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8-25 0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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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마흔 다섯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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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7, 8월을 달려왔습니다.


쉬는 것마저 사치라고 생각하며 계속 무언가를 해왔는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할 땐 하고, 놀 땐 놀아라"


어릴적 부모님이 해주신 이 말씀이 참으로 지키기 어려운 말이 아닐런지요.


하지도 않았고, 놀지도 않은 것만 같아 부끄럽고 또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쉬면서 하라는 말 앞에 지금까지 쉬었던 것 같아 할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공부 좀 하라는 말에는 괜스레 서운하고 또 기분이 나쁩니다.


얼마 전 봤던 모의고사 앞에 그래도 나름 좋은 결과를 보고 싶었습니다.


작년에 난 이미 결과주의라는 이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았고, 과정을 중시 여기며 살고 싶었기에 때론 치기어린 객기로 저항도 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더 좋은 성적을 받는 걸 보면서, 악마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내 모습이 더욱 초라하고 미워집니다.


수험생 여러분


외롭고 힘듭니다. 어떨 땐 지독한 외부 환경 때문에 공부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어떨 땐 그냥 다 놓고 싶고 여길 떠나고 싶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대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하고 싶습니다.


이번주만큼은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것.


내가 그동안 열심히 했든 안했든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것.


좀 쉬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 휴식이 부디 사치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난 그대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뜨거운 젊음을 믿습니다.


어떠한 학벌도, 어떠한 자본도 이것들을 흔들지 못합니다.


그러니 부디 자신을 믿으셨으면 합니다.


대학으로만 향하라는, 성적만 올리라는 강사들의 쓴소리 '따위'가 아닌 나를 규정하려는 사회적 시선 '따위'가 아닌, 오직 나만을 믿고 갑시다.


이번주는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합시다.


무너지지 맙시다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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