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0일 어느 반수생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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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3때 코원 피엠피에 넣어 듣던 노래들이 왜그리도 좋은건지
그때의 열정과 한편으로는 고독감 또 불안감.. 그런것들이 기억난다
2.
이명학 프리패스 끊으면 줬던 리얼공감영어 가죽 카드목걸이를 아직도 달고다닌다
친구들은 날 놀리지만 이게 젤이쁜걸
3.
재수를 택하려햇지만 또한번의 수능실패가 두려웠다
남들이 선망하는 학교이기도 하고..결국 붙은학교를 다니고있었다
근데 암만봐도 여긴 아닌걸
내 수년간의 노력의 결과가 고작 이런데라는게 싫고 내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인다
결국 입학성적은 높았지만 의욕도 잃고 수업도 안듣고 학점 3점대를 겨우 유지하는 그런학생 꼴
4.
현실을 외면한채 어영부영 다니다보니 시간은 흘러 9월...
반수안하냐는 부모님의 말에 "지금까지 논게 얼만데.."라고 핑계를대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수시 쓰면되지..종합"
맞다..나 수시 준비도했었지..
수능도 논술도 망했지만..음.. 선생님들 등살에 내신도 비교과도 꽤했던것 같기도하고
그땐 왜 전혀 써먹지못했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도전해봐?
5.
수시접수 마감까지 딱 일주일 남기고 시작한 반수
자소서 같은거 생전 써본적도없고 면접은 또 뭐래..
고등학교 갔더니 선생님들은 또 지겨운소리. 하향 하향 어휴..
지겹다.
어처피 안하려던 반순데, 내가 쓰고싶은대로 내맘대로 쓸거야.
시간도 없고..그래 경영으로 6개 몰자
6.
"너 근데 반수안해..? 우리학교다니긴 아깝잖아"
룸메이트가 던진말에 흠칫..
차마 지난 수개월간 동거동락한 룸메이트들에게 내 반수사실을 알릴수가 없었다
만약 알게되면 나에게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것이며
그동안의 추억은 얼마나 헛되이 될것이며..
일단 최종결과가 나올때까지 최대한 숨기기로 했다
미리 말안하고 나중에 말하면 더 미안해지려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룸메의 재수생친구 이야기를 남 얘기처럼 듣는것에도 차츰 익숙해져간다
학교앞 치킨집에서 맥주한잔 하면서도 본심을 털어놓지 못하는 내모습이 안쓰럽다
7.
곧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이제 1차발표랑 면접도 있을텐데 둘중 하나를 택하기가 참 애매하다
8.
어느 길을 택하는게 옳은지 누가 알려줬음 좋겠다
저번엔 사주를 봤는데 "인서울은 안돼"라고 하더라
내가 향후 10년간은 학업운이 없느니..올해는 포기하는게 낫다느니.
내 형제에 관해서도 묻더니 걔도 학업운이 없고 무명대학을 갈거라더라
걔가 지방의대에서 반수하고 있는건 비밀.
여튼 어이없는 사주풀이를 듣고있는데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마음은 슬퍼져서 결국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왔다
눈물을 닦아주면서 너의 눈물이 아깝다며 꼭 대학 붙어서 다시오자는 남자친구의 말이 내겐 들리질 않는다
9.
남자친구와는 cc다
각자 수능망해서 이대학에 온 한탄을 하다가 그렇게 사귀게됐다
지난달 내가 수시반수를 급작스레 결정하기 훨씬전부터 그는 나에게 반수를 권했다
"사실 초반엔 나는 니가 떠나지 않길바랬지만
이제는 우리가 서로에대한 확신이 있기에
너가 떠나더라도 조금 견딜만할것같다
너는 아직 너무어리고 너의가능성을 여기서 썩히기엔 너무 아까우니
나이많은 나를 두고 너라도 꿈을 펼치렴"
10.
어젯밤에는 첫눈이 내리는 꿈을꿨다
난 참 겨울을 좋아한다
3년전 겨울 막연한 희망을 품고 고대의 교정을 밟았던 날이 떠오른다
이번엔 고대를 쓰지 않았다
그래도 고대를 꿈꾸며 공부한 날들이 헛되지는 않았길
올해는 좋은 결과가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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