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 쪽지

2017-05-16 02: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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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편지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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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아이들에게 보내는문자를 오르비에도 같이 공유합니다.예전에 방송사에서 주관한 문학콘서트에 갔다가 객원으로 초대된 김태원 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부활의 노래를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선율을 타고 흐르는 그의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기에 그의 출연이 많이 반가웠습니다.질문 시간이 되자 많은 이들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기타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숱하게 들은 질문이었는지, 망설임 없이 나오는 그의 대답에 새삼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기타를 잘 치고 싶은 사람은 쓰레기통에 집어넣어도 기타를 잘 친다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을 두고, 그는 자신의 대답을 끝맺었습니다.나는 대번에 저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습니다.아이들로부터 가끔 어쩌다 선생님의 길에 들어섰냐는 질문을 받을 때, 제가 하는 얘기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그때의 내 대답이그냥 그렇게 되고 말았다는 것.그냥 칠판에 글씨를 쓰는게 좋았고, 아이들과 어울리며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재밌었기에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집에 사둔 칠판 앞에서 끊임없이 독백을 했던 5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아이들과 밤마다 얘기를 하며 공감하고 서로를 배워가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작년까지만 해도 한달에 30만원을 벌지 못해, 5년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늘 쓰레기통에, 절벽에 있는 심정으로 살았지만 여전히 기타를 치고 있었던 것.아주 오랜 시간 많은 어른들이 진로 앞에 선 이들에게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대학에만 가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었고,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깨달으며 재미가 사라져버린 젊음들이 묻습니다.무엇이 재밌는 것이고, 무엇이 잘하는 것인가.제가 감히 대답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냥 기타를 치고 싶은 때, 마음대로 신나게 쳐보라고 말입니다.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다다르는 그곳.그곳이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이고, 그게 재밌고 잘할 수 있는 내 삶입니다.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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