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과 동강댐 건설 반대가 ‘양심’이라고요? 최재천 교수의 서울대 축사에 유감(遺憾)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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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3년 8월 29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서울대 축사가 화제였습니다. ‘혼자만 잘 살려고 하지 마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좋은 말씀.(좋은 말인 것과, 이 말을 하는 이조차 이 말을 지킬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다르지만.)
하지만 제 눈길을 끈 것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최 교수께서 ‘동감댐 건설 반대, 4대강 건설 반대’를 외친 것이 ‘양심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는 어느 신문의 보도 때문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보십시오.
https://www.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2308292159015
누군가의 말을 ‘전해 듣는 것’은 오해가 따를 수 있습니다. 말이 축약되거나, ‘변형’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해서, 서울대 홈페이지에서 최 교수의 축사 전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23년 8월 30일 오전 7시 30분 현재, 없습니다. 타 언론 어디에도 전문을 소개한 곳은 없었고요. 하여, 경향신문의 보도를 ‘오보가 아니라고 믿는 상태’에서 그의 말을 여기에 그대로 옮깁니다.
‘생태학자이자 사회활동가인 최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동강댐 계획 백지화를 호소하는 신문 기고문을 써 댐 건설이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백지화된 것,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4대강 사업에 항거했던 것, 호주제 폐지 운동에서 과학자의 의견을 변론해 위헌 판정이 내려진 것, 제돌이 등 고래들을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것’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왜 온갖 다양한 사회적 부름에 종종 제 목까지 내걸고 참여했을까를 스스로 물었을 때 ‘양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경향신문의 보도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최 교수는 동강댐 백지화 주장이나, 4대강에 반대했던 것이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심‘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 누구라도 옳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심은, ’절대적 도덕‘에 근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두환이 주도한 12.12를 반대한 것은 양심이라고 봅니다. 박정희의 통치 말기, 민주화를 주장한 것도 양심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댐 건설이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게 과연 ’양심‘일까요?
저는 농민입니다. 벼농사도 짓지요. 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공급입니다. 아무리 최첨단 시설을 갖췄어도, 물이 없으면 벼농사는 짓지 못합니다.
기실, 농민이 아닐지라도 물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입니다. 도시 생활, 아니 사람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비만 왔다 하면 홍수가 져도 안 되고, 몇 달 비가 안 왔다고 물이 부족해서도 안 됩니다.
하긴, 사람이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산소-잠 다음으로 물입니다. 열흘 정도 굶어도 살 수 있지만, 물을 못 마시면 죽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 예수를 따라서 40일 금식 기도를 해도, 물은 마시는 이유입니다.
제 어릴 적, 서울 영등포구(현재의 영등포구 뿐 아니라, 동작구도 포함되는 지역이었지요.)에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
폭우만 왔다 하면 한강이 넘치니 나온 말입니다. 영등포를 ’진등포‘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금년에도 폭우가 쏟아졌지요? 1970년대라면, 한강을 접한 요즘 영등포동이나 요즘 동작구 흑석동 노량진동, 그리고 강 너머 마포는 다 물에 잠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물난리를 겪지 않았지요? 대신,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지역 일부는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물을 가둘 곳이 없는 상태에서, 하천에 퇴적된 토사가 쌓인 상태에서 큰비가 오면 물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농사뿐 아니라, 도시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강 주변에 물을 가두는 곳이나 하천의 정비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것을 안 하면, 큰비가 왔을 때 물이 넘치게 되고, 반대로 가뭄이 들면 물이 부족하게 됩니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인구밀도는 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은행(world bank)이 2020년에 추산한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land area)의 인구 밀도‘는 1 제곱킬로미터 당 세계 평균이 60명입니다. 여기 통계를 보십시오.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EN.POP.DNST?fbclid=IwAR0eu3LxTch7NzSOd_03peR-2p5ADxJKBSR4M0hEyUsZ4i_-Zd5zMYmn0WU
미국은 36명, 중국 149명, 일본 345명, 영국 277명, 독일 238명, 프랑스 123명, 러시아연방 9명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531명입니다. 땅이 부족해 바다를 메웠다는 네델란드조차 518명으로 우리보다 적습니다.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인구밀도는 거의 9배나 높지요.
대한민국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조차 개간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아파트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런 곳에서 댐을 만들지 않거나, 강 정비를 안 하면 바로 물 부족이나 물난리를 겪게 됩니다. 대한민국도 1970년대까지 그랬습니다. 비만 오면 홍수였고, 가뭄이면 바로 논이 타들었지요. 세계 평균과 비교할 때 비가 많이 오는 나라임에도, UN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댐 건설을 반대하거나, 4대강 정비 사업에 반대한 것을 ’양심‘이라고 무조건 상찬(賞讚)할 수 있는 것인가요? 금년도 폭우 때 4대강 사업을 한 본류에서는 홍수가 안 났지만, 강 정비 사업에서 빠진 지류와 지천에서 홍수가 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잘 아시듯, 최재천 교수는 개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입니다. 동물생태학자입니다. 생태학자로서, ’가능하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기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펼친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양심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개인의 신념이 양심이 됩니까? 그런 식이면, 1960년대 1970년대에 ’우리나라는 개발독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양심인가요?
농민인 저로서는 모든 하천이 정비됐으면 하고, 물을 가두는 보도 더 많이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제 주장 역시 ’양심‘은 아닙니다. 농민으로서의 의견일 뿐이지요.
다만 인구밀도가 이렇게 높은 나라에서, 치열하게 연구한 공학적-경제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물 관리가 없으면 어찌 될지는 그 결과를 누구나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댐 건설이나 4대강 정비 사업을 반대한 것을 ’양심‘이라고 떠들었다는 점에서, 저는 최교수의 축사가 영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또한, 이런 축사를 들으면서 이 나라를 이끌 서울대 졸업생들이 자칫 ’양심‘을 오해하게 되지나 않을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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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은 상당히 주관적인 개념이죠. 과학자의 양심이라고 해서 그 양심이 대단히 더 과학적인 것은 아니듯이.
정말 이런 글 쓸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싶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정도로 너무 재밌게 읽고 있어요. 존경합니다.
에고. 저는 님이 말씀하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못 됩니다. 격려, 감사하지만 과찬이십니다. 항상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