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7-06 06:05:24
조회수 2,912

[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서른한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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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도전 앞에서 제가 세웠던 목표가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첫째는 자존감의 회복. 둘째는 배려. 셋째는 침묵과 반성입니다.


대학을 잘가겠다든지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왜그러냐고 누군가가 짓궃게 물어온다면 그 이유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첫번째 이유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첫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너무나 부끄럽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던 스스로가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수험생 여러분


나는 그동안 많은 문자들을 통해 그대들에게 11월 너머의 세상을 보라 말했습니다.


그날의 대사가 끝나고, 다음날 눈을 떴을 때의 아침이 일전의 아침과 사뭇 달랐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내가 존재해왔던 시간과 공간, 내가 맺고 있던 관계 등 모든 것이 무겁게 변해버린 모습을 본 것이지요.


애써 외면하고 피해왔었던 지난 날의 것들이 다가와 나에게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을 요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강요했습니다.


즉 그대는 젊음을 어떻게 낭비했는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지요.


그날의 생생한 기억은 지금껏 가슴에 남아, 수능의 전날이면 여전히 그때처럼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지금의 이 시간은 겉멋에 찌들어 막연히 보내버리기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외면하고 회피해왔던 자신의 관성을 직시하고, 정정당당하게 마주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주변에 대한 배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침묵과 반성.


이 모든 것들은 실상 나의 의지가 없으면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이 세가지만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여기 이 부끄러운 사람이 그나마 자신있게 얘기해볼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를 포장하는 수많은 레테르를 뒤에 두고, 당당히 나설 수 있는 힘도 여기에서 발현된다는 걸 잊지 맙시다.


힘냅시다.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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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률왕김통계 · 688498 · 17/07/06 06:35 · MS 2016

  • 시금치 · 742068 · 17/07/06 07:06 · MS 2017

    너무와닿는당...

  • 순두부마시쪙 · 559192 · 17/07/06 07:07 · MS 2015

    항상 감사합니다~

  • 지렁E · 733007 · 17/07/06 07:44 · MS 2017

    재수를 시작한 지 거의 2달이 지나가는데 근 2달간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선생님처럼 제 스스로에게 인생을 헛살았다고 갈구기도 하고 포기하려고도 했습니다.
    근데 본디 제가 낙천주의자라 부정을 끊임없이 긍정으로 돌리려는 와중에 서서히 깨달음이 들더라고요. 어느 순간 확 드는 것이 아니었고요.
    제가 너무 늦게 공부를 시작해서 올해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제 자신의 존엄성과 자신감을 재수를 통해서 회복하는 계기가 되는 것만을 바랍니다.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FIFTINHO · 453673 · 17/07/06 10:20 · MS 2017

    외면하고 회피해왔던 자신의 관성을 직시하고, 정정당당하게 마주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띙작 · 749279 · 17/07/06 13:39 · MS 2017

  • 오르지 · 750088 · 17/07/06 22:15 · MS 2017

    좋은 글 감사합니다


    p.s.레테르 국어사전에서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