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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의하기 어려운 대상이 많다. 어쩌면 그 중 몇몇은 모두가 만족스럽게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어떤 정의도 제공하지 않는 부작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세상의 많은 개념은 자연종이 아닌 인위종이다.
나는 임신중절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진 않는다. 그런데 접합자와 37주 태아의 도덕적 지위가 같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34주면 자가호흡이 가능하기에 후자는 출생 후 적절한 의학적 조치 하에 생존할 확률(viability)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viability는 0 아니면 1로 떨어지는 이분형 자료가 아니기에 어떤 주수에서는 상당히 낮지만 ‘분명히 0은 아니다’. 그래서 미끄러진 비탈길 논리로는 그 중 어느 한 숫자를 골라도 문제적이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임신중절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비탄을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덕 미만의 법’은 어쨌든 합의를 봐서 기준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도덕주의자들은 가령 24주 미만이면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냐고 이죽거리고 싶을지 모른다.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어 주는 국K의 수준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루프스는 11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을 만족했을 때 진단된다. 뭐 그런 정의가 다 있냐고 하다간 한 명의 루푸스 의증 환자도 치료할 수 없다.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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