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참 [1020565]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2-11-14 00: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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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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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두 가지를 밝히고 시작한다.


1.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2. 누구의 의견이든 존중해야한다.


가끔 공부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이없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공부 시간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공부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공부는 효율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와 같은 질문들. 솔직해지자면 '그럴 거면 그냥 때려치우고 나가서 알바 구해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렸을 때부터 말을 포장하길 좋아했고 또 나름 잘하는 나이기에 내 경험을 위주로 정성스러운 답을 제공하곤 한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해력이 좋은 사람도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연세대에 갔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하지도 이해력이 좋지도 기억력이 좋지도 않았던 사람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고 지금도 그러함을 받아들인다.


2018년 9월 쯤, 내가 중학교 3학년을 마무리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을 준비하던 때에 부모님과 함께 고등학교 입학설명회에 간 경험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 학교에 입학해 3년 잘 다니고 졸업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입학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 약간의 소개를 하자면 경기도에 있는 한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로 그 근처에서는 나름 입결이 좋은 편이다. 내가 대학에 온 해 기준으로 서울대 10명, 연세대와 고려대 각각 20-30명 정도씩을 보낸 것 같다. 의치한약수는 10명 조금 안되는 것 같다. 놀랍게도 다 정시이고, 일부 극소수 인원 (이것도 마찬가지로 10-20명 이내) 만 수시로 알고있다.


그때 고등학교 3학년들을 관리한 경험이 있던, 당시엔 다른 고등학교로 옮겨가신 선생님께서 설명회에 참석해주셨는데 인상적인 말을 해주셨다. '블랙라벨 같은 어려운 문제집들 하나도 필요없습니다. 굳이 책 이름을 밝히자면 쎈 정도의 책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내신 대비도 수능 대비도 모두 충분합니다.' 당시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블랙라벨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 쎈 C단계는 손도 못대던 평범한 중학생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안심은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깨졌는데, 애들은 내가 처음보는 문제를 풀어내곤 했고 일부는 수능 기출문제도 손쉽게 풀어내는 것을 쉬는 시간이면 볼 수 있었다. 


나는 수학(하)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수학(상)에 있는 문제들을 잘 풀어내지도 못했으며 삼각함수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도 못하고 접선의 기울기를 구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기에 내신은 당연히 말아먹었다. 일부는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다가 온 친구들인데 내가 그들과의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었겠는가. 유일한 해결책은 차이를 받아들이고 등급을 내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1, 2학년을 보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도 좋은 대학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사교육에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시험 기간이면 서점에서 내게 필요한 책을 충분히 살 수 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수학 학원을 두 군데씩 다니며 매일 수학 공부에 꾸준한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를 보낼 때의 나는 왜 어떤 함수 f(x)가 x=a에서 미분가능하면 연속인지를 설명할 수 없는, 그와 관련한 명제 ㄱㄴㄷ 문제가 나올 때면 항상 틀리던 학생이었다. 한 마디로 기본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도 열심히 문제는 풀었다.


그렇게 2020년 12월을 맞이했다. 근처에 유명한 학원 선생님 중 '한성은'이라는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분이 있는 학원으로 갔다. 테스트도 참여해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했는데 자료도 마음에 들고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21년 1월부터 한성은 선생님과 함께하기 시작했고 이는 10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중간에 알았지만 오르비에 자료를 종종 올리신다는 것과 학생들이 만든 문제를 모아 모의고사 형식으로 매년 파일을 제작하신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내가 수능 수학 실력을 올리고 그에 따른 성적 향상을 이룬 과정을 돌아볼 때 내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 중 한 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고3 겨울방학 때 다니던 독학 재수 학원에서 전체 모의고사를 실시한다길래 봐봤다. 상담을 하러 가서 목표를 묻길래 '연세대학교 의예과'라고 대답했다. 이때 나의 선택 과목은 언어와 매체, 미적분, 물리학1, 지구과학1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내신으로 물리학1, 화학1, 생명과학1을 했지만 지구과학1이 다른 세 과목에 비해 할 만하다는 말이 많았고 주변에도 많은 친구들이 선택해서 나도 따라 선택해봤다. 내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시의 환산 점수로 412점 정도가 나와야했다. 내 점수는 337점 정도였던 것 같다. 상담 해주신 선생님께서는 친절하게 답을 해주셨지만 속으로 비웃으셨을 수도 있다는 것을 2021년 6월 쯤이 되어서야 알았다. 상담을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가기 전 '수학 성적을 많이 올려야할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 계획이냐'라는 질문에 '한완수라는 교재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1년 동안 공부하면 수능날 원점수 100점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개학하면 3월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볼 생각이다'라는 답을 드렸다. 감사히도 선생님의 마지막 대답은 나의 확신을 강화해줄 작은 미소였다.


그렇게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와, 죽고싶었다. 어떻게 사람이 하루에 10시간씩 책상에 앉아있지 싶었다. 그냥 책을 찢어서 밖에 던질까 생각도 했다. 식판을 엎고 소리 지르면 어느 정도의 관심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 밖에 나가서 그대로 1시간을 걸어 처음보는 곳에 갔다. 사람들이 많았고 버스가 많이 다녔다. 다시 돌아와 20분 정도 자리에 앉아있으니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부모님께서 데리러와주셔서 감사히 편하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학교에 있을 때도 큰 차이는 없었다. 우리 학교는 야간 자율 학습을 했는데 공부를 하다가 정 하기 싫을 때는 몰래 밴드부실이나 음악실에 들어가 누워있었다. 가끔 친구 몇을 데려가 카드 놀이를 하거나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제 생각해보면 행복한 추억 중 하나인 것 같다. 큰 기대 없이 고등학교에 가 큰 재미없이 3년을 보내고 졸업했지만 이런 몇 가지의 순간은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으로서 내게 남는 이런 몇 가지의 순간들은 소중하다. 쉬는 시간이면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나도 같이 소리내어 말을 하며 공부했다. '접선의 기울기를 h(t)로 정의했으니까 h'(3)을 구하기 위해서는 h(t)를 t에 대한 무언가로 작성해야겠네! 그럼~...' 


원래부터 잘하던 친구들은 마찬가지로 잘 하며 좋은 성적을 얻어나갔다. 다들 현우진 선생님의 뉴런을 수강하고 수분감을 풀며 드릴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러기에 나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개념도 잘 알지 못하고 기출 문제도 잘 다루지 못하는데 무슨 실전 개념과 n제냐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한완수만 읽었다. 대부분이 이해가 안되었다. 지수에 관한 성질을 활용해서 로그의 성질들을 증명하라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지 싶었다. 그 4페이지 분량을 공부하는 데에 4시간을 썼던 것 같다.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뭐 어쩌나, 내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어가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6월이 되었다. 내 기억에 2022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6월 초반에 실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의 나는 한완수 미적은 공부해보지도 못했고 수1/수2 교과서 개념에 해당하는 상, 중을 공부하고 있던 것 같다. 그나마 한성은 선생님의 자료로 공부했기에 최소한의 실전개념은 알던 상태였던 것 같다. 아무런 기대 없이 모의고사를 응시했다. 한성은 선생님 수업에서 그때 음함수 미분법에 대해 많은 문제를 자주 다뤘던 것 같은데 문제를 풀다보니 29, 30번이 모두 음함수 미분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 싶었다. 문제를 풀다보니 시간이 5분 남았는데 22번을 제외하고 모든 문제를 풀어 마킹했었다. 지나고서 하는 얘기지만 앞자리 친구가 정말 잘하던 친구였는데 OMR을 뒤에 보이게 놨어서 그 친구의 30번과 내 30번의 답이 같은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여담이지만 그 아이는 1티어 약대 (설중성)에 갔다. 


채점을 하니 96점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평가원 시험에서 90점대를 받았다. 미친 건가 싶었다. 아쉽게도 5분 남기고 풀었던 22번 문제는 f(x) 계수 결정까지는 잘 마무리했는데 마지막에 대입하는 부분에서 5를 4로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틀렸다.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시중 n제를 접해본 적도 없고 남들 다 듣는 현우진 선생님의 강의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96점이 나오는 게 이상했다. 심지어 한완수는 실전 개념을 공부해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재능이 넘쳐서 그랬나? 머리가 좋아서 그랬나? 그랬다면 진작 점수가 나왔을테다. 고등학교 1, 2학년을 보내는 2년 동안 내게 좌절을 선물해주고 기대를 꺾던 모의고사가 갑자기 내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때 확신이 들었다. '이거 잘하면 진짜 원점수 100점 나오겠다, 수능에서'


7월은 별 재미가 없었다. 그냥 매일 한완수 공부, 주말이면 한성은 선생님 수업의 반복이었다. 왜 수학 얘기만 하나 싶을 수 있는데 다른 과목은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다. 영어는 하루 1시간 정도 단어를 외우고 조금의 문제를 풀었고 시간이 남으면 ebs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에 있는 지문들을 읽었다. 국어는 더 안했는데, 아무것도 안한 날도 많았다. 문제를 푸는 게 재미도 없었고 실력 향상에 그리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침에는 국어 공부를 하는 것보다 자는 것이 내게 더 큰 행복감을 준다고 느꼈다. 과탐은 9월부터 해도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안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겨울방학에 다녔던 학원 (종종 오르비 메인글에 보이는 일*청*학원이다)에서 뵈었던 화학1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이 근거였다. '재수생들은 9월부터의 두 달이 진짜 게임 시작 시점이다, 과탐은 그때부터 문제 풀이하는 거다, 그 전까지는 개념 공부와 ebs 정리만 하는 게 맞다' 


8월도 큰 재미는 없었는데, 이때부터는 한완수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매일 가방에 수1/수2 상중하 세 권의 책을 담아다니며 수학 문제를 풀다가 조금이라도 관련 내용을 내 방식대로 설명할 수 없다 느껴질 때면 책을 꺼내 여러권을 동시에 펼쳐놓고 공부했다. 무겁고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무엇보다 이 방식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더 힘이 났던 것 같다. 9월 모의고사를 봤는데 수학 88점이 나왔다. 당연하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아는 문제는 확실하게 맞췄고 모르는 문제는 확실하게 틀렸다. 요즘도 글을 읽다 보면 '저 80점대 나왔는데 어떡하죠 ㅜㅜ'와 같은 뉘앙스의 말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솔직히 어이없다. 점수가 뭐가 중요하다는 건가? 중요한 건 상식적으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며 무엇에 익숙하고 무엇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는 작업인데 다들 수능도 아니고 '모의'고사 점수를 갖고 일희일비한다는 게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오직 수능을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11월이 되었고 학교는 코로나 관련 문제로 나가지 말란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쇼미더머니 시즌 10을 하던 때라 하루에 7시간씩 '쉬어'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서 공부 안하냐고 여쭤보셨지만 '원래 무대가 가까워질 때면 마음을 편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감사하게도 이런 나를 부모님께서는 지지해주셨다. 11월에도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한완수를 하루에 6시간씩 읽고 공부했고 ebs 문제들을 풀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 수능완성 실전 모의고사에 있는 문제들을 공부하려던 때 쯤 수능이 왔던 것 같다.


수능 전날에도 특별할 건 없었다. 평소처럼 한완수를 펼쳐 주어진 내용들을 읽고 머리를 터져라 굴렸다. 그리고는 영어를 1시간 공부했고 공부하다 귀찮아서 쇼미더머니 영상을 조금 찾아봤다. 다음날 잘 일어나서 수능을 보러 갔고 한완수에서 배운 대로, 그리고 한성은 선생님과 연습한 대로 문제들을 읽다보니 다 풀고 15분이 남았다. '이게 수능이 맞나?' 싶었지만 틀린 문제는 없었다. 두 달의 시간을 보내고 연세대학교 경제학부에 합격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정공법은 '정면으로 공격하는 방법' 또는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이다. 내 방식대로 표현하면 '당연한 길'이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2학년일 때, 3학년일 때,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일 때마다 수능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다들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를테면 '공부 시간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공부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공부는 효율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와 같은 질문들. 솔직해지자면 '그럴 거면 그냥 때려치우고 나가서 알바 구해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렸을 때부터 말을 포장하길 좋아했고 또 나름 잘하는 나이기에 내 경험을 위주로 정성스러운 답을 제공하곤 한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해력이 좋은 사람도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연세대에 갔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하지도 이해력이 좋지도 기억력이 좋지도 않았던 사람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고 지금도 그러함을 받아들인다. 그저 정면으로 나아갈 뿐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며 무엇에 익숙하고 무엇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는 작업에만 초점을 둘 뿐이다. 그러다보면 비본질적인 것들은 날아가고 본질적인 것들이 남아, 남들이 보기에 터무니없이 적은 공부량으로도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년 동안의 고민의 결과 수능은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 내 노력으로 갈아넣어 만든 수능 수학 원점수 100점을 갖고 다른 과목에서도 나의 믿음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지만 귀찮았다. 다른 멋진 표현들로 포장할 수도 있다. '수능은 그리 좋은 평가의 기준이 아니다'라거나 '나는 이제 경제학이라는 나의 운명의 학문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한다'라거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책과 논문들을 읽으며 시야를 더 기르고 싶다' 등 말이다. 하지만 귀찮음이 컸던 것이 사실이고 이를 이젠 받아들이려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지금 다니는 학교, 학과에 적절한 사람인지 의문을 자주 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의문에서 시작되어 내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폄하하려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충분히 잘 했고 정시 현역으로 이 학교, 학과에 최초합격할 만한 점수를 받았다. 굳이 불필요하게 굽힐 필요는 없다.


자정이 지나 수능이 3일 남은 셈이지만 여러분의 결과에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다. 평소에 공부해오던 것과 얼마나 실전 대비를 철저히 했느냐라는 객관적인 두 기준이 여러분의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 '나'에 초점을 맞춰 정공법대로 걸어온 사람은 아무리 긴장해도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것이고 '남'에 초점에 맞춰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양치기와 단순 공부 시간에만 신경써온 사람은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정면을 응시하고 온 사람만이 온전히 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을지 모르겠다. 지금 예상으로는 150명 정도가 읽을 것 같은데 혹시라도 재수를 고민하고 있거나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걷고 있는, 걸으려는 길이 정정당당한가?'에 대해 솔직한 답을 제시해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그리고 재수할 생각이 있다면 남은 3일을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보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사람은 관성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지금 최선을 다하면 내년에 실력을 키워 수능을 3일 남겨둘 시점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어차피 재수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어차피 삼수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말아먹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 물론 수능 당일에 부담과 긴장을 덜기 위해 하는 말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 글은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수학 공부를 해왔는지와 전반적인 고등학교 3학년 생활 동안의 태도에 대해 담고자 했다. 그 중심에 '정공법'이라는 핵심어를 하나 던지고 싶긴 했다. 이전의 글들과 마찬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별로 와닿는 것이 없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자 알아서 해결하길 응원하고, 2023학년도 수능을 기준으로 나는 수능판에서 벗어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려 한다. 아마 올해를 기점으로 오르비에 들어올 일도 딱히 없을 것 같다. 마무리 글은 따로 쓸 것 같긴 하지만 나의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교 1학년으로서의 생활까지 약 3년 동안 내 진로에 대한 고민과 수능에 대한 생각, 그리고 나의 노력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 커뮤니티에 찬사를 남긴다. 가까운 미래에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때 공식적인 매체에서 한 번 쯤 언급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제가 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오르비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도 남기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했었는데요...~'




+23 수능 수학 시험지를 보고 풀어보고 느낀 점을 간략히 남깁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학 공부 방식은 개념을 공부한 후에 평가원, 교육청, 사관학교, 경찰대 기출문제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의 문제들을 모두 접해가며 피지컬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마플수능기출총정리'라는 시중 문제집과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 선생님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겪었어요. 이렇게 피지컬이 어느정도 오르면 평가원 기출 문제만을 바라보며 조건을 하나하나씩 뜯어보고 사고 과정을 하나하나씩 정리해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 '한 권으로 완성하는 수학'이라는 교재를 활용했어요. 이후 각 조건들을 재조합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면 현 수능 체제에서 수능 수학 100점을 받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제를 만드는 것은 내가 공부한 조건들을 다시 작성해보고 다시 표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만든 문제를 검토해보고 함수 결정과 같은 유형의 경우 모든 경우를 나열해봄으로써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밑에 괄호 안은 (예시 / 내가 한 것) 구조로 작성했습니다)


1. 개념 공부 (시발점, 뉴런 / 한 권으로 완성하는 수학)

2. 평가원, 교육청, 사관학교, 경찰대 기출문제 접하기 (자이스토리, 한 권으로 완성하는 기출 / 마플 수능기출총정리)

3. 평가원 기출문제 분석하기 (수분감 / 한 권으로 완성하는 수학)

4. 자작 문제 만들어보기, 검토해보기


1을 마치고 2부터는 현우진 선생님의 '드릴' 포지션에 해당하는 다양한 사설 문제들을 접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르비에 수학 카테고리에 종종 올라오는 자작 문제들도 풀어보고 해설을 써보고 오류를 발견해가며 공부해보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마무리로 제가 생각하는 수학 공부의 전부에 대해 세 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개념 (기출)

2. 다양한 문제 접하기 (n제)

3. 100분을 최대 활용하는 훈련 (실모)


+기출 문제를 공부할 때 자이스토리 같은 시중 문제집의 해설은 그리 참고하지 않길 권해드립니다! 처음 공부할 때 받아들이기 힘든 풀이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오히려 평가원 기출문제의 경우 유튜브에 다양한 강사분들의 좋은 해설 영상이 많이 있으므로 ebsi 풀서비스에서 pdf로 문제를 받아 풀고 유튜브에서 해설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혹은 포만한에 이해원연구소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풀이나 오르비에 올라와있는 풀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공부 방식이 될 것 같아요. 문제를 풀지 않고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것처럼 수능 수학도 어느 정도 수준이 지나면 한 문제를 갖고 다양한 풀이를 찾아봄으로써 문제를 '해석'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데, 언급한 공부 방식이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0 XDK (+110)

  1. 110

  • 수의공 · 1037812 · 22/11/14 00:38 · MS 2021

    탐구는 잘 보셨나요?

  • 책참 · 1020565 · 22/11/14 00:50 · MS 2020

    물리학1: 37점/50점, 3등급
    생명과학2: 36점/47점, 4등급

    입니다. 둘 다 1등급 컷에만 걸렸어도 지방 의대는 되지 않았을지 싶네요

  • Hawkins · 1096698 · 22/11/14 15:53 · MS 2021

    와,,, 재수생각 있으신가요

  • 책참 · 1020565 · 22/11/14 16:09 · MS 2020

    1년 내내 고민해봤는데 그냥 경제학도로 살아가려합니다 ㅋㅋㅋ 학교 지도교수님과 대화도 나눠보고 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눠봤고 친구들, 동기들, 그리고 많은 진로 강의를 들어봤는데 수능에 더 에너지 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제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오늘 오전에도 뇌인지행동유형검사(BOSI)의 결과에 대한 상담을 받아봤는데 제게 잘 맞는 분야 중 하나가 경제학이길래 수학과 통계학 공부를 병행해서 DS(Data Science) 쪽으로 나아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의사나 약사, 공무원과 같은 직업은 뇌와 맞지 않고 의대를 가더라도 연구원, 약대를 가더라도 신약 개발 쪽으로 가는 게 적성에 맞다길래 의치한수약을 목표로 한 수능 준비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서울대와 연세대의 차이에 대해서도 교수님께 직접 '학교 차이가 유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못 봤다'는 말을 들어서 서울대를 목표로 한 수능 준비도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럼 결국 원래 생각대로 점수를 올리기 위한 수능 준비가 남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수능에 더 에너지 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제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근거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론은 지금으로서 수능을 다시 준비할 생각은 없습니다!

  • Hawkins · 1096698 · 22/11/14 16:10 · MS 2021

  • 크레이 · 538165 · 22/11/20 23:34 · MS 2014

    그런 검사는 어디서 받으신건가요??

  • 책참 · 1020565 · 22/11/20 23:36 · MS 2020 (수정됨)

    연세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연세'라는 사이트에서 비교과활동으로 진행하고 있길래 신청해봤습니다! 저도 받아보니 되게 좋은 검사 같길래 (mbti 상위호환, 본인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한테 알려주려고 찾아봤었는데 네이버에 검색하니 검색 결과는 그리 많지 않고 연세대학교라는 워딩이 계속 같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저희 학교 재학생분들만 받을 수 있는 검사인가.. 싶네요 ㅜ

    근데 꼭 BOSI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검사는 꽤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시간 내셔서 한 번 찾아보시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로부터 어떤 진로로 나아가면 좋을지 생각해보시는 것도 공부를 하는 원동력 확보하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곰 괴롭히기 · 999642 · 22/11/14 00:39 · MS 2020

    너무 좋은글

  • 책참 · 1020565 · 22/11/14 00:52 · MS 2020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겉도는헛똑똑이 · 1055904 · 22/11/14 00:43 · MS 2021

    글을 읽고 나서 정정당당함..이 기억에 남네요. '떳떳했는가?' 라는 자문으로 수능 끝나고 올해 공부하면서 생겼던 특징점들을 노트에 간단하게 적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00:53 · MS 2020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느낄 점을 드린 것 같아 저도 감사해요

  • Stockfish · 1079263 · 22/11/14 00:45 · MS 2021

    글쓰기 실력 클라스 ㄷㄷ

  • 책참 · 1020565 · 22/11/14 00:52 · MS 2020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13일의 전사 둘기 · 965515 · 22/11/14 00:56 · MS 2020

    남은 3일 후회없이 달려보겠습니다. 좋은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01:31 · MS 2020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해보시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3일의 전사 둘기 · 965515 · 22/11/14 01:32 · MS 2020

  • 옮창을향해 · 814942 · 22/11/14 02:04 · MS 2018

    저는 학과 선택을 정공법으로 하지 않아 후회하고 3년만에 다시 내년수능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 설계에도 공감이 많이 가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1:12 · MS 2020

    저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지만 수능을 준비한 경험으로 바라볼 때 앞으로도 정공법이 삶의 많은 부분에서 제게 도움이 될 거라 느낍니다. 대입으로 고른 학과를 따라가 흐름에 맞게 사는 것보다 내게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을 바람직하다 여기는 사람으로서 옮창을향해 님의 시간을 응원합니다!

  • 퓨퍄퓨퍄 · 1177819 · 22/11/14 15:24 · MS 2022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 책참 · 1020565 · 22/11/14 16:09 · MS 2020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퓨퍄퓨퍄 · 1177819 · 22/11/14 16:11 · MS 2022

    글 지우지 마셔요 선생님!,

  • 책참 · 1020565 · 22/11/14 17:50 · MS 2020

    전에 올렸던 글들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남겨두겠습니다! 제 개인이 게임을 하더라도 기간제보다 영구 아이템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한 번 쓴 글을 잘 안 지우는 편이에요 ㅋㅋㅋ

  • SNUpaper · 1150779 · 22/11/14 15:43 · MS 2022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6:09 · MS 202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TVWXYXWVT · 423222 · 22/11/14 15:55 · MS 2012 (수정됨)

    그럼에도 효율은 여전히 중요하지 않을까.
    효율과 정공법이 서로소가 아닌데

  • 책참 · 1020565 · 22/11/14 16:10 · MS 2020

    네 저도 여전히 효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효율을 주장하는 수험생 중 99%는 정공법 없는 효율을 주장한다고 느껴서 정공법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쪽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6:55 · MS 2020

    약간의 뒷받침을 하자면, 효율을 중심적으로 추구하는 학생과 정공법대로 따라가는 학생 중 누가 수능 당일에 원점수 100점을 (적어도 본인의 평소 실력대로의 점수를) 받아낼 확률이 높은지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확률이 훨씬 크고 또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한완수에서 평면 기하를 다룰 때 정추적법과 역추적법을 공부한 후 '둘을 적절히 혼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말하는 것처럼 저도 어느 정도 수준부터는 효율을 추구하는 것과 정공법대로 나아가는 것, 이 '둘을 적절히 혼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 TVWXYXWVT · 423222 · 22/11/14 17:03 · MS 2012

    효율추구를 정공법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효율을 자기가 뇌를 덜 쓰는 방법으로 핑계삼아 효율의 정의를 엉터리로 정했을 때의 이야기지
    효율의 정의를 올바르게 확립하면 효율이 정공법의 진부분집합이 되지 않을까요?
    정공법∩(효율)^C 과 효율∩(정공법)^C 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으면 2024학년도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만 괜히 혼란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7:35 · MS 2020

    효율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학생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조금 덜어내기 위해 제 생각을 남겨두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공법은 '4페이지 분량을 공부하는 데에 4시간을' 투자하고 한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 2주를 투자하는 것과 같은 공부 방식입니다. 또한 제가 생각하는 효율은 실모를 풀고나서 접근하지 못했거나 잘 풀어내지 못한 문제가 있을 때 해설을 한 번 읽고 다시 슥 풀어본 다음 넘어가는 공부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공법은 ''타원 x^2/a^2+y^2/b^2=1 에 접하는 기울기가 m인 직선의 방정식'을 직접 구하기 위해 직선의 방정식을 y=mx+n으로 설정하고 직접 두 식을 연립해 판별식이 0임을 통해 n의 값을 a, b, m에 관해 표현해보는 것'이고 제가 생각하는 효율은 ''타원 x^2/a^2+y^2/b^2=1 에 접하는 기울기가 m인 직선의 방정식'이 y=mx+-sqrt(a^2m^2+b^2) 라는 것을 확인만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정공법∩(효율)^C'에 해당하는 원소들은 '문제를 풀다가 삼차함수의 비율관계를 사용하려 할 때마다 직접 증명하는 것', '어떤 함수가 미분가능하면 연속이라는 것을 매 순간마다 증명하는 것', '수능특강에 있는 모든 문제의 해설을 직접 읽고 따라해보는 것'이며 '효율∩(정공법)^C'에 해당하는 원소들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실모를 풀고나서 접근하지 못했거나 잘 풀어내지 못한 문제가 있을 때 해설을 한 번 읽고 다시 슥 풀어본 다음 넘어가는 것', ''타원 x^2/a^2+y^2/b^2=1 에 접하는 기울기가 m인 직선의 방정식'이 y=mx+-sqrt(a^2m^2+b^2) 라는 것을 확인만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7:35 · MS 2020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저는 '효율'을 '효율∩(정공법)^C'으로 여겨온 것 같습니다, 이는 나름 제 입장에선 근거가 있는데 주변에서 효율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경우 좋지 못한 결과로 수렴한 것을 꽤 봤고 정공법대로 나아간 분들은 대부분 좋은 수학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완수의 저자 이해원 선생님과 대성마이맥에 한석원 선생님이 계십니다.

    다만 혼란이 생길 부분은 적다고 여기는 게, 제가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효율'을 '효율∩(정공법)^C'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인지하고 있진 못한 것 같은데 이를테면 과탐 실모를 하루에 2개씩 풀고서 틀린 문제에 대해 직접 풀어보고 해설 강의만 듣고 넘기며 양은 늘려가지만 정작 수능 당일에는 평소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볼 때 저는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었고 문제를 사고과정 하나 하나의 단위로 해체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정공법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무식하게 파라!'라는 의미로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내가 실력을 올려 그에 따른 성적 향상을 이룰 것인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회피하지 말고 하나하나 부숴가자'라는 맥락 안에서 사용했어요. 효율을 추구한다는 말을 하며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 '필요한 것들을 회피'해 겉보기에 공부량은 누구보다 많지만 정작 실력은 똑바로 올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느껴와서 제가 '효율'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반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 책참 · 1020565 · 22/11/14 17:49 · MS 2020

    대학교 1학년으로서 조금 더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공법: 강의에서 다루는 것과 관련된 추가적인 내용을 직접 알아보고 관련 논문과 원서들도 모두 읽어보는 공부
    효율: 학점 A+을 받기 위해 강의 내용과 강의에서 다루는 자료, 족보를 공부하는 것

  • TVWXYXWVT · 423222 · 22/11/14 18:00 · MS 2012

    자세한 의견 주신것에 일단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예시는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예상대로 효율의 구분 기준이 달랐던 것 같네요. 저는 반대로, 수학이라는 과목 특성을 생각해봤을 때, 직접 공식을 쓰고 증명하고 귀찮더라도 어렵게 준비를 해서 이해를 완전히 시켜놓고 문제를 많이 풀다보니 그냥 외워버리면 편한 것들을 추려서 따로 외워버리는, 마치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듯이 공부하는 것이 이해를 기반으로 잔상이 오래 남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고, 그냥 공식 쓱 보고 넘어가버리는게 이해가 중요한 수학과목을 학습하기에는 휘발성이 너무 강한 대처라 장기적으로 보면 까먹을 때마다 봤던걸 또 봐야하니까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효율의 의미는 '재배열 부등식' 이랑 비슷합니다.
    이해가 더 중요한 과목은 이해의 비중을 높이고 암기가 더 중요한 과목은 암기의 비중을 높이고, ebs연계교재도 연계체감이 높은 과목은 더 많이 하고, 연계체감이 적은 과목은 더 적게 하고, 연계체감에 의존하는 피상적인 공부법은 단기간에 짧게 하고, 진짜 실력을 높이는 공부는 끊임없이 오랫동안 하고, 내신과 수능에 둘 다 도움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두되, 내신에만 도움되는 것은 수능공부할 때 자제하고, 수능에만 도움되는 것은 내신공부할 때 자제하고 이렇게 과목특성, 공부법 특성마다 차이를 두는 것이 효율이자 동시에 정공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나 언론에서의 묘사를 보면 재배열 부등식과 같은 차등을 두는 것을 강조하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아 효율이 그런 의견을 상쇄할 만큼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8:03 · MS 2020

    이해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의도대로라면 '효율이 정공법의 진부분집합'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쓴 글에서 말하는 정공법이 이 부분은 다루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 글을 읽고 댓글을 읽을 학생 분들이 효과적인 공부 방향에 대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어찌보면 노가다나 깡의 중요성을 말한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의견으로 이 글이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완성되는 기분이네요,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I Do Psychiatrist · 1125206 · 22/11/14 16:21 · MS 2022

    저도 한 페이지 넘어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던 적이 있는 데 그때마다 저는 지혜롭지 못하게 저에게 화를 내고 죽고 싶다는 감정적인 생각밖에 못했었는데 위 글을 보면서 아..이 분은 오히려 감정적인 대응보단 합리적 이성으로 자신을 다독여가며 이끌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일에서 비효율이 발생했을 때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정공법을 택한다고 여기고 시간이 걸리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조금은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판단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당신을 논증해주셔서 감사합니다.덕분에 저를 좀 더 성찰할 수 있었으며 겸손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논증입니다.

  • 책참 · 1020565 · 22/11/14 16:53 · MS 2020 (수정됨)

    도움이 된 듯하여 다행이에요,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떤 일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을 때 감정을 배제해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정공법을 택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림을 받아들임', '적절한 효율 추구'라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여담이지만 '당신을 논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이 되게 마음에 드네요!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 퍼플레인 · 1154164 · 22/11/20 23:31 · MS 2022

    좋은글이네요 본질적이고..

  • 책참 · 1020565 · 22/11/20 23:40 · MS 202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수능도 결국 목표는 '안정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다'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만 챙기다보면 공부량이 확 줄어드는 것 같더라구요. 정확히는 나에게 필요한 공부부터 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하거나 불필요한 공부를 덜어낼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수학이 3-4등급 나오는데 n제와 실모를 풀어대는 데에 집중한다거나.. 그런 거요, 그럴 시간에 평가원 기출 분석과 교육청이나 사관학교 기출문제들을 천천히 풀어보는 게 1등급 찍는 데에는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느꼈거든요! 물론 혼자 풀기만 한다고 실력이 확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 같은 분들께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을 열렬히 받아들이려 힘 쓰는 자세가 필요할테지만요

  • 비타민CCC · 955091 · 22/12/28 23:49 · MS 2020

    한완수를 반복해서 보시고
    N제나 실모는 많이 안푸신건가요?

  • 책참 · 1020565 · 23/01/02 01:43 · MS 2020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는 것을 1회독이라 표현할 때 한완수를 최소 3회독은 한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공부하거나 문제 풀다가 헷갈리는, 떠오르지 않는 내용이 있을 때마다 가방에 들고 다니며 꺼내 다시 읽었으니 이런 것까지 환산해보면 최소 10회독은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이'라는 표현의 기준이 없어 어떻다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n제는 한성은 선생님의 써밋 n제와 ebs 수능특강, 수능완성 정도만 접했고 실전 모의고사도 한성은 선생님의 현강 모의고사들과 대성 더프리미엄 모의고사 4회분 정도만 접했으니 제 나름의 기준에서 많이 안 풀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출 문제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바를 최대한 학습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상태이고 개념을 확실히 숙지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상태라면 최대한 다양한 선생님, 컨텐츠 팀의 자료를 접해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n제, 실모 많이 풀 필요 없다~'보다는 '실력 되면 n제, 실모 많이 풀면 좋다~'라는 표현을 남겨두고 싶네요.

    첨언하자면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의 현우진 선생님의 킬링캠프, 한석원 선생님의 화룡점정, 이창무 선생님의 문제해결전략 및 강남 대성, 시대인재 등의 실전 모의고사 자료들에 있던 문제 및 발문들을 함께 고민해보거나 질문을 주고받는 등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n제, 실모를 접한 경험이 있습니다. 직접 한 권 잡고 풀어본 경험이 없는 것이지 아예 단절해두었던 느낌은 아니라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 비타민CCC · 955091 · 23/01/02 08:32 · MS 2020

    오 답변 감사합니다

  • 잠자는 나그네 · 1056369 · 23/04/23 12:58 · MS 2021

    와.. 멋있으시다 ㄷㄷ..
    제가 중3때 영어는 다끝내야한다는말을 듣고 노베상태에서 급급하게 인강 풀커리를 타게되었는데 복습도안하고 어떻게해야하는지 고민도 안한채 무작정 수강하다보니 고1 4등급이 나오더라구요...이후 고1때 그냥 놔버렸고요. 반면 수학은 우직하게 혼자밀어보니 쎈도 제대로 못풀던제가 모고 1~2등급은 나오더라고요.. 이때 깨달았죠 컨텐츠에 집착하는건 아무소용이없다는걸요.. 그런저는 인강을 더이상 잘 들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인강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저는 금세 본분을 망각한체 커리에집착하게될까봐요. 그래서 국영수는 최소 이제부터 독학서로공부하려고요. 공부해보니 저한테는 이게맞는 것 같네요. 어쩌면 제가 중3때 저지른짓이 영어공부 2년을 날린거라고 볼수있지만 차라리 오히려 빨리 깨달았다는것을 다행이라 여기고있습니다 ㅎㅎ
    책참님 글보니 제가가는 길에 확신이 드네요 좋은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 책참 · 1020565 · 23/04/23 15:52 · MS 2020

    멋진 경험이에요! 중3 때 일로 영어 공부 2년 날리고 깨달음을 얻은 거면 기회비용 고려할 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ㅋㅋㅋ 사실 제가 친구들이든 동생들이든 n수생분들께든 수학 공부할 때 현우진 선생님 인강을 잘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나도 모르게 공부하다보면 커리큘럼 따라가랴, 다른 수강생들 진도 맞춰가랴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되기 쉽다고 느꼈거든요. 1타 강사는 그만큼 많은 수강생을 보유하고 있기에 신뢰도도 높지만 동시에 그렇게 많은 경쟁자들이 생기니 내 공부에 초점을 두지 못하고 남들 따라 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독학서로 혼자 공부해보고, 그런 다음에 '오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가르치는구나' 느낌으로 강의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또 처음 공부할 때 너무 어려우면 재미 없어서 공부 안되죠, 이럴 때는 강의를 들으며 '어.. 뭐라는지는 몰라도 대충 이런 게 있구나!' 하는 느낌을 쌓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부는 자신감이고 정도는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공부를 내가 찾아 내가 하는 것 말고는 머리가 웬만큼 좋지 않은 이상 살아남을 길은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머리 좋아 공부 잘하는 분들은 자연스레 내게 필요한 공부를 찾아해나가는 듯하지만요 ㅎㅎ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