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 [998976] · MS 2020 · 쪽지

2024-09-18 00: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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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행정법에 대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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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은 생각보다는 굉장히 어려운 과목입니다. 





법과대는 물론, 로스쿨 기준의 커리큘럼상으로도 행정법은 비교적 후반부에 다루어집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적인 학부와 로스쿨의 커리큘럼 기준으로는 민법이나 형법, 헌법,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등을 다 공부한 후에야 행정법을 공부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정법은 민법, 형법 등의 과목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너무나도 당연한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행정법을 공부하시는 분들의 거의 절대다수는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는 분들이고,

이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은 차지하는것은 9급 응시생들이고, 


이들의 대부분은 법학은 커녕 수능 정치와법 수준의 법학개론조차 모르는 케이스가 거의 대부분인데 


하필이면 그 첫인사행정법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있는 행정법 수험서를 아무리 열심히 꼼꼼하게 정독한다 하더라도, 


(모 행시 재경직 1차 한번에 뚫은 오르비언 정도의 가히 천재적인 레벨이 아닌이상에야. 그리고 이런 분들은 애초부터 9급은 커녕 7급으로도 들어오지 않겠죠),


그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사시,변시 뚫은 현직 법조인 분들께서도 많이들 공감하시는 내용이기도 하구요.








또 행정법은 처음부터 맨 뒤의 내용과 결부된 내용들(예 : 소송요건, 입증책임 등)이 등장하는 특이한 과목입니다. 


수학처럼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개념들을 토대로 복잡한 개념으로 차근차근 옮아가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한참 뒤에 가서야 그 정의를 처음 배우는 개념들이 배경지식으로 섞여 있는 문장들이 책의 맨 앞에서부터 서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법 자체만을 놓고 보았을 때도, 행정법을 끝까지 한 번 다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앞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기가 느끼기에 정확하고 꼼꼼하게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더라도, 아직 n회독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정말 매우 높습니다.






또 행정법은 매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개별법들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작용들과 관련된 판례들을 다루면서도, 그 전문적인 내용들의 세부적인 사항이 학자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사실 학자들도 잘 모릅니다. 


학자들의 관심사는 그 행정작용들의 배후에 있는 일반화된 원리입니다. 


따라서, 모르는 단어와 모르는 제도들이 튀어 나올 때 당황하는 것은, 행정법 공부에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법 교과서에는 매우 많은 전문적인 제도와 구체적 행정작용들이 등장하는데, 그것들은 학계와 판례가 일반화해 놓은 원리들이 적용되는 국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시에 불과합니다. 


행정법은 각종 생판 듣도보도 못한 개별법의 판례들을 던져주며 결론을 외웠는지 외우지 못했는지를 물어보기 때문에,


마치 개별 판례들에 등장하는 전문적인 제도와 구체적 행정작용들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이 판례의 배후에 우리가 일반화 해놓은 어떤 법리가 있냐?’, ‘

이 판례는 어떤 맥락에서 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냐?’ 


이것이 출제위원으로 들어가는 학자들이 물어보고 싶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갑종근로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세무 행정의 관례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그 근거였던 시행규칙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지 못하다면, 그로 인하여 그 무효인 규정의 내용이 행정관습법으로서 정당화 될 수는 없는가?



라는 지문이 있습니다. 


이 지문을 보면서 ‘갑종 근로소득세.....아.. 배운적 없는데.. 교수가 또 미x돌았네’ 이러면 안 됩니다ㅋ 

 

이 판례는 행정법 수험서에 법률유보의 원칙 부분에 나옵니다. 관습법은 침익적 작용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맥락에서 대법원도 그렇게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예시 판례입니다.


따라서 


① 이 판례의 내용을 아주 정확하게, 일전에 각인시켜놓은 적이 있어야 하고, 

② 관습법은 침익적 작용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일반론이 떠올라야 합니다. 

③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갑종근로소득세(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행정법 시험중 가장어려운 국회직도 80이하로 내려가본적은 없지만, 아무튼 저도 이게 뭐하는 법인지는 자세히 모릅니다)라는 과세작용은 별도의 규정이 없이, 행정관습법에만 근거해서 부과될 수는 없습니다. 

④ 따라서 이 선지의 결론은 '할 수 없다'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7급,9급 공무원 시험 수준에서는 법리적으로 완전하게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각종 절차법(ex.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국제법,공직선거법 등의 개별법처럼 학설이나 지엽 위주로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닌, 누가 얼마나 더 많은 판례를 섭렵하고 있느냐?에서 갈리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편입니다.




오히려 지엽적인 내용은 7급 공무원 수준이 훨씬 심하며, 각론이 아닌 총론 한정이지만 오히려 '행시'만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9급 시험 문제이지만, 변호사 출신 현직 강사들조차 처음봤다고 말할 정도로 절대 맞출 수 없는 초초초슈퍼 지엽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예. 2024년 국가직 9급 과징금)



다만, 7급이든 9급이든 어쨌든 객관식 시험인 이상 소거법이라는 테크닉으로 정답을 골라내는건, 


지엽이 아닌 리딩판례라 하더라도 법리와 관련 쟁점을 아주 자세하게 이해해야만 겨우 과락을 면할 수 있는 행시 주관식 문제에 비하면 매우 수월한 편이죠. 어쨌든,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냥 점수만 잘 받으면 그만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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