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뚜김치껑 [1286993] · MS 2023 · 쪽지

2025-01-03 01: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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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삶(입시썰,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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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세종대 전남대 고민하다 전남대감

2.첨엔 ㅈㄴ후회하다 잘 지냄(만족함)

3.예비 25학번들아 행복해라


안녕 나는 05년생이고 작년 이맘때에 입시를 끝냈던 기억이 생각 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입시 이야기를 오르비에 적어볼게 필력이 부족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라..


일단 나는 광주의 일반고를 다녔는데 고1때까지는 꿈이 없어서 생기부도 대충 내가 좋아하는 과학, 특히 물리를 중점으로 적었어. 이후 2학년에 올라가니까 진로를 정해야겠더라고 그래야 공부의 방향이 잡힐 것 같아서. 

그때 친구가 토목공학과를 추천해줬는데 찾아보니까 공기업에 to도 많고 상대적으로 입시결과도 타과에 비해 낮아   상위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팔랑귀인 나는 토목공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세특도 그 분야로 적었지.


나는 공부를 게으르게 해서 내신이 3.2X대였어 하지만 물리만큼은 항상 1등급이었고 수학도 다른 과목보다는 높아서 종합을 노리기로 결정했지.

고3때는 확실히 과학과목이 석차가 안나오니 내신이 더 떨어졌어 4점대가 나왔으니 말다했지..


9월이 오고 원서를 쓸때는 담임선생님과 많이 상담을 했어.

사실 나는 지거국(경북대,전남대,충남대)을 원했어 공기업 의무채용이 엄청나니까..

근데 웬걸? 나를 오랫동안 보아온 선생님들이 무조건 서울로 가라는 거야

앞서 말했듯 팔랑귀인 나는 서울뽕을 맞고 원서를 대폭 수정했지


처음 희망대학 조사했을때 모든 대학이 국립대였다가(시립대,경북대,충남대,전남대,설과기)

최종적으로는


동국대 건축공 (걍 지름)

세종대 건환공

에리카 전자공 (담임쌤이 한번 적어보라고 권유)

설과기 건시공

전남대 기계공, 토목공 (일반,지역인재)  이렇게 원서를 넣었지


전남대 빼면 모두 학종이었어. 

서울뽕에 맞은 나는 무조건 설과기가 1지망이었어 학비가 저렴하잖아ㅋ


수능보기 1주전에 동대랑 세종대 1차가 나왔는데 동대는 광탈이었고 세종대는 합격이었어

세종대가 선발인원이 6명이었는데 내가 3배수 안에 들어간거야

학생부 등급이 2점대 중후반대라 광탈할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때 부모님이랑 같이 있었는데 대학 붙은것 마냥 소리지르고 부모님 끌어안고 그랬지 ㅎㅎ..


수능이 끝난 그 주 주말에 세종대 면접이 있었는데 서울가는 기차안에서도 생기부 보던 기억이있네..

면접장까지는 친누나랑 같이 갔어 (누나는 시세무임ㄷㄷ)

면접장에서 기다리는데 분명 18명이 와야하는데 14명만 온거임 

잘하면 붙겠는데? 망상도 했지


세종대에는 양자원자핵공학과가 있는데 그 과를 복전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술자가 되고 싶다는

그런 포부로 면접을 봤었지. 

분위기는 너무 편했어 행특에 '물리덕후'가 적혀있었는데 그거 보시고 웃으시더라고

물리질문도 운좋게 공부한거에서 나와서 자신있게 대답하고 후련하게 면접장을 나왔지


그리고 수능 끝난 다음날, 세종대가기 이틀전에 설과기 1차가 나왔어

합격이었지 근데 별로 안 기쁘더라?

세종대가 됐으니 당연히 될 줄 알았던거지 


설과기 면접은 세종대 면접 다음주였어 

면접은 진짜 못봤어 버벅거리고 꼬리질문에 답도 제대로 못했지. 면접관들이 그렇게 무서운줄 몰랐어..

면접장을 나오고 든 생각은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


그래도 이왕 광주에서 서울까지 왔으니 놀다 갔지 맛집도 가고 오랜만에 경복궁도 가보고

신나게 놀다 집으로 돌아갔지


수능도 끝났고 할일이 없으니 계속 신나게 놀았어 그러다가..

수시발표 하루 전날 새벽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이미 암 말기셔서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막상 염할때 할아버지 보니까 눈물이 줄줄나더라


아무튼 수시결과를 장례식장에서 확인해야했어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봤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었지.

2시에 설과기 발표였는데 우주예비를 받았어

눈앞이 깜깜하더라고


전남 기계는 예비46번 에리카는 탈락(예비 없었음)

다행히 전남 토목은 최초합이었지

재수는 면했다는데 안심했지


세종대 발표는 누나가 먼저 확인했어

나는 자실망연해 있었거든 설과기도 안됐는데 그게되겠냐?


근데 결과를 본 누나의 표정이 의미심장해

그러더니 결과를 예상해보래

'합격이야?' 

'ㄴㄴ'

'그럼 예비 1번?'

'어캐 맞췄노'


와 이게 예비 1번이 뜨더라고 

근데 엄청 기쁘지 않더라?

세종대 학비도 비싸고 토목과라 취업이 유리한것도 아니고 마음이 복잡했지

부모님도 내 마음을 알고 계셨어


장례식도 마치고 광주로 돌아와서

아버지가 따로 불러서 하는 말씀이

'너 서울가도 학비나 생활비는 지원해줄 수 있다. 그러니 네가 전남대를 가던지 세종대를 가던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신중히 고민해서 선택해라.'


쉽게말해 돈걱정 때문에 세종대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이었어.

그 다음주에 나는 세종대를 등록했어.

근데 전남대 기계의 예비번호의 상태가?!


처음에는 46번인게 30-15-10으로 줄더니 4차때는 5번이더라고 

나는 무조건 전화가 올거라고 예상했지

그때 나는 인생일대의 갈림길이 왔다고 생각했지

서울로 갈것이냐 광주에 남을 것이냐


내 선택은 전남대 기계공학부였어.

가족 모두가 놀랐지.

싼 학비와 통학가능한 거리, 준수한 취업률 이게 무시 못하겠더라고


그런데 개강을 하고나니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집에서 밥먹고 이게 고등학교때랑 똑같은거야.

sns에서 서울에서 많은 인프라를 누리며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그때 깨달은거야

'뭔가 잘못됐다.'

내가 고등학교 때 세특을 비롯해 노력한 비교과활동과 면접이 다 물거품이 된걸 안거지


그리고.. 전남대 24정시 기계입결은 그야말로 대형 펑크가 났어..

그때부터 정말 학교 다니기 싫더라고

다시 생각하면 자기도 내신 낮아서 전화받고 온 주제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아무튼 몇달동안 자만과 후회에 가득 차있던것 같아..

그래서 막 반수한다고 설쳐댔지. 대학 동기들이랑도 거리를 두고 자발적 아싸가 되버렸어..


그래도 1학기는 다녀야하니 펑크를 기회삼아 학점을 좀 따려고 했지

그 결과 4점 초반의 학점을 받았어 장학금도 받았지

'어? 다닐만한것 같기고한데?'


후회가 없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 부터 근시가 심했어 -12디옵터더라고

-13디옵터 부터는 공익인데 아깝게 3급이 떴어

3급받자 마자 나는 부모님한테 눈 수술을 시켜달라했어


알만한 사람을 알겠지만 이정도 시력은 라식,라섹,스마일 모두 불가능해

각막이 너무 두껍거든

나같은 고도 근시한테는 단 한가지의 수술 밖에 없었어

'렌즈 삽입술'


근데 이 수술에 쓰이는 렌즈가 수입을 해와야 하는거라 수술비가 엄청비싸

보험도 안되고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거의 5백이 들어


나는 ㅈ경에서 벗어나고자 당당하게 수술을 시켜달라했고

부모님도 흔쾌히 승낙해주셨고 지난 7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

그때부터는 진짜 행복하더라


만약에 서울에 갔다면 엄두도 못냈을 수술을 했으니 말이야

그때부터는 반수는 포기하고 (어차피 했어도 실패했을 듯..)

2학기는 진짜 긍정적으로 학교를 다녔어.

대학동기들이랑도 어울리고 동아리도 들어가고 장기자랑도 나가고..

진짜 대학생활을 한거지


지금은 해군 입대를 앞두고 ㅈㄴ 놀고있어


예비 25학번 여러분 대학원서는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선택은 훨씬 더 중요해

대학이 후회로 남으면 시간낭비가 엄청나기 때문이야

그러니 잘 고민해보고 대학을 정하면 좋겠어


만약 만족 못하는 학교를 가더라도 나처럼 좋은일이 생겨서

충분히 만족할 수 도 있고

무슨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세종대나 전남대나 뭔 좋은대학도 아니고 유난떠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대학은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큰 사건인건 분명하니까

너그러이 생각해줬으면 고마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지?

앞으로의 여러분의 선택에 행복이 깃들기를!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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