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8편 - 준비와 위기 대응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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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지난 칼럼 ‘훈련과 숙련도’(https://orbi.kr/00020849914)편과 대단히 일맥상통합니다.
인간은 과거부터 수많은 재해와 위기에 항상 노출되어 왔습니다.
전혀 상상치도 못한 사고가 터져 엉뚱하게 다치거나 사망하기도 하고, 혹은 인간의 실수가 겹쳐서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은 과거부터 다양한 재해와 안전사고를 겪으면서 최근에 ‘안전’에 대한 강한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진을 여러 번 겪으면서 관련 교육과 시설 점검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수능 시험도 지진에 대비해서 2회분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뒷전으로 밀어두었던 예방교육도 정기적으로 시행하며 관련 예산을 편성해 안전시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과정에서 수많은 해전이 발발했었습니다. 특히 태평양 전쟁에 이르러서는 해전은 매우 격렬해지고 병기는 더 발달하였으며, 사상자 단위 또한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합니다. 이렇게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강하게 안전을 위협받으면서, 이에 대응하는 준비와 해결책을 개발합니다.
해상에서의 안전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상에 떠있는 배는 대단히 불안정합니다. 큰 파도가 쳐서 배가 심하게 요동도 치고, 날씨의 영향도 강하게 받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인명사고나 보급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비록 배에 문제가 생겨서 곧장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건질 수는 있지만, 바다라는 환경은 인간에게 전혀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바닷물은 인간에게 필요한 수분을 보충해줄 수 없으며, 바닷물을 마시면 더 심한 탈수를 일으킵니다. 또한 해수는 체온에 비해 낮아서 장시간 바닷물에 접촉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상어나 고래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높은 높이에서 바닷물로 곧장 추락하면 땅에 추락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받습니다.
영화 을 보면 앞서 언급한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배가 급격히 침몰하지는 않아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배 밖으로 탈출했으나, 구조가 늦어져서 저체온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합니다.
(영화 에서 유람선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장면. 이 영화에서는 선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이 등장한다)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선박에서 인간은 다양한 대응방안을 개발해 왔습니다. 선장과 선원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피난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엄격한 질서와 위계 속에서 효과적이고 빠르게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받습니다. 또한 사고에 대비하여 구명조끼나 보트를 구비해두고, 근처의 육지나 다른 선박과 교신을 주기적으로 주고받습니다.
특히 전쟁에서 쓰이는 ‘군함’은 선박 중에서도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군함은 항상 적의 공격을 받아 일부가 손상될 위험에 놓여있고, 폭발성이 있는 다양한 종류의 병기를 적재해놓습니다. 항상 험한 해상까지 진출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구성을 관리해주어야 하고, 보급에 필요한 온갖 물자를 구비해야합니다.
특히 군함에게 제일 치명적인 것은 ‘유폭’으로, 적의 포탄이 함선 내부의 탄약고나 민감한 곳을 건드리면 연쇄적인 폭발로 매우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의 많은 함선들은 적절하지 못한 관리로 유폭이 난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일본 최대의 전함 ‘야마토’가 유폭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사진. 이 거대한 폭발은 100km가 넘는 곳에까지 목격되거나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민감한 군함을 관리하기 위해서 전세계 해군은 더 능동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합니다. 바로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이라는 개념입니다.
군함은 일반적으로 수백에서 수천명에 달하는 인원을 태우는 아주 거대한 병기입니다. 이 큰 군함의 작은 곳에서 불이나면, 나중에는 함선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사소한 불씨가 아주 거대한 재앙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수병들은 위험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훈련받습니다.
불길이 다른 곳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구역마다 폐쇄할 수 있는 구획으로 분리해놓습니다. 또 곳곳에 소화 장비를 설치하고 수병들에게 기초적인 대응방법을 훈련시킵니다.
만약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유폭을 막기 위해서 함 내부의 병기를 바다에 던져버리거나, 휘발유를 버리고 내부를 이산화탄소로 채우기도 합니다.
제가 앞선 칼럼에서 자주 언급했던 미드웨이 해전에서도 이러한 데미지 컨트롤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시 미 해군은 데미지 컨트롤을 대단히 중요시 여겼으며, 함선의 모든 수병에게 직종을 불문하고 철저한 안전교육을 시켰습니다. 당시 미 해군의 소화 장비는 현대적인 수준으로 아직까지도 쓰이는 이산화탄소를 화재진압에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함선의 몸체에서 불에 약한 목재를 되도록 강철로 대체하고, 가연성 소재는 모두 불연성 소재로 교체합니다.
당시 미 해군의 항공모함은 개방형 항공모함이었기 때문에, 위험이 발생하면 유사시에 셔터를 올려버리고 바다로 모든 병기구를 던져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당시 항공유나 병기들은 화재나 충격에 취약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만으로도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방형 항공모함의 이점으로 아군 구축함이 옆에서 들러붙어 화재진압을 쉽게 도울 수도 있었습니다.
이와 달리 일본 해군의 데미지 컨트롤에 대한 의식은 뒤떨어졌습니다. 수병의 일부만이 안전교육을 받았고, 특유의 사무라이 정신으로 공격적인 성향으로 다양한 위험에 취약했습니다. 당시 일본 항공모함은 미국과 달리 폐쇄식 격납 항모였기 때문에 폭발성이 있는 유증기나 병기구 배출이 어려웠습니다.
폐쇄식 항공모함은 이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경우, 폭발력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므로 내부의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소화전은 미군에 비해서 훨씬 구식이었고 내구성이 약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종합적으로 얽혀서 미드웨이 해전 당시 일본 항공모함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됩니다.
미드웨이 해전 중 일본 항모는 급작스럽게 미군 함대의 출현을 인지합니다. 당시 미드웨이 섬을 공격중이던 일본 전투기들은 육지 공격용 폭탄에서, 함선 공격용 어뢰로 급하게 무장을 바꿉니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무기를 교체하기 위해서 수병들은 전투기에서 분리시킨 폭탄을 항공모함 격납고의 다른 한켠에 쌓아두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작업 중인 일본 항공모함에게 미군 전투기가 도달합니다. 미군 전투기는 항공모함에게 폭격 공격을 가해 몇 번의 타격을 입히는데 이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항공유와 항공기, 폭탄으로 가득 채워진 일본 항공모함 내부에 폭탄이 떨어지자 연쇄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수병들을 몰살시켰습니다.
당시 일본 항공모함 4대중 3대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미군 전투기가 날린 폭탄을 단지 몇발 얻어맞았을 뿐인데, 함 내부에 적재해둔 무기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치명적인 사고가 터집니다. 문자 그대로 한순간에 모든 인명이 날아가버립니다.
(일본 항공모함 ‘카가’의 피격 직후 모습. 거대한 함선 일부가 아예 뜯겨져 나가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Shattered Sword, P.338
https://blog.naver.com/imkcs0425/60158065245)
이렇듯 위험한 군함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피해를 복구 예방하지 못하면 매우 심각한 사고가 터질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해상에서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교육과 준비를 합니다.
저는 수험생 여러분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마치 일본 해군처럼 미래에 발생할 다양한 변수나 문제를 안일하게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죠.
물론 수험생들에게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제가 이번 편을 통해 묻고싶은 것은, 과연 여러분은 다양한 위기나 변수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입니다. 수능 시험장에서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옆에서 어떤 학생이 시끄럽게 코를 골면서 잘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귀마개를 지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능 시험장의 책상이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 휴지나 종이 뭉치를 가져가서 바닥에 끼우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입니다. 혹시 샤프심이 부족하지 않은지, 실수를 지울 화이트는 넉넉한지 확인해야합니다.
수능 시험 전날 긴장된 나머지 잠을 제대로 못 잘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미리 수면제를 처방받고, 연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수능 시험지를 받고 갑자기 공부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아침에 잠깐 복습할 요약본도 준비하십시오.
긴장해서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평소 장 건강을 관리하고 약을 챙겨두세요. 갑자기 아침에 감기기운이 도질 수도 있습니다. 컨디션을 관리하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시험 외적인 요소 말고도 시험 자체적으로도 큰 이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수능 1교시 국어 시험이 지나치게 어렵게 나와서 학생들 멘탈이 박살날 수도 있습니다. 너무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하다못해 정답에 가까운 선지를 찍고 넘어가기 위한 연습도 해야 합니다.
(정말 아무도 이런 난이도와 정답률의 문제가 출제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저는 평소 준비한대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찍는 연습을 해 두었습니다. 여태 기출을 분석한 결과, 정답이 될 확률이 높은 선지를 추려내고 빠르게 찍고 넘어갔습니다. 그러한 준비가 철저했기 때문에 운으로라도 해당 문제는 맞힐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한번 더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시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습니까? 여러분의 위기관리 능력, 데미지 컨트롤 개념은 안녕하십니까?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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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