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스물네 번째 편지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12366118
"지방대에 가면 인간취급 못 받지 않습니까?"
오늘 새벽 가로수길을 달려오다 문득 이 잔인한 질문을 다시 만났습니다.
강사의 초입에서 만난 이 질문 앞에, 아무말 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내 모습이 어둠에 젖어 나타난 것입니다.
쓸쓸함과 무지함의 경계에서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했던 내가, 다시 한 번 그때의 겨울 앞에 선 것이 아닌가.
겉멋에 찌든 생각과 허상을 쫓는 가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다 뱉어버린 말 앞에, 하나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던 그날의 기억이 차를 세우게 만들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서로의 세계와 가치가 다름을 인정하지만, 하나의 잣대로 변별해야만 하는 비현실같은 현실 앞에 굴복을 강요하는 내 모습이 순간 초라해졌습니다.
나는 과연 4년 전에 받았던 저 질문에 다시 답할 수 있을까.
나름 많이 노력했고, 제대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여전히 방향을 몰라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결국 차 안에서 그렇게 한동안 고민하다 집에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의 존재는 성별로도, 돈으로도, 그리고 대학의 이름 '따위'로도 규정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이 사실 앞에 왜 우리는 그토록 주저했던가.
관성과 경험으로 얼룩진 지금의 모습으로 미래를 예단하려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수험생 여러분
문자를 보내는 이 사람은 늘 말하듯, 가장 별 볼일 없고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여전히 그때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으로 돌아가도 쉽게 저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소시민입니다.
일상이 무너지고, 관계에 지쳐버린 그대가 힘을 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학에 가서 누군가를 짓밟고 그로부터 성취동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우리 다음 세대에게는 이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에게 지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고, 이 세상엔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수많은 기회들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 사명감으로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임합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모솔들은 공감 못하시겠죠…?
-
이퀄모 치실거? 0
더프치고싶은데 러셀은 이퀄모 치네...
-
머 먼저할지 골라주세요
-
뉴분감 질문 0
쎈발점 다 돌리고 자이까지 풀었으면 뉴분감 병행하지 말고 뉴런만 해도 되나요? 강의...
-
언매공부개노잼 3
낄낄낄
-
역시 ㅈ투스여서 그런가 실시간답이 안올라오네
-
문학이 약해서 n제겸 풀 생각인데 뭐 풀까요 핱브는 지금 절반 정도 풀었는데 양이 적어서...
-
1차 지필때 2가 국어랑 과학 2개떠서 2차 때 만회할려고 했는데 과학이 이번에...
-
열품타모집 1
검색창/ 야옹품타 비밀번호/ 11211
-
부끄럽지만 재스할때 국어공부를 거의 안하고 수능을 봤었어서 (현역땐 학종러라 수능장...
-
지구 수완 5
ㄴ. 왜 78이 아니라 68이 맞나여..?
-
영어로 팔문개방하고 달린다 하루에 1시간 영어공부를 안하면 과탐공부를 방학동안...
-
야품타해야지 2
헤헤헤
-
플리즈
-
서둘러줘요 난...
-
1등급 목표인 작수 2등급인데요 1등급 분들 영어 공부 할 때 문장해석이 한...
-
타고있던커리도없어서주간지도안풀어보고잘모름...
-
안녕하세요 아직도 선택과목 개념 못 뗀 허수입니다 미적분 노베는 아닌데 개념에...
-
개신기함..
-
1일치 7문제 중 2,3개 뻬고 다 바로 풀면 나한테 맞는 난이도임?
-
중딩 때 쎈 풀면서 "이런 문제들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걸까. 어떻게 만드는걸까"...
-
평가절상은 배경지식 없이 못 뚫을 거같음 아 그냥 여타국의 가치가 달러보다 높으면...
-
작수 준비 썰 0
수학 실모가 친윤 패치된 것밖에 없어서 전년도(2023학년도)꺼 '뽑아'풀음
-
머리가 정보를 그만 넣으라고 외치는데.. 일단 다시 구겨넣으러 가봐야지..
-
가자가자가자가자 2
오늘 공부도 ㄱㅈㄱㅈ
-
하루는 국어 망쳐서 시험장 뛰쳐나오고 하루는 꿈에서 국어공부함
-
원점수 기준 1등급 컷 92 2등급 컷 88 3등급 컷 84 4등급 컷 78 5등급...
-
훌륭하신 과 배웠다 의 사건시가 일치하는 이유가 뭔가요? 저는 선생님이 먼저 훌륭한...
-
현역들이 이맘때쯤 궁금해할 게 뭔가요
-
유네스코 피램 0
피램 생전 1,2 / 유네스코 교재가 이미 있어서 그런데 피램 기출 8개년 대신...
-
수학 개념 부족한 채로 기출&n제 풀어도 괜찮나요? 4
지금 3등급인데 기출하고 있거든여 하다가 좀 막히는 개념 있으면 그때그때 채워도...
-
대성패스랑 메가패스 있어요 원하시는 걸로 공유해드려요 수능 전까지 서로 공유원해요
-
수학 n제 추천 1
3월2, 5월3, 6월4, 7월2 떴는데 풀만한 준킬러 n제 추천주세요 기출은...
-
고1이고 내신시험에 외부지문이 많아서 여름방학에 국어 피지컬 올리려고하는데 어떻게...
-
잠을 7시간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몸이 안좋을땐 밥이랑 잠이 최고지 않나
-
3000부 판매신화 기록 지구과학 핵심모음집을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
"영역 전개." 1
평가원 허리를 잘라버릴 핀셋 술식 ON
-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자신의 아들 휴대전화를 바로 찾아주지 않았다는...
-
대성에서 하란대로 했는데 오답률top5옆에 +버튼이 안뜨고 화면이 잘림..
-
올해 수능부터 '온라인원서' 허용…우체국 소포 분실 3일내 배상 9
전기차 급속충전기 2배 이상으로 확대…임산부 KTX 운임 40% 할인...
-
러시아! 라샤! 뭔가 군대노래 같았는데 밈처럼 쓰이는 것 같았음
-
생윤 킬러? 3
-
6모 50, 7모 47 받았습니다 고정 50 원하는데 어떤 강좌나 교재가 좋을까요?
-
유빈 아카이브에 제 모의고사가 올라왔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원래는 아예 올리지...
-
6모 50 , 7모 47 받았는데 도움 많이 될까요? 고정 50 원해서.. 아니면...
-
ㅈㄱㄴㅈㄱㄴㅈㄱㄴ
-
여기에 이런거 적는게 참 그렇긴한데..혹시 몸캠피싱 당해보신 분 있으신가요? 쪽지 주셔도 되구요
-
현자의돌은 커리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김종익 풀커리 타고있는데 뭔가 생윤 잘모르겠네요
-
퀄 ㅅㅌㅊ 인가요?
-
디카프 피셜 다들 개꿀사문합시다 ㅊㅊ: 옯에서 퍼간 포
사실 지방대 가면 인간취급 못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저 질문을 하게끔 만든건 저 질문을 하신 당사자분의 잘못이 아니라 질문자분 이전의 나쁜 관습과 그동안 방치되어온 나쁜환경의 잘못이 더 큽니다.
지방대에서 소위 이른바 명문대와 차별되고 더 뛰어난 교과과정, 입학 초기에는 실력이 모자랐지만 입학 후 빠른 시간안에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교과과정을 만들어 명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이루거나 넘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다면 대학서열화가 조금 완화되어 저런 질문을 안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지방대에서도 이런 사람은 소수겠지만, 상대적으로는 다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방대에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위험한 말일 수도 있는 것 압니다. 그런데 저 현역 때도 낮은 성적대 학생들 중에서는 이미 공부를 포기해버려서 지방대 중에서도 특히 낮은 성적대의 학교를 가야되는 상황이라, 성적은 안나오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보고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하냐면서 넌 어차피 안될거라고 깎아내리는 학생들이 조금 있었고 저 역시 성적은 안나오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중 한명이라 그런 학생으로부터 험한 말을 들은 경험이 있어서 특히 성적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대는 저런 학생들이 더 많을것이라는 차별의식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결론은 지방대의 인식을 바꾸려면 지방대에서 어느정도 명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이루려고 노력해야 하며, 차근차근 그런 노력이 쌓여갈 때 조금씩 조금씩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저런말 없이 조용히 있거나 타인을 배려해왔던 지방대생이라면 당연히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누적되어 온 것을 생각한다면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명문대를 가는 것이 확률 상 더 결과가 좋을 것이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일아침 따뜻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기출분석하다 막히는게 있습니다.(기출분석 자료 감사합니다 ㅎ)
1.
우선 문학에서 너무 답이 뻔한 것들(작년 시장과 전장 문제)에 대해서는 기출 분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의 한계 특이 변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ㅠ
정의나 변주에 대해서는 잘 찾습니다.
한계같은 경우 러더퍼드에 대해서는 이해되지만
지금 분석 중에는 잘 못찾겠습니다.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ㅠ
한계나 특이에 대해서 추상적인데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3.
17기출 5번 뚫었는데 뭔가 해도 찝찝한 느낌이 있습니다. 완벽히 했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뒷끝이 남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 찝찝함이 넘어갈때까지 다시 풀고 분석하고 반복하고 넘어가는 순서가 맞는거겠죠??
게시판에 적어주세요 ^^
지방대에 가면 사람 취급을 못받는가. 대한민국 사람이 대학에 대해서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면 저러한 생각을 비슷하게나마 다들 해보겠죠. 사회에서 요구하는 노력과 당연시되는 노력의 정도가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기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 사회에 발딛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 할 만한, 단순하지만 사회 전반을 꿰뚫는 질문이라고 생각되네요.
제가 감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적어도 당연함을 당연치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