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욕해주세요(한탄글)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70539728
고등학교 시절엔 눈은 높아 학벌주의에 찌들었지만,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너무 좋았고 공부를 하러 학교 자습실에 가도 친구들과 놀기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하는둥마는둥 하던 때,논술이란 제도를 알게 되면서 논술이 내 성적으로 갈 수 없는 대학을 보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논술 공부와 수능 최저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했었다.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현역 첫 수능을 봤고 결과는 대폭망. 논술 최저는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고 난 그 충격에 빠져 최저 없는 논술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러갔다. 결과는 6광탈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공부는 드럽게 못하지만, 명문대에 갈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하여 수능 전에도 정시 성적으론 가지도 못하는 대학인 건대를 보내줘도 안간다는 망언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정시 기간이 되었고, 난 멘탈이 박살났기에 부모님이 쓰라는 서울에 있는 전문대 몇 곳을 썼다. 이때도 정신을 못차렸기에 가나다군은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를 썼다. 결과는 당연히 전문대만 붙었다.
이때까지도 내가 명문대를 못간다는 것이 실감이 안났다. 내가 체감을 하기 시작한 건 입학식 날이었다. 친한 친구 중 대학을 간 친구들은 모두 인서울 명문대를 다니고 그 학교에서 입학식을 치뤘다. 그때문이었을까 입학식 날 실감을 함과 동시에 엄청난 비교와 자기비관으로 안그래도 입시 실패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스스로 더 후벼팠다.
이런 나날을 보내던 도중, 이렇게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수능을 한번 더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은 편입을 권유하셨지만 이 학교에서 2년이상을 다닐 수 없었다. 나는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4월 쯤 재수를 시작했다.
초반은 누구나 그렇듯 열심히 했다. 하지만 작년 입시로 인해 상한 몸과 마음이 아직 다 낫지 않아서 일까 아님 내 머리의 한계인 것일까 내 의지의 박약인 걸까 6모가 끝나고 공부가 안됐다. 국어,영어,수학 강의도 튕기고 글도 안 읽혔다. 이렇게 되자 난 그나마 내가 제일 자신있는 사탐을 했다. 하지만 탐구도 튕기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멘탈이 터졌다.
하지만 쉬는 것이 두려웠던 재수생이었기에 편안히 쉴 순 없었다. 그냥 이상태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공부를 했고 이 상태로 수능을 봤다.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은 하지 않았고 논술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수능성적 통지날 작년 성적에서 탐구만 소폭 상승한 결과를 얻었다. 억울했다. 기가 찼다. 작년보다 몇배로 열심히 했는데 사설에선 1~2등급을 계속 찍었는데 왜 수능만 역대급으로 망치는 걸까, 답답했다.
성적표를 받은 난 논술 최저를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음에 멘탈이 터졌지만, 유일한 최저없는 논술인 연대에 기대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연대 논술을 떨어졌다. 현타가 세게 몰려옴과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걍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왜이럴까 라는 생각까지
많은 생각을 했지만 얻은 결론은 초라하다. 난 그냥 수능에선 성공할 수가 없나보다. 행복해질 수 없나보다. 노예가 마님에게 마음을 품어도 품기만 할 수 있을 뿐 가질 순 없는 것처럼 나와 명문대가 딱 그런 관계인 것 같다. 솔직히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더 좋은 머리를 물려주셨더라면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더라면 하고, 하지만 이 생각은 곧장 접기로 했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미어졌기에. 그냥 내가 병신인거다. 그랬기 때문에 실패한거다. 난 어짜피 안될 놈이었으니까
이젠 수능판을 떠나려한다. 난 재능없는 병신이니까. 3수를 하고 싶지만 무섭다. 버틸 몸과 정신,마음도 남아있지 않다. 부모님에게 3수를 부탁하기 미안하기도 하다. 그리고 수능으로 성공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도 없다. 이제야 깨닫건데 수능은 명문대에 가지 못한 내가 부리는 객기에 불과했고 현실도피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젠 이 객기와 현실도피를 멈추고자 한다. 장미를 움켜쥘 때도 아픔을 느끼지만 장미를 내려놓을때도 손에 박힌 가시가 빠지면서 아픔을 느낀다. 수능이란 예뻐보이는 장미는 시작할때도, 과정중에도 아픔을 안겨주고, 내려놓는 마무리에서조차 아픔을 안겨준다. 이는 장미의 아픔을 알면서도 예쁨에 현혹되어 무리하게 꽃을 잡은 내가 받는 벌로 생각하고 아픔을 받아드리려 한다.
누군간 수능이 그정도냐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명문대에게 목말랐던 나에게. 하지만 태어난 신분을 극복 못하는 노예처럼 난 명문대에 갈 수 없는 태생인가보다. 그럼 그 태생을 인정하고 맞춰사는게 세상의 이치겠지. 이젠 이 이치에 맞춰 조용히 살아가야겠다.
p.s) 글 쓰는데도 엄청난 재능이 필요함을 느꼈다. 난 재능이 없어 쓰면서도 애를 먹었고 잘 쓰지도 못한거 같다. 하지만 글 말고 한탄의 일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 글이 이상해도 많은 이해 부탁드려요. 스스로에게 한탄하는 글이라 내용이 좀 무겁습니다. 그냥 이렇게라도 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봤습니다. 과도한 욕설은 자제 부탁드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글을 시작하기 앞서, 만약 재수한다면 전액 내돈내산재수 현역3모 55412 6모...
-
서로 존중하면서 토론하면 안 되나.... 적어도 어느 입장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
둘다 붙으면 어디가 낫나요 상경계열 지망한다는 전제 하에
-
코딩 딱히 해본 적 없고 확실하게 뭔하는 진로가 없고 그냥 대기업 가고 싶으면...
-
부모님이 할거면 낮에하라고 하시네요 밤에 하는사람들은 빚이있거나 투잡해야하거나 뭔가...
-
안녕하세요. 군대 전역하고 뒤늦게 정신차리고 수능 보게된 틀딱입니다... 현역땐...
-
취업을 목표로 하고있는데 어디가 좋나요?
-
가천 경기 상명 명지등ㅇ 대학이 탐구 하나 빼고 들어가는걸로 알고 있어요 탐구 하나...
-
수시도 전반적으로 한서대 때문인지 엄청 올라서 정시도 엄청 오를거 같은데, 이미에...
-
설사범(수학이나 물리)입학해서 정출연에서 연구개발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
공군 운전면허 0
공군 지원할 때 운전병 아니라도 운전면허 따놓으면 가산점 있나요?
-
오르비나 다른 입시 사이트 밖에 없나요?
-
악영향 있을까요?
-
뭐가 더 나은 간판인 거 같음? 수능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건 중앙대이고 한예종...
-
의대 공부가 쉽다는둥 딸깍 거리면서 후려치는 거 보면 좀 그렇더라.. 의대 공부...
-
둘다 붙으면 어디갈까여 15
시립대 행정vs이대 행정 원래 여고여대보다는 공학이 잘 맞고 학비 싼 시립대 가려고...
-
국어기준 지역은 인천인데 수요 있을만한 성적이나 학교가 어느정도 일까요 24수능...
-
안녕하세요. 건강행복의료회입니다. 우리 의료회는 [지역 의료봉사/학술대회/의료계열...
-
특강 및 멘토링 0
안녕하세요. 건강행복의료회입니다. 우리 의료회는 [지역 의료봉사/학술대회/의료계열...
-
제목대로 수의사나 수의업계에 대해서 아시는 분 계신가요??? 여쭤볼 게...
-
서경대 미래융합 (도시공학) vs 지방 5년제 건축 1
미대 준비하다가 실패해서 수시로 다시 넣었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순천향대 홍세 건축...
-
내신으로 건동홍정도 보고있는데 정시도 생각은 하고있어요. 근데 제가 이과대학(최종은...
-
아니죠?
-
00년대후반~10년대 중반 입결 궁금.. 재학생 친구 말론 학부는 중경 로스쿨은...
-
서울대 무조건 나와야 하나요? 주변에서 지거국 교수들 다 서울대 출신이라 그래가지고...
-
보통 대학 입학 전~~졸업까지 뭘 하고 진로가 어떻게 되시나요?? ++) 자신이...
-
페닥 수의사 연봉 12
수의대 갓졸업 인턴 연봉: 4000만원 석사졸업 또는 현장 경험 4년차...
-
힐링 영화 추천 4
옛날에 학교에서 보여줬던 영화인데 똑똑한데 싸가지 없고 잘생긴 포지션의 청소부 학생...
-
키워드 하나 눌러서 게시글 몇개 봤는데 댓글들이 ㅈㄴ 가관이네 ㅋㅋㅋㅋ 커뮤에서는...
-
새벽에 올린글에 댓글도 많이달아주시고 쪽지도 많이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20살에...
-
수험생활시절 많은 도움을 얻었던 오르비 시간은 흘러 어느덧 28살이되었고 좋은학교...
-
블라인드가 진짜 성향이 다양한 어플인데 저 정도 몰표 나오는건 처음본 것 같네요...
-
집이 빵빵해서 낭만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면 어디 가고 싶음? 난 설물천 물리학전공
-
이번에 수능 망친 분들... 혹은 앞으로도 수능 잘 쳐서 의치약 혹은 기타 전문직...
-
제가 제목에 떡밥 뿌리고 글 전부 다 읽어야지 알 수 있게 하는 뉴스 기사 같은...
-
수학 교사한명이 수1 수2 미적 확통 기하 다가르치나요 아니면 선택과목마다 담당교사가있나요??
-
안녕하세요 저는 일개 서강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재학중인 학부생입니다! 혹시나 이제...
-
연대 고대 약대 메디컬
-
삼반수에 대하여 2
(요약 있습니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라 제가 아주 아끼는 친구 얘기입니다 (저는...
-
삼성전자 역대급 위기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음롯데그룹 심각한 위기로 인해...
-
신성한 노동의 현장으로 렛츠고
-
12월 입대예정인데 고민도 많이되고 상담해주실 분들 구합니다..
-
작년 수능수학 6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린거로 초중등 수학과외하는데 문제 없겠죠? 5
원점수 81점 2등급 놓쳤도르인데 안되나
-
정보시스템 입결이 훨씬 높은거같던데 차이 많이나나요? 그리고 각각 졸업하면 보통 뭐하고 사나요?
-
조교 지원 1
인강 쌤 조교 지원하려고하는데 조교 지원서 무조건 구체적으로 써야하는건가요??
-
부모님께서 저 보고 계속 그냥 아무대학 아무과나 가래요ㅠㅠ 저 혼자 고대 교과부터...
-
조언 부탁드립니다 미적 사탐이고 고2 때 필수본으로 물리를 한 경험이 있는데 물리가...
-
서울대 낮공 or 농생대 vs 연세대 화공 서울대는 추합 가능할 거 같고 연대는...
-
의료계열(의사 간호사 약대) 지망생 진로 코치 강의 - 부탁으로 올림. 0
안녕하세요. 건강행복의료회입니다. 우리 의료회는 [지역 의료봉사/학술대회/의료계열...
감사합니다
명문대 어차피 가도 별거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상처를 토대로 자기이야기를 할수있는 님이 더 가치있고 지금 살아가는 현실부터 바꿔보자 하면 돼요.긴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부터 미래의 멋진 나를 상상하면서 하나하나 바꿔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