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란 무엇인가? (무언가 최고를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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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올린 게시물과 관련해서, 오늘 물리학과 교수님과 면담이 있었는데 아주 생산적이고 유익한 내용이 많아서 글을 급히 써봅니다.
전 당연히 아직 박사가 아닙니다.(척척학사) 그러나 어렴풋이 여러가지 간접 경험을 통해 '박사'란 무엇이고, 그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을듯 합니다.
우선 '박사'는 학위를 의미합니다 단순하게. 한국의 경우 학사 -> 석사 -> 를 거쳐 박사가 되고, 미국은 석사 과정이 있긴 한데 박사 학위를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참고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재미있는게,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박사 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답니다. 그래서 이승만도 호칭을 대통령보다는 박사님을 더 선호했다고 하는군요. 지금 시대 특히 한국은 박사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n3MXk7n_WU&ab_channel=%EC%8A%88%EC%B9%B4%EC%9B%94%EB%93%9C
박사라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힘든 '훈련' 과정입니다. 박사가 교수가 되기 전, 좀 더 세부적으로 포스트닥이나 연구원, 또는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되기도 합니다. 박사를 따자마자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도 굳이 교수가 되지 않더라도 박사 학위를 딴 이후 활발히 유튜브 같은 곳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박사는 곧 전문가를 뜻합니다. 그 분야에 대략 10년 정도(학사 4년 + 석사 2년 + 박사 5년 전후) 공부를 한 셈입니다.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한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어느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박사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미세한 전공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를 하게 됩니다. 오히려 자기 분야 이외의 것을 더 까먹고, 그 대신 자기 전공에 대한 집중적인 지식을 공부했을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 박사 학위자라고 무조건 자기가 공부하고 박사 학위 논문 분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당장 오늘 면담한 교수님도 그랬고요.
제가 생각하는 박사의 중요한 의의는 뭐냐! 라고 하면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을듯 합니다. 일단 사회적으로 뭔가 박사라면 전문가라는 사실을 굉장히 빠르게 (~~박사 출신 이라고 이력에 적혀있다던지 등)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박사 학위라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것일 것입니다. 그 현재 VIP의 영부인께서도 '학위'를 받았잖아요? 일단 그 사람이 진짜 실력이 있든 없든 뭔가 과정,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운전면허증이라는 자격을 통과했다는 증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 당연히 이런 껍데기 같은 기능에 큰 의의를 두지 않습니다. 박사 학위의 의의를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것을 깊이 공부해서 최고(혹은 준최고)의 과정을 보고 배우고 경험해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고라는 것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99%는 일반 사람들도 시도해보고 이미 경험해봤고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거기에 감초 같은 1%를 더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상당히 깊이 있게, 어떤 분야든지 한 분야를 10년 정도 전문성을 길러보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여러가지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당장 오늘 면담한 교수님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와 지금 공부하고 강의하시는 주제가 다른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경험을 제 책 <수국비>를 쓰면서도 느꼈습니다. 자주 말씀드렸다시피 전 수학이 정말 개판이고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밑바닥부터 최고 정점을 찍어보니까(물론 제가 전국에서 제일 수학을 잘한다! 이런 소리가 절대 압니다) 이해가 되는 것이 많더라고요. 수학을 (고등학교 세계관에서) 매우 깊이 있게 공부를 해서 성취를 해보니, 제가 잘 못하는 다른 과목들, 예컨데 국어 과탐 같은 것들, 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고 보니까 느끼는게, 세상이라는게 참 잔인하기도 하고 결코 만만치 않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를 포함해서 여러분은 전략적으로 좁고 깊은, 전문성을 한번 경험해보아야 합니다. 최고를 경험해봐야지 이 정도가 정점이고, 어떻게 하면 이 정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창 <수국비>를 쓰던 와중에 제가 정리한 이론과 내용들을 듣던 영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게, "너는 삼수 2년 동안 이 세상의 도를 터득하는구나. 그래 이 세상의 도가 어디 특별한 곳에 있느냐. 당장 수능 공부에도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보니 그 의미를 더 명확히 알겠습니다.
제가 이후에 공부를 하는 밑바탕이 되고 빅데이터가 되는 근간이 바로 수능 공부를 깊이 해본 것이었습니다. 꼭 수능 공부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구나 축구가 될 수도 있겠고, 요새 다양한 분야에서 1등을 하는 위인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뭘 하든지 깊이 있게, 빡세고 전문적으로 해보면 깨닫는 지혜가 있고, 그 지혜를 다른 분야를 공부할 때도 바로 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변신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의 어미가 계속 '생각합니다' 라고 끝나는데요, 어디까지나 전 박사도 아니고 어깨 너머로 들어본 내용들을 정리하고 여러 교수님들의 말을 참고하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제가 박사 따고 나서 이 글을 쓰레기 취급할 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정말 그 일을 진심으로 몰입하여 깊게 파보고 정점을 찍어보면, 분명 이 세상의 원리에 대해 깨닫는 중요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지금 주어진 수능 공부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한번 지혜를 향한 하나의 여정이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시도하면서도, 할 때는 확실히 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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