06/15 15:53 · MS 2020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본문의 사고 방식이 수능 수학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군요!

    어제 저 생각을 한 후로 느낀 게 저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이후로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누군가 짜 놓은 판에서 단서들을 조합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더라고요 ㅋㅋㅋㅋ 수학과 복수전공 계획이었는데 수학은 취미로만 하고 교육학과 복수전공으로 계획을 수정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 한석원의눈물 · 974311 · 23/06/15 17:17 · MS 2020

    제가 지금 수학교육과 복수전공중인데, '누군가 짜 놓은 판에서 단서들을 조합해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 딱 이 생각중입니다 ㅋㅋㅋ 많이많이 달라요 수학이랑 수능수학은ㅠㅠ

  • 김태태 · 1226212 · 23/06/15 20:50 · MS 2023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풀이들을 글로 서술하시는 걸 굉장히 잘하시는것 같아요 제가 수학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모든 문제에 대해 저런 태도로 접근을 해야 풀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느끼지만 필력이 진짜 좋으십니다

  • 책참 · 1020565 · 23/06/15 21:15 · MS 2020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학 잘하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풀이 속 생각들을 서술해둔 책 (한완수) 을 공부하며 수학 실력을 길렀다보니 자연스레 책과 비슷한 태도를 지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ㅋㅋㅋㅋ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스스로 필력이 그리 좋다 느끼진 않는데, 칭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글을 읽고 더 배우며 성장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