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구운감자 [1201270] · MS 2022 · 쪽지

2023-12-05 0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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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만 행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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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썰 조금 수능썰 조금

뼛속까지 잉뿌삐엿고 자기비하의 극한을 달리던 제가

어떻게 강철멘탈이되었는지… 설명을 좀 해보고싶었음

사실 그냥 썰풀기인거같긴함 쓰고보니

좀 우울한 얘기가 있는데 보기싫으심 보지 마시고

끝에 세줄요약 ㄱㄱ


난 초5때쯤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이 좀 심했음

그나이대 여자애들은 좀 그런 기질이 있음

커서도 강도나 그런것만 달라지고 비슷한 거 같긴 한데 무튼

뭐만 하면 뒷담 까고 누구 따돌리고 무리에서 떨구고

나도 당연히 그런걸 당했었고

좀 심하게? 대놓고? 당했었음 좆같았지

기억나는 건 ㅈㄴ많은데 그걸 다풀면 얘기가 넘 길어지니 넘기고 뭐 어찌저찌 잘 풀고 중학교에 갔었음


중학교 때 내가 정말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음

정말 세상 모든 걸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 사람이었음

그 사람이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나한텐 그런 존재였음

정말 마음 바쳐 사랑한다는 감정을 태어나서 처음 느껴봄

그 뒤로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음

무튼 ㅋㅋㅋㅋ

그랬는데 이제 내 감정은 정말 컸지만 상대는 아니었던거지

그럼 어떻게되냐? 내가 슬슬 질리는거야 상대는

그럼 또 어떻게 해야되냐? 헤어져야지 ㅇㅇ… 질리는데

그럼 난 그걸 받아들일거냐? 아니지 존나 울고불고하지

그… 내가 중2때 고등래펀가? 그걸 했음

거기 빈첸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그때 딱 자해가 수면으로 뜨면서 나도 자해를 하기 시작했음

팔목이나 발목 팔 배 등등… 팔목은 아직 흉터 좀 진함 ㅇㅇ

시기도 중2라서 이제 부모님이랑 마찰도 심해져서

그 1년을 가족들이랑 말 한마디를 안 섞고 지냄


이제 아버지가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날 상담센터에 데려가셨었음 정신과 병행하면서 약도 먹고

근데 잠깐 한거라 그런지 효과 없더라 씨팔 ㅋㅋ

상담센터 관둔것도 매주 1시간 상담하는데 10만원씩 쓰니까

몇달 다니고선 아빠한테 미안해서 가겠다는 소리가 안나오더라

정신과는 엄마가 하도 싫어해서 안감


그뒤로 다니던 학교 애들하고도 사이가 좀 안좋았었음

학폭 직전까지 갈뻔한 일도 있고 해서

그리고 그 동네에 있기가 싫었음

사랑하던 사람과의 추억이 너무 많이 묻어있어서

그래서 전학을 가기로 함 서초구로


가서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었음

그동안의 나는 그 가오충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스스로를 정말 많이 꾸미고 살았는데

여기 애들은 그냥 내가 아무것도 안해도 웃어주고 별말 안해도 웃기다고 깔깔대니까 그제서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병신같았는지가 보이더라

그맘때쯤 신앙도 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나 신으로부터 받는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았음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거지

근데 암만해도 사랑은 다시 안되더라

나도 이건 좀 고민임 뭘 해도 누군가가 그리 좋아지지 않음

해결책 있으면 공유좀 ㅅㅂ


그렇게 고등학교에 갔음. 자사고.

입학 시험은 나름 잘봤음 50등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함

근데 ㅆㅂ 이새끼들이 존나 잘하는거야

바로 5등급 입갤…

근데 난 그때까지 자기비하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음

예전엔 친구관계에 대한 강박이나 자기비하가 있었다면

그게 고대로 성적이나 공부로 간거지


공부해본 사람들은 좀 공감할 수도 있는데

내가 만약에 오늘 좀 조느라 공부를 못했어

그럼 이제 그런 스스로가 존나 한심하고 죽고싶고 대책없는거같고 그럼 자괴감이 드는거임

그럼 또 그런 자괴감 때문에 집중이 안됨

집중 안돼서 또 자괴감 느낌

무한 반복인거임 그냥 ㅋㅋㅋㅋ

그러면 이제 진짜 정신병이 옴… 정말 숨이 막힘

그렇게 고1-고2 보내면서 평균 등급 4점 중반대로 마무리했던걸로 기억함


얼레벌레 고3이 됐고 시대 유명 강사들의 단과를 들으러 다님

근데 미적 지구 노베 내신 5등급따리가 뭘 알아듣겠냐

그냥 가서 열심히 수업 듣고 나옴

문제에 적용은 하나도 안됨 베이스가 없어서

애들은 좀 다르겠지 그러니 평균점수는 슬슬 오르는데 나만 제자리고 항상 평균 아래를 기어다님

그럼 이제 또 무한부정회로 On…


그런 식으로 겨울을 지나 새학기를 맞이함

동아리 같이 하고 학원에서 얼굴 자주 본 친구가 있었음

그친구는 머리가 좋진 않은데 되게 열심히 하는 친구였음 내신도 2점대였던 것 같음

공부 재능 있는 거 아닌데 그정도면 조오오온나 열심히 한거임

뭐 어쨋든 그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친해지게 됨

내가 뭐 이래서 힘들다 저래서 힘들다 얘기를 하면 이제 뼛속까지 T인 친구는 항상 내 현재 상태를 얘기해주고 이제 뭘하면 될지 같이 고민해줬음

그리고 걔가 해준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너가 아무리 후회해도 너 실력이 이런 건 어떻게 할 수 없다

앞으로 너가 뭘 할수있는지 고민해봐라

후회해서 공부 못하는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안하고 공부하면 또 그만큼 얻어가는 게 있지 않냐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지 마라

약간 이런 식의 말들이었음


예전엔 이런 말 들으면 빡쳤거든?

아니 씨벌 내가 힘들다는데 지가 뭐 ¯ࡇ¯ 이런 느낌이었는데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그게 맞음

이미 지나간 시간

그 시간 동안 공부를 했다면 뭔갈 더 했겠지

근데 그 시간을 제대로 못 쓴건 맞고

그건 그거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한 일임

일어난 일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자세

이게 정말 중요한 거 같음


무튼 그런식으로 힘을 얻어서 고3을 마무리했고

수학을 거의 포기했던 나는

12113의 성적으로 23수능을 마무리함

그치만 평소 모고 성적보다 많이 잘나온 편이었고

난 내가 재수를 한다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어느정도는 있었기 때문에(그동안 수학을 안한거니까 하면 1까지는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음)

바로 그다음날부터 공부했었음

학교 가서 마더텅 풀고 학교 끝나고 바로 스카가고

애들도 거의 안만난듯 10명도 안될걸

겨울에 알바 하면서 시대 단과 들었었고

정시 원서 넣고… 한양대 합격하고…

시대 들어감 ㅋㅋㅋ


가서도 많이 힘들었음

종교에 의지를 좀 많이 했었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못하고 뒤쳐지는건 눈에 너무 잘 보이고

초반에 유서 써서 들고다녔었음 ㅋㅋㅋ

언제든지 뛰어내리려고 ㅇㅇ…

뭐 그랬었는데 계속 스스로를 다잡았음

너가 병신이고 의대 못 갈 가능성이 높은 건 팩튼데

그렇다고 그게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맨날 시험 개조져도 그렇게 생각했음

내 실력이 이런걸 어떡하겠냐 피드백이나 잘 하자


맨날 맨앞자리 앉아서 평균 이하 나와도

난 당당했음(사실 쌤들은 좀 이상하게 보셨던 분들이 계셨던거같긴함 ㅋㅋ 그래서 주눅들었던 적은 좀 있음)

그냥 묵묵히 할일 찾아 하자고 계속 생각했었음


그렇게 계속 재종 생활하다가

이제 슬슬 긴장이 되는지 밤에 잠이 안옴

본인은 동생이 있어서 동생 등교 준비 때문에 엄마가 7시에 날 데려다주셨어야 해서

보통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함

근데 이제 4시까지 잠이 안오는 날이 좀 잦아짐

초반엔 괜찮아 버틸만해

근데 뒤로 갈수록 진짜 미칠거같음

아침에 7시부터 11시까지 진짜 딥슬립함

원래 생담도 나 열심히한다고 되게 좋아했는데

그시점 가니까 벌레보듯이 보더라 ㅇㅇ…

뭐 진심은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건 그거였음

그게 제일 힘들었던 거 같음

나도 일어나서 열심히 하고 싶고

아침에 할거 다밀려서 오후에 울며불며 그나마 급한거 처리하고있는데

저사람도 내가 한심해보이겠지 라는 생각을

떨칠수가없더라 내가 암만 무덤덤하게 넘기려고 해도 하…


그래도 계속 생각했음

어쩔수없다고 내가 후회해서 버리는 시간만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계속 가스라이팅했음ㅋㅋㅋ

그런식으로 5달을 견뎠던 것 같음

상처받고 견디고 할일하고

나의 멘탈케어 방식은 오로지 이거였음

뒤쳐져도 묵묵히 내 할일 하는거


이러다가 수능 전날도 3시간 자고 가서 개조지긴했는데 ㅋㅋㅋ 뭐 어쩌겠음

미리미리 몸 안 챙긴 내 잘못이지 이것도

그래도 수학 탐구 많이 올라서 이번엔 교차 안해도 될 거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음


누군가는 이게 합리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버러지같은 새끼가 뭐 잘했다고 저렇게 평온하나 생각할 수 있겠지

근데

우울한 버러지보다

행복한 버러지가 더 나은건 팩트임

본인이 우울함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자꾸 무너진다면

그걸 깨부수고 그냥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정말 좋은 선택지임을 꼭 말해주고 싶었음

내가 나를 안 사랑하면 누가 사랑해주냐


쓰고보니까 별거없는거같네

그치만 님들은 생각보다 대단한 존재고

누구보다 찬란한 한해를 보냈으리라 생각했으면 함

결과가 어찌 되었든 그건 이미 결론이 난거고

앞으로 뭘 할지를 많이 고민하고 살았으면 함


예… 끗!


세줄요약

  1. 1. 본인이 병신같다고 느껴질때 자꾸 처진다면 그냥 스스로를 멋쨍이라고 가스라이팅 하는 것도 나쁘지않다
  2. 2. 지나간 일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다 그 시간에 다른 행동을 찾아하는 게 더 현명할 때가 많다
  3. 3. 올 한해 고생하셨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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