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만채! [1272513]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4-01-11 0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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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학 학습 가이드 (0)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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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전, 좋아요와 팔로우는 다음 칼럼을 작성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본체만채입니다. 오늘은 정말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셨던, 문학 학습 가이드로 돌아왔습니다. 24학년도 9월 모의평가와 수능에서 문학은 정말 뜨거운 감자였죠. 결론적으로 이번에 정답률이 매우 낮은 문항은 없이 최상위권까지 변별하는 결과를 냈기에, 저는 한동안은 이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칼럼부터 시작하여, 몇 편의 칼럼에 거쳐 문학문제를 어떤 태도로 풀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학습해야 할지에 대한 말씀들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래는 칼럼의 목록과 업로드 예상 일자입니다. 거의 다 써두긴 했는데, 여러분의 반응을 보고서 보충하고, 검수하는 시간을 거치기 위해 순차적으로 업로드 할 예정이니 현기증이 나도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기다림에 걸맞게, 여러분이 이 칼럼만 제대로 읽더라도 큰 실력의 향상을 이룰 기틀을 만들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에 모든 칼럼을 묶어 PDF로 올릴테니 혹시나 출력해서 보고싶으신 분들은 그렇게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론] 수능 문학, 그리고 지문/보기/선지를 대하는 태도.

 (24.01.10 업로드 완료)

[1] 수필을 대하는 태도 (24.01.18 업로드 완료)

[2] 현대소설을 대하는 태도 

[3] 현대시를 대하는 태도 

[4] 고전시가를 대하는 태도 

[5] 고전소설을 대하는 태도

[6] EBS 학습의 중요성

[7] 2024 수능 분석과 해설, 그리고 앞으로의 우리. 


 우선 수능 문학이 어떤 과목이고, 평가원은 우리를 어떻게 변별하고자 하는지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국어 시험을 잘 보려면 어떤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배경지식? 속독? 재능? 잠깐만 멈춰서 생각해봅시다.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읽고, 잘 푸는 능력”입니다. 에이.. 그게 뭐에요.. 할 수도 있겠지만, 저 말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수능 국어에서 독서, 문학, 선택과목을 시험칩니다. 선택과목은 사람마다 다르지 잠깐 제쳐두고, 독서와 문학만 생각해봅시다. 독서와 문학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독서는, 문학과는 다르게 평가원이 시험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매우 일부의 보기 문제들을 제외하면, 지문 안에서 정답을 모두 도출할 수 있게 글이 쓰여져 있죠. 그렇기에, 그 무엇보다도 지문을 ‘잘 읽는’ 능력이 우선시되는 영역입니다. 제가 앞에서 써둔, 또는 다른 선생님들이 써둔 칼럼이나 강의를 봐도 아시겠지만, 초창기에 기출 분석 학습을 할 때 ‘문제 풀이’에 집중하나요, ‘애초에 잘 읽는 것’에 집중하나요? 무조건 후자입니다. 지문을 잘 읽으며 요구해내는 행동을 해내고, 화제를 뚫어내는 학생들은 문제를 못 풀 수가 없어요.


 하지만 문학은 다르죠. 문학은 ‘평가원의 글’이 아닙니다. 필자의 의도는 모두 다르겠지만, 확실한건 그 필자가 평가원의 수능 시험을 위해 글을 쓰진 않았죠. 그렇기에 우린 평가원이 제시해주는 ‘보기’라는 가이드를 따라, ‘선지’의 진술을 따라 판단해야만 합니다. 그 ‘보기’, ‘선지’의 기준이 달라지면 또 완전히 다른 문제를 풀게 되는 것이고요. ‘잘 읽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 읽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선지의 내용을 판단하여,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더욱 강조되는 영역입니다.


 일례로, 불수능이라고 불리는 22수능과 24수능, 그리고 각각의 영역을 어렵게 만들었던 22의 독서와 24의 문학을 비교해봅시다. 22수능의 독서는, 당연히 풀기도 매우 까다로웠지만 읽는 과정 자체가 매우 험난했습니다. 변증법 지문에서 ‘정-반-합’, ‘예-종-철’, ‘직-표-사’를 정확하게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뚫어내야 했고, 브레턴우즈 지문에서 명시적으로 찾기 힘든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를 추론하여 문제의 원인, 그리고 해결 방안을 알아내야 했습니다. 읽는 과정은 매우 힘들지만. 이 관계를 뚫어내고 나면 생각보다 문제는 쉽게 풀립니다. 물론 선지를 어렵게 내더라도 오답률은 떨어지지만, 이 파괴력은 지문 자체가 어려운 경우보다 덜합니다. 이번 수능에서도 지문에 비해 선지를 꽤나 까다롭게 출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각되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요.


 한편, 24수능의 문학은 ‘잘 읽는 것’만으로 뚫리는 시험이였나요? 그렇지 않았을걸요. 문학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방법에는, ‘지문 자체의 독해를 어렵게 하는 것’, 그리고 ‘선지의 길이, 논리를 통해 문제 풀이를 어렵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지문의 독해도 어려웠고, 선지들도 매우 길고 까다로웠습니다. 수필 ‘잊음을 논함’과 현대소설 ‘골목 안’은 분명히 굉장히 어려운 지문들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지문들의 독해를 잘 해낸다고 해서 문제들을 잘 풀 수 있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수필을 잘 읽었더라도 27번의 마지막에 담긴 이중부정을 통해 범주를 구분하지 못했다면 헤맸을 것이고, 현대소설을 잘 읽었더라도 30번의 1번 선지에서 손가락을 걸지 못하고 4번 선지의 ‘무덤덤’에서 걸리거나, 31번의 초점화 개념이 어설펐다면 매우 헤맸을 겁니다. 두 세트를 잘 헤쳐냈다 하더라도 34번에서 ‘겸양’이란 단어를 정확히 캐치하지 못했으면 답이 안 보인다는 느낌을 받고 헤맸을 겁니다.


 비록 지문을 잘 읽더라도 선지에서 출제자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캐치하지 못하면 무너지고, 설사 힘들게 선지를 다 뚫어냈더라도 많은 판단 지점을 가지거나 애매한 선지는 여러분의 시간 운용을 심각하게 방해합니다. 이번 9모와 수능의 문학에서 시간관리가 어려웠던 것도, ‘지문’보다는 ‘선지’였고요. 서두가 길었는데요, 짧게 요약하자면 ‘잘 읽는’ 능력이 ‘잘 푸는’ 능력보다 월등히 중요한 독서와는 다르게, 문학은 ‘잘 읽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잘 푸는’ 능력도 비슷하게, 아니 어쩌면 훨씬 더 많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우리는 문학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능력을 기르고, 어떻게 기출을 분석해야할까요?


 아무리 선지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 될지라도 지문 자체를 제대로 읽는 능력은 기본입니다. 지문을 제대로 읽어내는 독자가 되려면, ‘보기’를 바탕으로 제재의 ‘본질’을 바탕으로 독해하셔야 합니다. 수능 시험은 ‘교육과정 이내’에서 나오는 시험이기에, 고등학교 문학에서 배운 제재들의 본질적인 중요한 부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문제들도 이런 본질적인 지점을 묻기 마련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보기에서 정해주는 ‘해석의 기준’대로 읽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파트를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까요?


 운문문학, 특히 현대시에 해당하는 파트는, ‘대상’에 대한 시적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본질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화자가 어떤 대상에 대해, 어떤 정서를 가지는지 봐야겠죠. 여기에서 시에 나오는 ‘대상’이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지, 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이런 시를 썼는지는 여러분이 독해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여러분은 지문을 통해서는 오직 피상적으로, “화자가 A에 대해 ~을 느끼는구나!” 만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상징적인 의미는 보기에서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가셔야 합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보기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고요. 여러분은 ‘보기’를 통해 얻은 해석의 방향을, 지문에 ‘입히면서’ 독해하셔야 합니다. 예시를 들어볼까요? 이번 수능의 ‘문’입니다.

 보기를 먼저 읽으면서, 대상과 주제의식에 대한 방향성을 잡은 다음에 시의 독해로 들어가야한다고 말씀드렸죠. 보기를 보니, 자연의 힘이-인간의 역사 흐름의 기반이 되고, ‘문’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깃발’이라는 이상을 향해 간다고 합니다. 문, 깃발 등의 소재를 지문만 보고 알 수 있을까요? 아니죠. 자연의 힘과 인간의 역사의 관계를 지문만 보고 알 수 있을까요? 아니라니까요. 여기서 독해한 내용을 붙이면서 가셔야 합니다. 한 번만 같이 해볼까요?


 정서와 태도에 집중하되, 보기에서 언급한 대상과 주제의식은 지문에 입혀가며 읽으라고 말씀드렸죠. 1~3연은 보기에 어떤 부분을 가리키나요? ‘쇠락’이죠. 1연과 2연을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입혀 읽으면 인간의 역사의 ‘쇠락’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쓰라리고/서럽지 않다는’ 정서, 태도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4연에 와서는 봄, 꽃, 나무 등을 통해서 ‘순환하는 자연의 변화하는 힘’을 보여주네요. 이 자연의 힘은 무엇으로 이어질까요? 바로 인간의 새로운 역사의 생성이겠죠. 그게 그대로 5연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인 ‘문’이 열리며,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유발하는 우리들의 이상향인, ‘깃발’이 사무친다고 이야기하며 시가 마무리되네요. 이렇게 보기의 내용을 지문에 입히면서 읽어내는 것입니다.


 물론 실전에서 시를 읽을 시간은 기껏해야 30-40초입니다.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기’를 기준으로 생각하며 ‘정서/태도’에 집중하며 시를 읽어내야 합니다.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하지 않더라도, ‘보기’에 적혀있는 것을 그대로 지문에서 짝을 맞추며 입히며 읽는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이게 시의 본질인 ‘정서와 태도’를 ‘보기’에서 제시한 가이드에 맞게 읽어내는 방법입니다.


 현대시의 이야기만 다루었는데, 고전시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이는 ‘늘 먹던 그 맛’이기에 보기에 있는 정보들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앞에 써둔 목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 장르에 대한 세세한 학습방법, 독해, 문제풀이 방법은 장르별 칼럼에서 자세히 다뤄볼테니, 이후에 다시 살펴봅시다. 오늘 알아가실 것은 ‘문학에서, 운문의 본질을 읽어내는 법.’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운문과 함께 문학의 큰 두 축을 이루는 나머지 한 요소가, 산문문학이죠. 학교 문학에서는 소설의 3요소를 뭐라고 배웠나요?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배웠을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어려운 문학 문제들이 ‘인물, 사건, 배경’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기도 하고요. 여기서 ‘사건’ 중에, 평가원은 ‘갈등’이 포함된 사건을 굉장히 선호합니다. 실제로 2012년도 수능에서 ‘갈등’을 서사의 ‘본질’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죠.

 그런만큼 우리는 산문 문학을 읽을 때, 어떤 ‘배경’에서 어떤 ‘인물’에게 어떤 ‘사건’이 있는지 파악하는게 중요하겠죠. 특히나 그 사건이 갈등이라면 그 갈등이 내적인지 외적인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일어났는지까지 파악하며 읽어야 할 것이고요. 고전소설과 현대소설 모두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독해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보기에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시한다면 그 정보들을 입히면서 읽는 것은 당연하고요. 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나온 보기와, 24학년도 수능에서 나온 지문을 가볍게 함께 읽어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 봅시다.

 꽤나 어려웠던 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현대소설에 제시된 보기입니다. 이 문제를 똑바로 풀어내려면, 이 보기에서 ‘정일’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내적 갈등’이라는 사건의 양상을 제대로 파악했어야 했습니다. 보기만 봐도 정일이는 “속물적 욕망의 경멸 <-> 속물적 욕망의 구속”이라는 내적갈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죠. 이렇게 심리의 ‘중층적 구조’가 제시될 때에는 지문의 어떤 부분이 ‘중층적 구조’의 어떤 부분을 나타내는지 입혀보며 읽어내셔야 하는데, 실제로 이 문제의 정답 포인트도 심리의 범주 착오 파악이였습니다. 보기에서 이정도를 잡고 들어가면 지문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할지 확실해지죠. 자세한 것은 내일 올라갈 ‘현대소설 가이드’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번 수능에서 많은 수험생들을 울렸던 ‘골목 안’ 지문의 서두부분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인물들이 어떤 갈등양상을 이루는지’ 파악하는 것이 지문 독해의 본질입니다. 인물관계를 잡고, 갈등구도를 만드는게 그동안은 고전소설에서 자주 다루었던 것이라 익숙하지 않으셨던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현대소설에서도 복잡한 인물구도의 갈등관계가 있다면 잡아가면서 독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지문 역시나 내일 올라갈 칼럼에서 다루겠지만, 간단하게만 함께 살펴보자면 초반에 ‘정이’와 ‘갑순이 할머니’가 모녀라는 것을 파악하고, 모녀와 ‘갑득이 어미’가 갈등관계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셨어야 합니다. 그러고서 ㉠과 ㉡부분의 서술을 통해, 갈등의 표면적/이면적 양상을 인지하시고 ‘집주름 영감’은 ‘정이’ 쪽의 사람, ‘을득이’는 ‘갑득이 어미’쪽의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하셨으면 그 뒤의 내용을 읽어나가는데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갈등과 인물관계에 집중하지 않았더라면.. 28-30을 푸는데 굉장히 고전하셨을 것입니다.


 이렇게 장르의 본질, 그리고 학교문학에서 강조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읽으면 ‘지문을 잘 읽자!’라는 첫 단계는 통과하신 겁니다. 각 장르의 글들을 어떻게 읽고, 어떤 출제 포인트들이 자주 나오는지는 뒤의 칼럼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테니 기다려주세요!


 이렇게 지문을 어떻게 읽어야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강조했지만 수능 문학은 뭐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읽는 것’보다는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는 어떻게 풀어야 하고, 그렇게 풀기 위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문학이라는 학문은 굉장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관적인 학문을 시험문제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시험을 통해서 이의제기 없이 정확한 변별을 하려면, 정답만큼은 매우 객관적으로 나와야겠죠. 사설이나 교육청 문학과는 다르게, 평가원 문학만큼은 이 선을 정확히 지키고요. 평가원 문학을 정확하게 풀어내려면, 기출문제들을 풀어보며 선지의 어느 부분까지는 허용 가능하고, 어느 부분은 허용 가능하지 않은지 “Line”을 만들어나가셔야 합니다. 


 우리가 문제를 풀면서 어떤 선지들을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우선 ‘확실히 맞는’ 선지들이 있습니다. 이런 선지들은 표현상 특징이나, 지문/보기의 내용들을 그대로 반복해두거나, 한/두 단어 정도만을 바꿔둔 선지가 되겠죠. 실전이라면, 이런 선지들은 훌훌 털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다음으로는 ‘확실히 틀린’ 선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확실히’라는 말이 굉장히 폭력적인 느낌을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선지들은 지문 내용에서 Fact적으로 완전히 틀렸거나, ‘보기’나 주제의식을 고려했을 때 정반대의 정서/태도를 나타내는 선지들입니다. 이렇게 말해서는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 유명한 예시들을 몇 개 보고 갑시다.

 20학년도 수능에 출제되었던 현대시 세트 중 윤동주 시인의 ‘바람의 불어’라는 시의 일부, 그리고 44번 문제의 일부입니다. 지문을 보시면, ‘바람은 부는데 발은 반석 위에 섰다.’라고 제시되어 있는데, 2번 선지에서는 ‘내 발을 반석 위에 이끌고 있다.’라고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문의 내용과 상충되죠? Fact적으로 완전히 Out입니다.


 같은 해, 같은 세트에 출제되었던 45번 보기문제입니다. ‘보기’에서는 새가 일상에 충실할수록 본질을 잃어간다고 하는데, 4번 선지에서는 새가 본질에 충실하다고 말하고 있죠? 보기의 내용과 완전히 상충됩니다. ‘보기’에 제시된 주제의식에서 완전히 Out입니다. 문학에서는 오직 이런 선지들 만이 ‘확실히 틀렸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문학에서 손가락을 거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지만, 이렇게 ‘확실히 틀린’ 선지의 경우,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에서는 손가락을 걸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 유형은 ‘여지가 있는 선지’입니다. 이런 유형이 가장 짜증나죠.. 사람도, 문학 선지도 여지를 주는 것들은 참 별로인 것 같습니다. ‘여지가 있다’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A라는 입장에서 볼 때는 a라고 볼 수 있는데, B라는 입장에서 볼 때는 b라고 볼 수 있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는 경우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앞의 ‘확실히’ 틀린 선지와 차이점을 꼽자면, 앞의 경우에는 A와 B가 완전히 상충되는 내용이고, 그 중 하나의 입장을 ‘보기’에서 Fix 시켜둬서 확실히 틀린 입장을 고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번 수능 고전시가 세트의 34번 문제도, ‘겸양’과 ‘자존감’이라는 상충되는 키워드가 나오고 보기와 지문을 통해서 ‘자존감’이라는 입장을 거의 Fix 시켜 두었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한편, 여지가 있는 선지는 A와 B의 내용이 상충되지 않아 보기, 지문과 모순되지 않게 두 경우를 모두 생각해볼 수 있는 경우죠. 이런 경우 여러분이 주의하셔야할 태도가 있습니다. 우선, 단어 자체의 의미에 너무 매몰되지 말도록 해요. 그럴거면,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서 사용합시다. 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현대소설 ‘미스터 방’에 나왔던 보기 문제 중 한 선지입니다.

 당시 수험생들 중 이 선지의 ‘들뜬’이라는 부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학생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이는 ‘들뜬’이라는 말의 의미를 오직 놀이공원에서 느끼는 즐거운 ‘Excited’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인의 생각을 담아서 여지있는 선지들을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주관적이지 않은, 사전적인 정의를 생각합시다.


 한편 반대로 주관을 넣어, 멀쩡한 단어를 이상하게 생각해 여지가 없는 선지를 굳이 여지있는 선지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22학년도 수능의 수필 ‘담초’에 나왔던 보기 문제 중 한 선지입니다.

 당시, ‘부호가’라는 주변 맥락을 바탕으로 ‘적막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부잣집 도련님이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등의 느낌으로 생각하여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선지와 헷갈렸던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본인의 주관을 불어넣어, 멀쩡한 선지를 이상한 선지로 만들면 안됩니다.


 또한, A로도 해석될 수 있고 B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의미에서 ‘A’라고 해석한 경우의 선지를 ‘어, 그거 A아니라 B인데?’라고 생각하여 ‘확실히 틀렸다.’라고 판단하는 것도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여지가 있는 선지로 그대로 두도록 합시다.


 여기까지만 읽어보셔도 알겠지만, 우리가 기출분석을 통해서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 교정은, ‘여지가 있는 선지’를 잘 다루어 우리의 주관을 최대한 빼고, 평가원이 생각하는 객관적인 방법으로 선지를 판단해주는 방향이 되겠죠. 그렇다면, 실전적인 상황에서 여지있는 선지들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여러분이 실전에서 만나실 수 있는 몇몇 끔찍한 상황들을 가정해보겠습니다. 동그라미는 확실히 맞는 선지, 엑스는 확실히 틀린 선지, 세모는 여지가 있는 선지입니다.

 첫 번째 상황은 뒤의 상황들에 비해서는 굉장히 희망적인 상황입니다. 여지있는 선지가 하나 있고, 확실히 맞는(또는 틀리는) 선지가 네 개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상황이 오면,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던 선지가 틀린 선지가 된다고 판단해주시면 됩니다. 한 교재에서 사용하는 말을 차용하면, ‘역손가락 걸기’가 되겠네요. 


 두 번째 상황부터는 실전에서 꽤나 막막합니다. 확실히 맞는 선지가 3개, 여지있는 선지가 하나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상황에서는 본인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선지들 중, ‘가장’ 틀린 것을 골라야합니다. ‘가장’이라는 것이 참.. 마법의 단어죠.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혹시 본인이 놓친 ‘확실한’ 근거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이번 9월, 수능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경향인데 선지 하나는 하나의 정보를 묻지 않습니다. 선지를 끊어지는 부분마다 체크하면서 판단요소를 세보면, 한 선지마다 3~4개의 판단요소를 묻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 판단요소들 중에서 하나라도 ‘확실히 틀리면’ 그 선지는 틀린 선지가 되는 겁니다. 이 상황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모든 선지들을 끊어치며 각 부분에 ‘확실히 틀린게’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지있는 선지만 하지 마시고, 맞다고 판단했던 선지도 해주세요. 2번과 4번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확실한 단서가 3번에 있었던 경우도 비일비재하거든요.


 그렇게 확실한 단서를 찾아봤는데도 여지있는 선지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본인의 주관이 들어가진 않았을지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본인이 특정한 ‘단어’에 얽매이고 있다면 본인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학은 한 번 매달리면 본인이 처음 틀린 것을 못 찾기 때문에, 시험 상황이라면 다른 문제들부터 풀며 리프레시하고 오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장 막막한 상황입니다. 우선 반드시 제대로 끊으며 확실한 부분들, 여지있는 부분들을 구분하세요. 다시 찾으며 여지있는 선지라도 하나를 고르면 그건 Case 1이 되어 정답을 고를 수 있을 것이고, 확실히 맞게 만드는 요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의 집중과 긴장은 뒤의 선지로 갈수록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기에 처음 볼 때 앞쪽 선지, 앞쪽 수식어를 놓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들을 특히 주목해서 봐주세요.


 기출분석을 통해서 이런 상황들을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될 겁니다. 이런 선지판단들의 경험을 쌓으며, 본인의 주관을 빼고 평가원이 원하는 객관적인 독자가 계속 되어가는 것이에요. 앞의 Case 세 개는 실전적인 상황을 많이 가정했는데, 본인 스스로 학습하실 때에는 이런 실전적인 풀이 말고도 모든 부분을 끊고, 모든 부분에 대한 정오판단을 해보시는 연습을 하는 것도 굉장히 선지에 대한 예민함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런 연습은 ‘오직 기출로만, 반복적으로’ 하시길 권합니다. 독서보다도 문학은 사설과 평가원의 괴리가 굉장히 크고, 이 여지있는 선지에서 정확히 답이 결정되는 그 “Line”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집단은 평가원 밖에 없습니다. 사설 문제를 풀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선지 판단 감각이 떨어졌을 때 여러분은 다시 기출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오늘은 문학 가이드의 ‘개론’ 이였는데,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었네요. 오늘 살펴본 내용을 마지막으로 요약해서 정리해봅시다. 문학은 독서에 비해, ‘읽는 것’보다 ‘푸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둬야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장르의 본질에 따라 ‘잘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지에 대한 예민함을 길러 ‘잘 푸는’ 독자가 되자.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기출분석을 많이 해야한다. 이정도로 정리될 것 같네요.


 다음 칼럼부터는 제재별로 지문을 어떻게 독해하고, 선지를 어떻게 뚫어나가야할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로 다시 찾아올테니, 기다려주세요 :) 지금까지 본체만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칼럼에 대한 의견 주시면, 후속작을 쓰는데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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