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9 00: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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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마녀썰<21> 버스에서 생긴 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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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썰을 목표로 했던 제 나이만큼 채웠네요

A군은 재수생이다. 그는 집을 가기 위해서 좌석버스를 타야한다.(빨간색 버스) 
사실 빨간색 버스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참 힘들다.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그렇게 힘겹게 버스를 타도 앉아서 갈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비싼 요금은 덤이다. 

그렇게 40분 정도 서서 힘겹게 집을 가면 그의 몸은 녹초가 된다. 
그러던 9월의 어느날이었다. 추석 연휴와 9월 모의고사를 앞둔 시점이라 모두가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을 이 시기.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길게 선다. 근데 앞에 있는 일행이 참 거슬린다. 
여자 둘이었는데 너무 시끄러운 것. 서로 오늘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A군에게는 늘 있는 일이라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근데 이번 일행은 좀 특별하다. 왠지 일행 중 1 명이 낯이 익는 것. 그녀가 중3 때 같은 반이었던 중학교 동창과 참 닮았다고 느낀다.  
'에이 요즘 여자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딴 사람이겠지'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잠시 중3 때 있었던 일에 대해 추억에 잠긴다. 
'중학교 3학년.. 참 질풍노도같았던 애들이 많았다. 학교를 안나오는 친구도 있었고 애들을 때리고 다니는 친구도 많았다. 그 시기 난 그저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고 그렇게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그렇게 공부하고 지금은 재도전을 하고 있다.. 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불량적이지 않았고 그 시기에 찾아보기 어려운 꿈이 있는 소녀였다. 그렇게 그녀 역시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서로 공통점이 많아 친했던 그녀... SNS를 통해 가끔 연락을 하긴 했지만 가끔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그 횟수는 적었다.. 만일 저 사람이 그녀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버스가 도착했다. 일행 중 한 명은 근처가 집인지 떠나고 A군이 동창으로 의심하고 있는 여자, B양만이 버스에 올라탄다. 하필 앉아서 가는 자리의 마지노는 B양까지였다. 혹시라도 뒤에 남는 자리가 있나 헤메다가 결국 A군은 서서가게 된다. 하필 중학교 동창으로 의심되는 B양의 앞에 서있게 된다. 
단어책을 꺼내면서 은근슬쩍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를 쳐다보는 A군. B양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단어책을 보면서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그녀의 정체를 알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아쉽게도 위에서 내려보는 상황이라 알 길이 없다. 
답답한 나머지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친구에게 톡을 건다. 
'잘 들어가고 있냐'
'ㅇㅇ 방금 도착 개피곤'
'나 아직도 귀가중이다' '근데 나 지금 앞에 중학교 동창이 있는 거 같은데' '어쩌냐'
'남? 녀?'
'여자'
'아는척 ㄱㄱ'
'ㅋㅋㅋㅋㅋ 아니면?'
'그래도 일단 여자면 ㄱㄱ'
도움이 안되는 친구다. 아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카카오톡 알림이 뜬다.
'혹시 0000번 버스 안이야?'
'!'
그녀다! 바로 A군이 중학교 동창이라 의심했던 B양!
뭐라고 답장해야할지 고민하는 A군. 핸드폰 데이터를 끄고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살며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단어책을 서서히 치운다. 그랬더니 B양이 해맑게 A군을 올려다 보고 있다. 


'잘 지냈어?'
'반갑다...'
'ㅋㅋ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해? 넌 여전하네 정말 ㅋㅋ'
'사실 재수하고 있거든..'
'아... 너가 재수라니ㅜㅜ'
'그렇게 됐어ㅜㅜ'
'난 도전하고 싶어서 겁이 나서.. 그냥 다니고 있어'
'아 그래도 잘됐다 야 축하해'
'그렇게 좋은 학교는 아니야ㅜㅜ'
'아...'
'ㅋㅋ 학원 이렇게 늦게 끝나는 거야?'
'응ㅜㅜ'
'야 근데 있잖아 나 오늘...'

마치 4년전으로 돌아간 듯 그들은 수다를 떤다. 대중교통 안인 점을 감안하여 조곤조곤하다 못해 소곤소곤 그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각자가 안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았던 그 때처럼, 서로의 꿈을 논했던 그 때처럼.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그들. 그들에게 있어 그 날은 단순한 중학교 동창을 만난 것이 아닌 4년 전의 또 다른 나를 만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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