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불안,행복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68749281
비교는 불안을 낳고 불안은 불행을 낳는다는 강의를 들었다.
수험생 입장인 나로서 느낄 수 있는 게 정말 많았던 강의였다.
나에게 대해 진지하게, 그리고 깊게 고민해봤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싫어하는 건 또 뭔지, 난 뭘 잘하지? 난 뭘 못하지? 나에 대해 탐구하는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10분..20분..30분.. 생각이 어느정도 정리되는 거 같았다.
운동에 재능이 있었고 주변의 인정을 받는 게 좋아서, 그래서 재밌었고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운동쪽으로 꿈을 꿨었지만 작년 9월, 허리디스크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내 꿈은 좌절됐다.
수능을 본 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날 덮쳐왔다. 정말 힘들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을 지켜오던 나였기에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해 겨울, 재수와 군대의 갈림길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거 같다. 수능 평균 4등급,허리디스크 때문에 앉아있기도 힘들었던 나의 선택은 재수였다.
그날 밤, 불을 다 끄고 잠에 들기 직전에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수능이 끝나고 게임에만 박혀있던 내가, 아버지께선 한편으론 안쓰럽고 또 한편으론 한심해 보였나보다. 운동 얘길 꺼내시면서 꿈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냐고 말하셨다.(아마 열정적으로 체대입시를 준비해왔었고, 수능 성적은 내가 원했던 대학에 지원하기에 적당한 점수였기에 재활운동을 하던지 어떻게든 극복해서 실기 시험을 봐야하지 않겠냐 라는 마음이셨을 거다.) + (어릴 때부터 힘든 시기엔 항상 롤을 찾았었다. 게임이 재밌지도, 그리 즐겁지도 않은데 아마 내 무의식속 도피처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에 있다고 쉽게 느끼지 못해서 롤을 찾게되는 시기에 내가 힘들구나… 하고 자각하곤 한다)
그때 왜 그랬는지 아이처럼 엉엉 울부짖으며 눈물을 쏟아버렸다. ’쉽게‘라는 단어를 들으니 굳게 버텨오던 마음이 크게 무너져버렸다. 운동을 오래 했기에 ‘허리디스크 파열’ 이라는 부상이 운동인으로써 얼마나 치명적이고,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았기에 실기가 1~2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실기 준비를 한다는 건 허리를 더 아작내버리겠다는 선언밖에 되지 못하단 걸 잘 알고있었다. 열정적으로 이루려 노력했던 꿈이었기에 포기하는 데 까지는 많은 시간과 마음이 들었고, 자존심이 강한 나였기에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너무 아팠다.
Mri를 찍은 9월초부터 시작한 길었던 인고의 시간을 아버지는 항상 웃고있던 나만 봐왔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도 백번 이해한다.
그래도 그땐 가슴이 너무 아팠던 거 같다.
그렇게 수능이 끝난 이틀 뒤부터 독서실에서 공부를 시작해 쭉 달려와 3월, 봄이 되었다. 가족의 심부름으로 새로 생긴 피자집에서
피자를 사오던 길이었다.
(그날 썼던 일기 중 일부)
올해 겪은 하루 중 가장 날씨가 좋았던 봄날이었다. 올려다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내리쬐는 햇볕은 그 어느 때보다 따사로웠던. 그날 난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가까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길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 길을 걷다보니 oooo초등학교. 내 모교가 보였다. 내가 다니던 때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밝은 색으로 페인트칠해져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배경엔 떡하니 들어서있는 큰 학교와 그 앞 넓은 운동장엔 걱정없는 환한 웃음으로 뛰노는 아이들, 그 모습이 귀엽다며 지켜보는 듯한 선생님이 계셨다. 그 풍경이, 그 그림이 너무나도 예뻐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감상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보인다.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물 밀려오듯 쏟아져 날 덮쳤다. 지금까진 항상 돈을 많이 벌어야해! 라는 편협한 생각으로 살아온 나였다. 부상으로 운동에 대한 꿈을 접고 재수를 마음먹은 뒤 열심히 공부하던 중, 내게 행복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어쩌면 돈을 많이 벌어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신 아버지의 교육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성인이 되었고 나의 가치관에 대해 확립해야 할 시기가 되니 점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추구하는 지가 보였다. 매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아파하고, 성장하는 그 과정속에 살아가는 인생도 마냥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나름 나에겐 리더쉽도 있고 경쟁심도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태되어 무시당하는 삶보단 100배1000배 낫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나쁘지않다. 행복도 분명 과정속에 생겨나겠지만 그리 행복한 인생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어릴적부터 행복이라 믿어왔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삶은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자와 만나 가정적인 남편이 되고, 그 과정속에 사랑스러운 아이도 태어나 오손도손 귀엽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했다.내가 나의 모교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들이 내가 행복이라 믿어왔던 생각들과 합치되었던 듯했나 보다.
(일기라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네..) + (아이들 정말 좋아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쭉 초등학교 선생님을 목표이자 꿈으로, 교대를 목표로 달려왔다. 열심히 했지만 6월 모의고사를 보기 좋게 망쳐, 교대를 안정적으로 가기엔 살짝 부족한 점수가 나왔다. 그럼에도 내게 다시 열정적으로 무언갈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힘든 시기에 많은 위로가 됐던 거 같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방금 누군가와 비교하며 교대보단 더 좋은 대학이지..라는 생각에 잠깐 빠졌던 내가 다시 초심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 쓰기 시작했다.(..사실 공부하기 싫었던 것도..쪼끔..) 일기쓰는 느낌에 생각의 흐름대로 쓰니 정말 글에 두서가 없는 거 같아 읽으시는 분들에게 좀 죄송..하네요..
암튼! 더 열심히 노력해서 꼭 교대 진학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입결이 낮아져 여러 매체에서 교대에 대한 좋지 못한 시선의 비난과 비판이 너무 많아 기분이 좋지만은 않네요..
저같이 초등학교 교사를 꿈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도 있으니 너무 안좋게만 보진 말아주세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화이팅!!!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식 발상이 말이 안되네 ㅅㅂ
-
내신 1.9로 교과전형 쓰려면 소신으로 중경외시 공대 정도인가요?
-
해가 갈수록 10
머리만 대면 자는 능력과 장 활동 좋은 사람은 축복인 것 같다고 느끼네요
-
교과서나 화법/매체 지문에서 나오는 대화 보면 느끼는 것 2
말을 참 예쁘게 한다... 현실에서도 저러면 싸울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
-
김연호샘 지금 들어가려면 겨울방학 동영상도 신청해서 같이 공부해야할까요?...
-
하시는 분있나요? 전 문제 풀 때 확실하다 생각드는건 손가락 걸고 가는 편
-
고수분들 21국어 예약지문 질문 하나 받아주실수 있을까요..?? 4
다른 부분은 다 이해가 되었는데, 13번 문제에 ‘예약 완결권을 발생시키는 예약’의...
-
의대증원 전문직페이 각종 사회이슈에만 튀어나오는 진짜광기 저렙노프사들 사이에서...
-
우산 가져와주는값...비싸네..
-
7/16 공부 ㅇㅈ 11
오늘도 조금 일찍 끝내요 요즘 제가공부하면서 방법이 중요하고 얼마나 잘못되는 방법을...
-
벅차오르다 못해 내맘이 쿡쿡 아려와아아
-
삼분후식3 1
-
화작풀때 발췌독? 아니면 지문 다 읽음? 뭐가 맞나요
-
물론 지금도 잘하는 분들 많다만 그시절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따라갈 것 같은 느낌?
-
존나 내가 이상한건가 13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데 오ㅑㄹ케 안풀리냐 ㅆㅂ
-
어땠나요?
-
안녕 3
-
우산없는데 5
망했다
-
일반고 수학교사들 중에서 평가원 22,14 정석적으로 풀 수 있는 분이 7
얼마나 될까요?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가지고 최고난도랑 최고난도 다음 문제로 선정해...
-
디시를 비롯한 커뮤들은 그냥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거부감 들고 현타와서 오히려 안...
-
학교 옮기고 1학년 마치고 2학년때 1년동안 교환학생가고싶다 돈 열심히 모아야지
-
수능판 뜨고나서 기출로 수록된 현대소설책 사서 읽어보고싶음. 읽으면서 기출로 수록된...
-
반즈 윌커슨 둘다 이닝이팅 기가막히게 하는애들 근데 토종선발중에 사람이 없음
-
뇌가 다 굳어버린걸까...
-
한국소설이나 수필이면 좋겠음 연애 관련이면 더욱 좋겠음 삶의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
매년 선택과목을 바꿔가며
-
여름방학 안에 공통,미적 step1 다 끝내보자! 개학하면 이니셔티브 하겠네…
-
근데 사문 궁금한게 17
관료제는 연공서열(근속연공제=근무기간=경력)에 따른 보상을 중시하고 탈관료제는...
-
이렇게 공부했다는게 말이되나 열품타 상위권사람꺼 본건데 이렇게 4달동안하는게 말이되나…?
-
올해는 과탐으로 봐야하니까 내년에 딱 사탐 120일만 하고 사탐으로 수능 함...
-
압도적인결과 1
허허.. 굳건하게!!
-
작년에 논술에서 확통 미적은 풀었는데 기하는 손도 못 댄 기억이
-
생질 비기너스 아런 기초개념 강좌를 듣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아예 김종두 선생님...
-
현재 입문 N제라고 나와 있는 엔티켓, 플랜써, 불꽃N제 등등... 본인이 나형...
-
과학교과에 정보가 포함된다는 글을 봤는데 2025 입시에서도 동일한가요?? 아무리...
-
덕코 내놓고 가라
-
잉??
-
시냅스만 따로 2
풀어도 괜춘? 친구한테 받아서 풀려는데
-
본인 내신도 화생지해서 사탐량에대한 개념이 없음...내신까지하면 지구3년차인데...
-
근데 과외학생도 그거 안외워서 같이 유도함
-
[0,2파이]에서 Sin x = -1/2 인 x 외우고 다니는 사람 잇음? 나는...
-
도식화인가 그런거 하시나요? 비교대조할때 버거워서 시간들여서라고 해야되나싶네요
-
화질이상해서 계속 나갔다들어왔다가 앱으로 접속하지말래놓고 앱으로 가야 화질좋게나오고...
-
오늘 케티전에서 피치컴 첫 실전사용하는데 경기진행 오백배는 빨라지는듯
-
머리가 바보라 계산이 안되는데 헬프미ㅜㅜ 네모칸 왜 이렇게 되는건지
-
시대컨 강사컨 쏟아지면서 ㅈㅈ침 냉정하게 그거 거르고 히카 할정도의 퀄리티도 아닌듯...
-
우와 개쩐다, 예쁜 여친 사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아무런 생각도 안...
-
어디있음?
-
2411 44265 3월 더프 34445 4월 더프 43425 5월 더프 45345...
님 혹시 전에 운동 관두고 공부하느라 힘들다고 글 쓰신분인가
완전 옛날..? 에 썼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