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수잡는혀녀기 [1171935]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4-01-18 12: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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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곳이 자꾸 안 잊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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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곳이 자꾸 안 잊히는지 몰라

대치맘들 차량 긴 우리 길 그 건너의 시대인재 길

가장자리에 

훗날 나 재수생이 되어

아침마다 대치 이슬을 무릎으로 적시며

그곳을 지나다녔지

찍특이 꽝꽝 저격당한 겨울이었을까 머리가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 없는 수능날이었을까

위아래로 굽이치던 난도가 꼭대기를 들이받아

벌건 실력이 드러난 그날

권력 많은 장관들과 그의 딸 영자 영숙이 순임이가

학종 사이로 일어섰다 앉았다 하며 커다란 웃음들을 웃고

나 그 아래 정시에 고삐를 풀어놓고

재수를 놓고 있었던가 삼수를 쫓고 있었던가

나를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한번 더 한번 더 무엇이 원서를 헤짓는 소리 같기도 하여

고개를 들면 아, 청청히 푸르던 부엉이

갑자기 무섬증이 들어 낙지로 달려 오르면

뒷골 싸아한 향기 속에 두런두런 컨설턴트의 목소리와

까르르 까르르 세특 가장자리로 울려 퍼지던

영자 영숙이 순임이의 청랑한 웃음소리

나 그곳에 오래 앉아

푸른 재종 아래 여름 엔제가 또랑또랑 익는 냄새며

파이널에 실모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었다

왜 그곳이 자꾸 안 잊히는지 몰라

차를 몰고 돌아오다가

혹은 사회로 나가다가 들어오다가

무엇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나 오래 그곳에 서 있곤 했다 



원작 : 이시영, <마음의 고향 2 - 그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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