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 수능을 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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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홍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수능을 치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하느냐? 수능을 치는 것은 병이 아니다. 너는 수능을 치는 것이 병이 아니기를 바라느냐? 수능을 치지 않는 것이 병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수능을 치지 않는 것이 병이 되고, 수능이 도리어 병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근거로 할까? 많은 이들이 대학을 가려고 시도하지만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대학을 가도 좋을 사람에게는 수능이 병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대학을 가서는 안 될 사람에게는 수능이 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수험생들의 걱정거리는 어디에서 나오겠느냐? 출제해도 좋을 것은 출제하지 못하고 출제해서는 안 될 것을 출제하는 데서 나온다. 국어는 안타까운 수준의 언매와 할매턴우즈를 잊지 못하고, 수학은 처참한 수준의 개형추론 문제를 잊지 못하며, 영어는 딱한 수준의 빈칸추론, 순서삽입을 잊지 못하고, 물리는 참혹한 수준의 탄성 충돌을 잊지 못한다. 화학은 정말 어디다 써먹어야 할지 모르는 오비탈 퍼즐, 몰수 계산을 잊지 못하고, 생명과학은 1문제 푸는데 15분이 걸리는 코돈을 잊지 못하고, 지구과학은 1문제 틀리니 백분위 94가 뜨는 참담한 등급컷을 잊지 못한다. 결국 많은 수험생들은 6, 9모 시절 받았던 성적표를 잊지 못하고, 실상과 어긋난 이름을 얻으려는 S 모 학원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출제해서는 안 될 것을 출제하는 시험이 되면, 어떤 수험생은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어떤 수험생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며, 대학을 잃고서는 친구를 잊어버리고, 수강신청을 하면서 정성스러운 마음을 잊어버린다. 수강신청이 실패했을 때 자신의 대학을 잊고, 나아가고 물러날 때 사회성을 잊으며, 수능에 나오지 않는 대학 수업을 잊고, 이해의 갈림길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이 잊지 못해 2028 수능 개편안을 내리기도 하고, 남들이 잊지 못해 평가원장에게 질시의 눈길을 보내며, 귀신이 잊지 못해 평가원장 사퇴라는 재앙을 내린다. 그러므로 이런 혼란한 입시 속에서 출제해도 좋을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출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을 서로 바꿀 능력이 있다.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을 서로 바꾸는 사람은, 수능의 출제해도 좋을 것을 출제하고 출제해서는 안 될 것은 출제하지 않는다.
수험생 또한 다르지 않다. 대학을 가도 좋을 능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대학을 가서는 안 되는 능력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노력과 점수를 서로 바꿀 능력이 있다. 노력과 점수를 서로 바꾸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대학을 가서는 안 될 능력은 잊고 자신의 대학을 가도 좋을 능력은 잊지 않는다.
- 유한준, <수능을 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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