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er [682223] · MS 2016 · 쪽지

2016-09-12 00: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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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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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삼반수네요
작년 현역때는, 저는 진짜 썹T말대로라면 진짜 상짱구나 다름 없었습니다
수미잡인데도 불구하고 6평좀 잘봤다고 기고만장해서 맨날 야자좀 하다 질린다 싶으면 피방가서 롤이나 하고
주말에는 학원에 가방들고 왔다 갔다가 피방만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당연히 수능도 광탈하고 6논술도 광탈했습니다
그냥 대학 가자라는 생각으로 지방대랑 전문대 간호과를 썼어요
그중에 젤 낮은 간호과는 백분위 15정도 낮춰 썼어요
후보가 26번이더라고요 그 대학이
작년 후보를 보니 60번까지 빠져서 붙었네 뭐 이러고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공장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거기서 같이 알바하는 형들이랑(우리 공장 알바 조건이 군필...엄청 빡셈..)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뭐 밥도 같이 먹고 이랬습니다
후보가 돌아가기 시작한 날 즈음이였나, 같이 하던 형이랑 이런저런 예길 나눴습니다. (열 몇시간씩 하루에 같은 행동만 반복하는데 예기도 안하면 미치고도 남을지경)
그러다 저희 아버지 예기가 나왔습니다
아무레도 제가 성에 안찬 대학을 가게 생겼으니 약대를 준비하겠다고 그 즈음에 아버지께 예기했어요
제 앞에선 힘내라고 하셨는데, 그형과 아버지가 남아서 잔업하실때는 절대로 안될껄? 감히 너따위가? 의 정도로 그 형한테 예기했나봐요

엄청 충격먹었습니다
와 어떻게 아버지란 사람이 뒤에서 아들뒷담을 까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는 따지기는 뭐해서..그냥 마음속에만 묵혀 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후보 돌리는 첫날에 올줄 알았던 전화는 기다려도 오질 않고...
그렇게 마지막날이 되도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엄청 속상해서 엄청 울었습니다
와씨 이딴 대학도 날 거부하냐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절 보시더니
그게 니능력이다 등신아
라고 혼내시더군요
그때만큼 맨탈 터진적도 없었을 겁니다
그냥 너무 ㅈ같아서 방문잠그고 후보확인을 눌렀습니다
1번
1번
1...번
와 X발
15퍼를 낮춰 썼는데
날짜를 보니 이미 마감이 끝났습니다
너무 비참했습니다
그뒤로 맨탈이 깨진체 공장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알바가 끝날때 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에겐 노력했다고 말해놓고
생각해보니 아닌겁니다
맨날 피방가서 롤만 쳐해놓고
남들 대학 잘갔다고 시셈하고
그애들도 피터지게 노력했을텐데
인간쓰레기도 그정도 인간쓰레기도 없었습니다
그뒤로 내자신이 너무 싫어져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마 자해도 몇번...한거같네요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께서 맨탈깨진 저에게 3가지 선택지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1.경찰공무원 시험 준비
2.서울의 직업학교
3.아버지가 하시는 유과공장 일 배우고, 물려받기

왜 재수라는 선택지는 없냐고 따졌습니다
아버지가 말하시더군요

노력도 안해놓고 뭔 재수냐

알고계셨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이 든거같네요
그렇게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있는 힘껏 다해보겠다고. 한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그렇게 재수생활이 시작되고, 재종반 다닐때는 5시에 일어나서 1시반정도에 자는 생활이, 독재학원으로 옮겼을 때는 청소아주머니가 7시에 오셔서 아마 3시까지 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손에는 어느세 굳은살이 베겨가고요
그런데도 6월, 9월은 저에게 꺼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모든 노력이 부정당한 기분이였습니다
어떻게 오르기는 커녕 계속 떨어지고..
같이 재수 시작한 한 친구는 맨날 피방가서 옵치하는데 성적 좀 잘나왔다고 문자로 자랑질에...
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9월이 끝나고 밥상에서 가족끼리 저녁을 먹는데,아버지께서는 9평망치고 상심하는 또다시 저에게 다시 그 말을 하셨습니다
그게 니 능력이라고
차마 어릴때 화가 한번 나서 밥상을 엎었다가 엄청 혼난 일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저릉 그대로 싱크대에 담구고 방에 들어와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 뒤로 정말 공부 미친듯이 한거 같네요
전국에서 9평부터 오늘까지 나보다 더한새끼 있으면 나와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했습니다
아마 거의 매일 밤을 센거 같네요..아침해가 뜨면 잠시 누웠으니깐

그런대도 불안했습니다

오늘 아버지와 내일이 수시 원서 시작이니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년에는 수시를 6논술로..밀어붙였지만 최저등급도 턱도 없기에...아버지깨서 생각해 둔 곳 있냐고 물었습니다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엄청 화내시더라고요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원서쓸 생각도 안하냐 작년처럼 원서 기간 놓칠꺼냐 라는 식으로(작년 건대 논술 쓸려 했다가 식중독 걸려서 앓아 누웠습니다..원서 쓸려고 창 띄우니 마감;)
수능 성적 반영되는 곳 쓰면 될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말듣고 엄청 화났습니다. 며칠 전에도 수시에는 수능 성적 자체라 반영되는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제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차마 말이 안나오라고요

아버지께선 생각없는 새X라면서 저를 엄청 혼냈습니다. 그러고선 전문대 수시 쓰라고 하시더군요
아마 이말듣고 정신이 나갔나본지, 담아두고 있던 말이 한번에 다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난 진짜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노력했고, 아버지도 그걸 잘 봐서 알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성적은 잘 뒤따르지 않았고, 올해까지 미친듯이 마저해서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한번 더 할꺼라고 그런 식으로 예기했습니다

아버지께선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삼수를 하셨고, 계대 무역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서울대를 나오신 당숙이 한분 계시는데, 그 분은 지금 사시와 행시..7금 9급 준비기간을 통틀어 20년을 공부하셨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재수하실때, 의대를 갈려고 4수 5수를 하시던 형이 있었는데, 결국 가지 못했고 지금은 막노동 하면서 산다고...
그런 예시들을 들어가면서 세상에는 능력이란게 있고, 니 능력은 한국의 입시에는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저를 규탄하시더라고요

저는 억울합니다. 이렇게 해왔는데, 뼈를 깎았는데도 성적이 이모양 이꼴이니 억울해서 못살겠어서, 올해도 망하면 결국 3수를 하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몇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1.대학은 올해 무조건 어디든 들어간다. 들어가서 수능준비하는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2.수능준비하는 비용은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어짜피 각오하던거라 별 상관은 없습니다

올해 되면 좋겠는데...참
능력이란건 하기 나름이란걸 증명해 보이고 싶은데

글이 두서없이 길어졌네요
좋은꿈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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