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실모를 많이 푸셔도 되는 경우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69104767
2주 전에 수학실모를 적당히 풀라는 글을 쓰다가 끊어졌는데,
이어서 써보려 합니다.
그 사이 9월 평가원이 시행되었는데, 이번 9평 수학 어떠셨나요?
돈을 좀 쓴 느낌이 드나요?
그보다는 너무 쉽고 성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최근 평가원에 비해서도 조금 더 쉽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평가원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이며
(15수능이나 16학년도 9월 수학 B형정도 난이도로 보입니다.)
평가원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이와 같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지않고 출제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보기에 평소보다 조금 더 쉬웠던 것만 감안하면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다만 시중 수학 실모들이 경쟁적으로 학생들의(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건질만한 문제들을 한 세트에 너무 많이 수록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와 비교하면 평가원 시험이 너무 부실해보일 뿐이죠.
수능날 우리가 풀어야 하는 시험지는 사설 업체에서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원에서 출제한다는 점,
그래서 시험지 스타일을 우리에게 맞춰주지 않으며,
어떤 스타일로 출제될 지 섣불리 예측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즉, 어떤 시험지를 던져주더라도 내 실력을 그대로 점수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1컷 80점인 시험에서 백분위 96을 받는 능력과
1컷 96인 시험에서 백분위 96을 받는 능력은 아예 다른 것입니다.
시험범위와 단원 별 출제 비중만 똑같은 시험지일 뿐이죠.
1컷 80인 시험에서 80점을 받아놓고
1컷 96점인 시험에서는 실수를 많이 하거나 그정도로 난이도 차이를 크게 못느껴서
96점보다 훨씬 낮은 점수가 나오는 학생도 있구요.
반대로 1컷 96인 시험에서 96점을 받아놓고
1컷 80점인 시험에서는 준킬러들에서 쭉 막혀서 50~60점대가 나오는 학생도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예시를 어려움/쉬움에 대해서만 들었는데,
시간이 되신다면 제가 썼던 아래 두 글을 같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수학시험지의 mbti: https://orbi.kr/00062390133
수학시험지의 mbti 결정법: https://orbi.kr/00062457128
그렇다면 건질만한 문제들을 가득 수록한 실모들은 단점만 있을까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장점도 있는데요.
하지만 이는 주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해당합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최상위권이란
평가원 및 사설 시험에서 웬만하면 백분위 99는 나오는 정도입니다만...
물론 실력이 꼭 성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읽어보시면서 본인에게도 장점이 맞다고 생각하면
최상위권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1. 우선 실모 한 세트를 푸는게 재미있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문제들이 많은 평가원과 달리
웬만큼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수학 실모를 풀다보면
(주로 어렵고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유형으로서, 수학시험지 mbti로는 H__L 유형)
머리도 좀 써보면서 재미있게 전범위 복습이 가능합니다.
2. 집중이 잘 됩니다.
N제와 같이 다른 교재들을 풀 때보다,
100분동안 실전처럼 실모를 풀면 집중이 잘 되어서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3. 어렵게 나오는 시험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년 넘게 절대다수 시험에서 'N'유형으로 나왔다고 해도
언제든지 'H'유형이 급습할 수 있죠.
4. 모래주머니 효과가 있습니다.
같은 난이도여도 수능은 긴장이 되어서 체감상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는 수능에서만 느낄 수 있죠.
대신 실제로 어려운 시험지를 풀면 모래주머니 효과가 있어서
체감상 더 실전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다들 이렇게 느끼실거예요.
1. 우선 실모 한 세트를 푸는게 재미있다기보다는 벅찹니다.
복습까지 마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죠.
2. 집중이 잘 안될겁니다.
여기저기서 턱턱 막히다보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죠.
집중을 해보려고 해도 계속 튕겨져 나옵니다.
3. 어렵게 나오는 시험을 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맞는데...
이것은 어려운 시험지를 복습까지 다 마치면서 꾸준히 소화했을 때의 이야기이지,
무리하다보면 수학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학공부량 자체가 줄어들거나 심지어는 포기에 가까운 수순을 밟게 되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죠.
4. 모래주머니 효과가 아니라...
평가원, 수능보다 살짝 더 어려운 수준이면 모래주머니 효과를 노릴 수 있지만,
주로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쇳덩이를 매고 있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실전연습이 거의 되지 않아서 타이머를 끄고 N제처럼 푼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맞춤제작된 시중의 수학 실모들은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우선 실전처럼 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구요.
설령 실전처럼 풀 수 있다고 해도,
수학시험지의 16가지 mbti중에서
주로 HRSL (어렵고 준킬러가 많으며 신유형을 기피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욕하는)
스타일 위주로 훈련하게 됩니다.
이는 2008~2010년에 평가원 시험지들 스타일과 비슷한데요.
수능이 다시 이런 스타일로 출제되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출제되고 있고,
출제될 확률이 높은 스타일들에 대한 시험지를 100분동안 다루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물론 다양한 스타일을 연습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선순위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잠깐 말씀드렸지만 똑같은 수학영역 시험지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시험지에 대해 내 성적(백분위)는 천차만별로 찍힙니다.
가령 요즘 실모들 미적분 28번 어렵게 내고 있는데,
수능날은 갑자기 28번이 쉽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가령 1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인 어떤 수험생이 28번은 포기하고,
나머지 문항들을 최대한 맞히는 것으로 전략을 세워서
실모들도 그에 맞춰서 연습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다가 수능날 마주한 28번이
1. 쉽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아까운 4점을 날릴 수 있고,
2. 눈치채고 풀긴 했더라도 이는 남들도 마찬가지일테니,
동일한 백분위를 얻기 위해서는 거기서 세이브한만큼 다른 문제들을 더 많이 맞혀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자체가 너무 낯설어서 리듬이 깨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15번이나 22번이 예전처럼 킬러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죠.
실모도 그에 맞춰서 훈련했다가 갑자기 수능은 15번이 만점방지용으로 무척 어렵게 출제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1. 그 15번을 반드시 맞혀야 한다고 계속 붙잡고 있다가 시간만 날릴 수도 있고,
2. 풀 수 없는 문제임을 눈치채고 다른 문제로 빨리 피신했다고 하더라도
평소 맞히는 연습을 했던 문제를 손도 못썼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고,
이러한 상황 자체도 너무 낯설어서 멘탈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론은,
지난 글에서의 제목과 달리
수학 실모를 다양한 스타일로 많이 풀 수 있다면 이를 추천합니다.
각각의 상황에 대해 100분을 어떻게 활용할 지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죠.
다만 수능은 나에게 맞춰주는 시험이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실모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계속 떠올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수학 실모들이 보여주는 특정한 스타일에서만 실력발휘를 할 수 있도록 뇌가 굳어져서
위의 예시와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이런걸 잘 못해서
(맹목적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의 추천을 따르거나, 소비자로서 나에게 맞춰주는 실모만 풀고 싶어해서)
그럴거면 오히려 수학실모를 많이 풀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뜻이었구요.
적어도 실전에서는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테니까요.
'실전'모의고사인만큼 실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0 XDK (+1,000)
-
1,000
-
[속보] 합참 "우리 군이 북측에 무인기 보낸 것 없어" 4
북한이 조금 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를 통해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심각한...
-
1컷 90 2컷 85 이정도려나
-
25분컷 44점!
-
징병됨? 발로도 브론즈 1인가 그러긴함 ㅇㅇ 참고로 옵치 시즌2부터함
-
머리카락이 지성지성 하면서 사과하고 다님 내일은 머리 감아야지 ㅎ
-
지금 안 가면 이 꼴 난다 ㅉ
-
괴로움에 해방되어 심장이 다시 뜨거워 질려나 기만자를 배척하고 수능이 다가오니...
-
9모 4등급인데 항상 10번 정도부터 막힙니다 3등급이 목표라 10.11.12번...
-
47/50/50점 역시 좋네요 시즌4도 기대하겠습니다
-
21살 3수생 미필 끌려감?총은 배그랑 옵치로만 쏴봄
-
의외로 하나씩 꼭 틀리는데 막판에 해야하나
-
흠
-
죽은 와이프 생각하다가 새여친 생각하는 새낀 진짜 ㄹㅈㄷ
-
개웃김 ㅋㅋㅋㅋ
-
내년부터 확통 빡세게 하고 공통은 엔제돌리고 드디어 사탐공부하도하고.. 올해까지...
-
6~9 풀어봤는데 막전위 진짜 ㅈㄴ 어렵네..
-
한강 신창섭 0
-
이멀젼씨~
-
친구가 군대 가서 3cm 컸다는데 저는 공익이거든요… 그냥 현역 전환 하는게...
-
좀 정확히 설명 해주실 분 있나요?
-
강경애 - 소금 혹시나 공부 할 사람이면 각오하고 보셈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존나’ 불쾌함
-
고등학생때 폭죽 사와서 베란다 창문 열고 쏘려고 불 붙였는데 심지가 타면서 화약냄새...
-
이 식이...
-
칼론(καλόν), 적합한 것(to prepon), 이데아(Form) 이데아로서의...
-
잠실로 가야겠군 2
장성우 후보 완박이 최대 패착이다
-
간다 2
논술로든 정시로든
-
와 존나 무섭네 13
갑자기 도배되기 시작
-
생명 21시행 3월 4월 풀었는데 아데닌 까먹어서 틀리고 체세포에 2가염색체 있다고...
-
오마이걸이랑 박혜원 오네요 가고싶다 바로 옆인데
-
칸타타이런거사오면 발작버튼눌림
-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수능 날이라면
-
사문 시간은 많이남는디 11
자꾸 문제 하나씩 오독해서 50점이 잘안나옴 잘 안고쳐지네
-
뭔가 계속 성취하는 친구들은 확실한 마인드셋이 있는듯 예를 들어 "나 이거...
-
입시 과정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런 건가요? 여기 오르비에서는 다들 공부를...
-
사회문화 1
사문 도표는 5번부터 차례대로 1번까지 올라가는게 유리한가요? 정답선지 보통 4~5번쯤에 있나요?
-
진짜 예술이네 2
이것 또한 능력이겠죠.
-
지듣노 3
-
내용 추론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이 되서 숨이 안 쉬어지는 데 해결방법있음?
-
ㄱ 선지 질문입니다.여기서 지괴 분지 지괴 분지 할때 나오는 변성암, 퇴적암을...
-
커피먹을때랑 너무다른데 걍 플라시보에너지드링크 인거 아님? 오늘 모닝+식후땡으로...
-
공통 3 4 5페이지가 미적 마지막페이지보다 더 어려움
-
한국사 힘 ㅈㄴ빠진다잉
-
[속보] 북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 침투…모든 공격 태세” 17
북한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 침투시켜…모든 공격수단 활동 태세”
-
연논 안보는 사람들 알람꺼둬용 이정도도 모르면 떨어진다 확통 기하로 변별하는 연세...
-
저랑 같은 여고생분들 화이팅!!
-
예산은 또 왜 부족함?
-
오늘 핫식스 6캔 마심
-
액상 60통 코일 100개 정도만 들고갈 생각인데 가능하나요??
-
대황큿
-
내일 연논이다 1
응원좀 해주세용..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령 1컷 80점인 시험에서 백분위 96을 받는 능력과
1컷 96인 시험에서 백분위 96을 받는 능력은 아예 다른 것입니다."
진짜 9모 보고 느낀점을 정확히...
수학 가형 응시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여
저는 마다 생각합니다
ㄹㅇ 시험과의 궁합 << 이거 ㅈㄴ 중요함..
선생님 그러면 실모 대신 뭘 풀어야 할까요? 지금 기출은 어느 정도는 했는데 아직도 기출에서 어려운 4점 문항(15,22,30번 등등) 은 조금 손대다가 답까지는 안 닿더라구요
지금 N제를 풀어야할까요 아님 기출 회귀를 할까요? 걱정입니다
헉
실모 푸는거 개재밌지 않나 하루에 수학 3실모도 해봤었는데
이거보고 방에처박아둔 히든카이스 끌고왔다
코웃음 치면서 하루 실모하나껴서 밸런스있는 공부할 강기원 수강생이면 개추 ㅋㅋ
히카 H____ 회차 추천좀 해주세요 ㅠㅠ
칸타타의 정갈한 한끼론 ㄷㄷ
goat
제가 딱 저번 6모때 80점 맞고 백분위 95 뜨고 이번 9모때 84점 맞고 백분위 90 떳는데요 그러면 앞으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전 수학 개못하는데 (9모 미적 80) 실모 푸는건 재밌어요.. 이러면 어쩌죠..?
너무 공감......
n제 풀다가 재미 없고 잠 오면 실모로 런치긴함.
4개 다 해당되는데 최상위 아니고 그냥 일등급이면 뭐되는거임
ㄹㅇ 실모풀어야하는 우형에 다 해당돼서
작년에 1일 2실모 벅벅벅 풀어댐
숭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