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어 암기에 집착하지 마세요(1)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71184241
안녕하세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많은 분들이 영어를 손 놓고 공부 하지 않다가 6모나 9모 되어서 부랴부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작년 6모가 굉장히 어렵게 나오면서 대치동에서 6모 이후 기존에 마감이 아니던 수능 영어 강의가 마감이 되기도 했었죠.
영어가 쉽다면 다행이지만, 영어가 어렵게 나올 경우 수능에서 안정 영어 1등급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치만 여러분은 국어도 해야되고, 수학도 해야되고, 탐구도 해야하고....
해야할 게 이렇게나 많은데 영어에 많은 시간 투자를 하기엔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올해 수능처럼 영어가 어렵지 않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영어를 효율적으로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면 단어를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데 영어 단어장부터 사서 외우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년에 제가 관리형 독서실에 등원하면, 영단어장을 들고 한참을 외우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유튜브 같은 곳에서도 영어 공부하면 영어는 단어가 반이라고 단어 외우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말 100점을 맞을 수 있을까요? 이게 정말 효율적인 방법일까요?
영단어 무지성 암기가 비효율적인 이유
1. 영단어 암기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음
영단어를 외우는 것은 해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석만 되는 것은 문제 풀이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여러분이 국어 해석이 안되어서 국어 문제를 못 푸는 게 아니잖아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문장 해석이 되어도 전체 내용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수능 지문 단어 전체를 다 알아도 의미 없습니다.
2.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워도 모르는 단어가 있을 수 있음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영어 단어를 다 세면 수십만 개는 훌쩍 넘어갑니다.
수능 빈출 단어라고 해서 그런 것들을 외우면 상당수 단어는 해결할 수도 있지만,
모든 단어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외워도 여러분은 다시 외운 것을 까먹을 것입니다.
단어들을 계속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만 외워 놓은 단어는 수능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영어 단어는 문맥에 따라 사전적 의미와 다를 수 있음
수능 영어에 정말 자주 나오는 단어인 'practice'를 생각해봅시다.
어릴 때 본 영어 교과서에서는 'practice'는 연습이라는 뜻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수능에서는 연습보다는 관습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여러분이 다의어의 여러 의미까지 전부 외워버리는 게 아니라면 지문에서 practice를 보고 '연습? 이게 아닌 것 같은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영어 단어를 전부 알 수 없고, 영어 단어는 사전적 의미와 문맥적 의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1) 문맥 속에서 영어 단어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방법
2) 전혀 감이 안 잡혀도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
이 필요합니다.
**(주의 사항)
본인이
1) 영단어 일부를 모르는게 아니라 대부분/거의 모른다
2) 영어 해석 자체가 너무 힘들다. 엉망진창이다
이럴 경우에는 정석적으로 단어 암기, 문장 해석 연습이 필요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영단어를 모두(거의 다) 알지 못하더라도, 해석이 번역처럼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영어를 안정적으로 1등급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님은 영어 잘하나요? 영단어 많이 아는데 기만질 하는 거 아닌가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제 처참한 영어 어휘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https://www.orbi.kr/00071174395
이런 처참한 어휘력에 불구하고,
일주일에 약 2시간 영어 공부 투자 후
2025 6월 모의고사(2024 6월 시행) 1등급 (전국 1등급 비율 1.47%)
2025 수능(2024 11월 시행) 100점, 20분 조금 안되는 시간을 남기고 다 푼 후 수면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외의 학교에서 응시한 학력평가, 모의고사에서 전부 안정적인 1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1. 모르는 단어를 고유 명사 처리한다.
해당 단어가 지문 내에서 반복되고 주어, 동사, 목적어처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그냥 철수, 영희 등 고유 명사라고 생각하고 영단어 그대로 포함해서 해석합니다.
2.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간다.
그냥 수식어구, 나열, 반복되는 설명 등에 등장하는 단어라면 그냥 넘어가셔도 문제 없습니다.
영어지문은 잘 뜯어보면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 되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를 모르더라도 반복되는 다른 문장에서 지문 내용을 파악하면 됩니다.
또한 영어단어 뜻을 떠올리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립니다.
알긴 아는 단어인데 정확하게 바로 기억이 안나도 이런 방식을 쓰면 좋습니다.
작년 수능 문제들을 가지고 제가 어떻게 풀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빨간색: 모르는 단어를 표시 해놓은 것
(지문 표시 외에도 풀이법 정리하다보니 모르는 게 더 있어서 밑 지문 설명에 빨간 색으로 표시 했습니다.)
**주황색: 문제 풀면서 표시할 만한 중요한 부분 밑줄이나 지문 구조를 쪼갠 것
(괄호 치고 설명/반복이라고 써놓은 것들은 제가 지문 풀면서 표시하는 것들은 아닙니다만 편의를 위해 표시 해놓았습니다.)
2025 수능 20번 (EBS 기준 오답률 15위 밖 / 메가스터디 기준 오답률 17% (22위))
처음은 맛보기로 쉬운 문제를 봅시다.
We almost universally accept that playing video games is at best a pleasant break from a student’s learning and more often what prevents a student from accomplishing their goals.
-> 게임은 좋은 휴식이지만 학생들이 목표 달성하는 데 방해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내용입니다.
Games catch and hold attention in a way that few things can.
-> 앞 내용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게임은 거의 없는 것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집중을 사로잡습니다.
And yet once they have our focus, they rarely seem to offer anything meaningful to help students grow in their lives outside the games.
-> 마찬가지로 앞 내용 설명 입니다. 게임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While this may be true for many games, we are too easily ignoring a valuable tool that could be used to enhance productivity instead of derailing it.
-> 내용 반전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가치 있는 도구를 너무나 쉽게 무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치 있는 도구는 생산성을 강화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는 derailing 이라는 단어를 모릅니다. 하지만 it을 derailing 하는 대신 생산성을 강화 시킬 수 있다고 했으니 대충 그 반대의 의미라고 생각하고 넘어 갑니다.
Rather, it is desirable that we develop games / that connect to the learning outcomes / we want for our students.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가 학생들한테 배우길 원하는 것에 게임을 접목 시키는 게 좋다'는 것이네요.
This will enable educators to take advantage of games’ attention commanding capacities and allow our students to enjoy their games while learning.
-> commanding capacities 둘 다 무슨 단어인지 모릅니다. 단어를 모르면 그냥 저 단어 자체를 고유 명사 처리하고 넘어 갑니다.
이런 방식은 교육자들이 게임의 집중 commanding capacities의 이점을 챙길 수 있게 해주고 학생들이 배우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앞에서 게임이 집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강하다고 있으니까 games' attention commanding capacities 도 게임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이제 지문의 핵심 주장을 생각해보면, '게임을 학습에 접목 시켜서 게임의 특성을 활용하자'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선지를 보면 1번 선지가 딱 해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2025 수능 21번 (EBS 기준 오답률 58.1% (8위) / 메가스터디 기준 오답률 47% (9위))
맨 처음 문제보단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가져와 봤습니다.
The position of the architect rose during the Roman Empire, as architecture symbolically became a particularly important political statement.
-> 건축가의 위치는 로마제국 시대에 부상했다. 건축이 중요한 정치적 statement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글로 해석을 쓰면서 보니 모르는 단어가 더 있네요...
statement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고 particularly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수식어는 넘기고 명사는 고유 명사 처리합니다.
처음에는 이부분이 첫 문장이라서 중요한 내용인 줄 알고 표시 했습니다. 끝까지 읽고 보니 중요한 내용은 아니네요.
Cicero classed the architect with the physician and the teacher and Vitruvius spoke of “so great a profession as this.”
-> Cicero라는 사람이 건축가를 physician, 교사와 함께 분류 했다고 합니다. Vitruvius는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뭐라고 했네요.
physician이 물리학자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내과의사네요... 두 번째 사람은 뭐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다가 현타오네요. 저 따위가 영어 칼럼을 쓰는 게 맞는지...)
문제는 풀어야하니 계속 봅시다.
Marcus Vitruvius Pollio,( a practicing architect during the rule of Augustus Caesar),
recognized that architecture requires both practical and theoretical knowledge,
and he listed the disciplines he felt the aspiring architect should master:
literature and writing, draftsmanship, mathematics, history, philosophy, music, medicine, law, and astronomy ― a curriculum that still has much to recommend it.
-> 문장이 엄청 깁니다. 이럴때는 부연은 괄호 쳐서 날려주시고, 끊어서 읽으면서 주어 동사 찾으시면 뚫어 내실 수 있습니다.
이름이 긴 저 사람이, 건축은 practical 지식과 이론적 지식 둘다 필요하다고 했다네요.
그리고 aspiring 하는 건축가가 마스터 해야할 disciplines들을 나열 했다고 합니다. 어쩌구 저쩌구~ 필요한 내용 아니니 넘깁니다.
나열 뒤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넘어 갑니다.
All of this study was necessary, he argued,
because architects who have aimed at acquiring manual skill without scholarship have never been able to reach a position of authority to correspond to their plans,
while those who have relied only upon theories and scholarship were obviously “hunting the shadow, not the substance.”
-> 또 문장이 깁니다. 뭐가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걸까요?
다시 끊어줍니다.
manual skill만 익힌 사람은 position of authority에 닿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론이랑 scholarship 에만 의존한 사람은 “hunting the shadow, not the substance." 하다고 합니다.
지금 주장이 이론이랑 실무 둘다 갖춰야 한다는 것이니 저 밑줄 친 부분은 이론만 알고 실무를 모르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해당 내용을 보기에서 찾아보면 3번 'practical skill 없이 이상만 쫓는다'가 되겠습니다.
2025 수능 34번 (EBS 기준 오답률 73.2% (3위) / 메가스터디 기준 오답률 65% (2위))
쉬운 문제만 풀고 여러분을 속이는 게 아닌지 궁금해 하실까봐 34번 빈칸 채우기 문제도 풀어 보겠습니다.
Centralized, formal rules can .
-> 맨 처음 빈칸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formal rule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것 같죠?
The rules of baseball don’t just regulate the behavior of the players; they determine the behavior that constitutes playing the game.
-> 야구의 규칙은 그냥 선수들의 행동을 제한 하려는 게 아니래요. 규칙들은 행동을 결정한대요. 근데 그 행동은 경기를 하는 것을 constitutes 한다고 합니다.
야구로 예를 들어서 formal rules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 같습니다. 해당 예가 그래서 어떤 의미인지 보면 좋겠네요.
Rules do not prevent people from playing baseball; they create the very practice that allows people to play baseball.
-> 야구 예시의 결론 입니다. 규칙은 사람들이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practice를 만들어 줍니다.
A score of music imposes rules, but it also creates a pattern of conduct that enables people to produce music.
-> 반복입니다. 음악의 score은 규칙을 imposes 하지만 conduct의 패턴을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이 음악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Legal rules ( that enable the formation of corporations, / that enable the use of wills and trusts, / that create negotiable instruments, / and that establish the practice of contracting ) all make practices that create new opportunities for individuals.
-> 계속 같은 내용 반복입니다.
문장이 길고 나열이 있습니다. 끊어주세요.
대충 반복 되는 내용이 맞는지만 쓱 보고 넘어 갑니다.
And we have legal rules / that establish roles / individuals play within the legal system, (such as judges, trustees, partners, and guardians. )
-> 우리는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합법적 시스템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만드는.
True, the legal rules that establish these roles constrain the behavior of individuals who occupy them, but rules also create the roles themselves. Without them an individual would not have the opportunity to occupy the role. [3점]
-> 규칙은 개인의 행동을 제한하지만 역할을 만듭니다. 모르는 단어가 있지만 해석 안해도 됩니다. 어차피 반복되는 내용의 일부니까요.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Centralized, formal rules can .
규칙은 개인의 행동을 제한 하지만 역할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빈칸에 들어오면 좋겠죠? 지문 내내 반복된 내용이니까요.
5번 선지를 보면 facilitate 가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역할과 관습을 만들어내어 생산적인 행동을 facilitate 한다고 합니다.
facilitate가 촉진한다는 의미와 비슷한 의미면 정답이 될 수 있겠죠?
이렇게 선지에 있는 단어가 뭔지 모르겠을 때는 다른 선지를 보면서 걸러줘도 좋습니다.
1 categorize one’s patterns of conduct in legal and productive ways
-> one’s patterns of conduct를 분류한다? 분류한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2 lead people / to reevaluate / their roles and practices in a society
-> 사회에서의 그들의 역할과 관습을 재평가하게 하는 내용도 없었습니다.
3 encourage new ways of thinking which promote creative ideas
-> 새로운 생각의 방식? 갑자기 이게 뭘까요. 답이 아닙니다.
4 reinforce one’s behavior within legal and established contexts
-> 누군가의 행동을 강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5 facilitate productive activity by establishing roles and practices
-> 역할과 관습을 만들어내어 생산적인 행동을 facilitate한다. 이게 답이겠네요.
마치며
앞서 설명한 내용은 제가 지문을 읽을 때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지 보여드린 것이라서 해석 자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엄밀하게 해석하지 않아도, 단어를 몰라도 주요 내용을 파악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러한 방식으로 작성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2025 수능 오답률 1위 32번 문제 풀이와 함께 단어를 모르는 상태로 풀 때 주의해야할 사항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답글을 남겨드리거나 다른 칼럼을 준비 해보겠습니다.
또한 칼럼은 처음이라 개선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르비에는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저 따위가 감히 칼럼을 써도 되나 싶지만 열심히 써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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