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야 비로소 쓰여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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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알람이 없어도 눈이 떠졌다.
내 옆에 그녀가 사라졌다.
어두컴컴한 방문을 나서서 불을 켜도 그녀는 없다.
그녀가 도망갔나보다 내가 싫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샤워를 하고 학교를 갈 준비를 한다.
집을 나오자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춥다.
바람이 나를 쿡쿡 찌르며 말을 건넨다.
마치 추우니까 옷을 단단히 입으라는 듯이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다.
여름이 되었다.
여전히 그녀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녀는 내 주변에 없는 듯 하다.
그래도 나는 또 다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 나오자 뜨거운 햇빛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마치 날씨가 더우니 옷을 가볍게 입으라는 듯이
낯설지만 익숙했다.
가을이 되었다.
이젠 그녀가 없는게 익숙하다.
내가 그렇게 싫었나. 문득 그녀가 미워진다.
나는 그녀를 찾는 일을 포기했으며 내 일상에 집중한다.
아침에 집을 나섰을 때 가을 바람이 다시 나를 부른다.
또 옷을 단단히 입으란다.
그런데, 지겨운 그 바람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그 순간 나는 문득 알아차렸다
나에게 말을 건넨 그 바람이,
나에게 말을 건넨 그 태양이,
나에게 말을 건넨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녀였음을.
아아, 고통만이 가득한 인간의 몸뚱아리를 가지고서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 역겨운 육체를 버린 것이였다.
그녀가 죽은 건 나를 싫어해서 떠난게 아니였나 보다.
그녀는 나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서
그 유한한 육체를 버리고
바람이 되었고 태양이 되었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된 것이였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는다.
더 이상 그녀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내 주변 모든 곳에 다 있고
그녀는 항상 내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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