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공부가 되는 과목인가요?

고2이고 영어는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건지 아예 몰라서 질문 드립니다. 아래 글은 안 읽고 답변 달아주셔도 괜찮은게 오늘 속상한 일이 있어서 주저리주저리 쓴 한탄글에 더 가깝고 많이 길어요

 고2 일반고 다니는 학생입니다. 제가 영어를 한국어 하듯이 그냥 할 줄 알아요. 기억할 수 있는 순간부터 그랬어요. 그래서 그런지 모고도 항상 1등급이고 내신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서 봐도 매번 1등급이 나와요. 아무것도 안 해도 고정 1등급이면 굳이 공부가 필요할까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항상 느끼고 있었고요, 오늘 중간고사를 보고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우선 주변에서는 제 점수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실제로는 매 시험이 불안불안하게 흘러갔어요.

 일단 제가 어려운 단어를 모르는데, 시험에는 일상생활에서 잘 안 쓰는 듣도보도 못한 단어가 나오잖아요. 대충 유추해서 풀기는 하는데 그래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어려워요. 도대체 내 나이 또래 한국인들이 저런 단어를 어떻게 아는건지 모르겠어요.

 또 문법 문제는 진짜 풀 수가 없어요. 제가 문법을 하나도 몰라서 그냥 딱 봤을때 문장이 이상하면 문법이 틀린거겠거니 하고 푸는데,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져요.

 시간도 항상 부족해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던 영어 시험이 중학생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항상 omr 내기 직전까지 풀다가 제출했어요.

 마지막으로 거의 모든 문제가 헷갈려요. 솔직히 매번 맞는게 신기할 정도로 진짜 전부 헷갈려요.

 왜 그런 시험 있잖아요, 분명 너무 어려웠고 헷갈리는 문제도 많았고 시간까지 모자랐는데 막상 점수가 잘 나오는 그런 경우요. 저한테는 모든 영어 시험이 항상 이랬어요. 이런 경우라면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지 않을까요..

 실력이 아니라 요행으로 1등급을 받은 느낌인데, 그 요행이 몇년째 가다 보니까 무조건 1등급만 맞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생겼어요.

 아무튼 이런 이유로 영어공부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솔직히 결과적으로 점수는 잘 나오니까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미루기만 했어요. 영어가 진짜 공부가 되는 과목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오늘 중간고사를 봤는데 좀 망했어요. 변명을 해보자면 탐구과목이랑 문학을 벼락치기 하느라 며칠째 밤을 새서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고, 그래서 시험보다가 조금 졸았어요. 시험보다가 존 건 이번이 처음인데, 컨디션 관리 못한 제 탓인걸 알면서도 너무 억울하네요.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디어 올 게 온 거라고 생각해요. 우선 컨디션이 괜찮았어도 못 풀었을 문제들이었어요. 컨디션이 괜찮았으면 풀긴 풀었겠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분명 제 수준에는 너무 어렵고 헷갈리는 문제들이었지만 어쨌든 점수는 잘 나왔을거에요. 항상 그래왔으니까요.(쭉 궁금했는데 도대체 왜 이런거죠.. 영어시험 볼 때마다 운이 엄청 좋았던 걸까요)

 점수는 잘 나오고 등급은 잘 나왔겠지만, 그 문제를 과연 풀었다고 할 수 있는걸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실력이 아닌 요행같은 느낌이에요.

 솔직히 당연히 1등급 받을 줄 알았는데 망해서 진짜 속상하고 화나고 눈물나고 분하지만, 나름 잘 된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안 망했으면 영어 공부 하겠다는 마음을 이렇게 제대로 먹을 일도 없었을테고, 훗날 더 중요한 시험을 망쳤을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그동안의 요행이 뽀록난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공부 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영어는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과목인지 도움 주신다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