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시를 읽을 때 가져야 할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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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다들 공부는 열심히 하고 계신지요.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건강 꼭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네요.
근 1주일 만에 다시 글을 작성하는 것 같습니다.
여건이 되는 한 주 1회 이상의 글 집필의 약속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현대시를 읽을 때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학생들은 현대시를 읽을 때 아무 생각없이 줄줄 읽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물론 이렇게 읽어도 잘 맞히는 학생들은 잘 맞힙니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죠.
그렇지 않은 분들과, 자기는 현대시를 읽을 때 문제는 잘 맞히지만 불안하다 싶은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들은 아니니 잘 읽어주시고 꼭 적용해보시길 바랍니다.
1. 문장 단위로 읽어라.
시를 읽을 때 아무런 기준 없이 읽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행 단위로 읽거나, 두 줄 단위로 읽거나, 본인이 끊을 수 있는 곳에서 끊어서 읽죠.
시는 문장 단위로 읽어주시면 좋습니다.
시에는 특별히 문장 부호가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한국인이기에 어느 정도 문장 구조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만약 문장이 너무 길다면, 중간에 한 번 끊어서 읽으셔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문장 단위로 읽겠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읽는 것입니다.
작품을 예로 들어서 설명드릴게요.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작품입니다. 그럼 문장 단위로 읽어볼게요.
[사람들은 자기들이 ~~ 좇지는 않는다] 가 한 문장이 되겠죠?
그 다음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가 한 문장이 될 것입니다.
만약 너무 길다면, [사람을 끌고 가다가 ~~ 낭패시키는가 하면] 까지 끊어서 읽을 수 있겠죠?
다음 [큰물에 우정 제 허리 ~~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까지 한 문장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장 단위로 읽는 버릇을 들이면 시를 읽는 데 있어 큰 기준이 생길 것입니다.
시를 좀 더 깔끔하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2. 유기적으로 읽어라.
'유기성'이 무슨 의미인가요? 잠시 생각해봅시다.
간단히 말해서 연결이 되어 있는, 뭐 그런 의미겠지요.
시의 큰 주제는 하나입니다. 아무리 시 안에서 꼬아서 말을 한다고 해도 의미는 통하는 거예요.
그러므로 시어나 시구의 의미가 그 시어나 시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래나 위의 시어나 시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뜻을 이해한 후 그냥 날려버리지 말고, 다른 부분의 의미와 연결지어서 해석하려고 해보세요.
그럼 시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기적으로 읽는 것은 본인이 계속 의식하고, 계속 연결지어서 읽으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아래에서 실제 적용을 해 볼 터이니, 연습해보시길 바랍니다.
3. 시어나 시구의 긍정, 부정을 따져가면서 읽어라
각 시어나 시구가 화자에게 있어서, 혹은 그 상황에 있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를 판별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긍정과 부정을 다른 말로 바꾸어볼까요?
바로 지향과 지양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더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화자가 이것을 지향하는지, 지양하는지를 판별하면서 읽으셔야 합니다.
이것은 다들 하실 줄 아실 거예요. 하던 대로 계속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꼭 모든 시어나 시구를 지향과 지양의 프레임으로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특별한 의미가 없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가령 단순히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을 설명한다거나 하는 등의 부분이 있을 수 있겠죠?
지향과 지양 판별은 여러분들이 익숙한 것이니 바로 넘어가겠습니다.
4. <보기>가 주어진다면, 적극 활용하자.
저는 원래 <보기>를 읽지 말고 시를 읽으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요즘 출제 경향을 보면, <보기>가 거의 대부분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보기>더라구요.
이런데 <보기>를 활용하지 않으면 너무 아깝잖아요?
<보기>를 보고, 작품의 설명을 해 주는 보기면 바로 읽고 시를 읽어봅시다.
정말 수월하게 시를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자 여기까지 기본적인 현대시 독해 태도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실제로 적용시켜봐야겠죠?
2023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현대시 작품으로 적용해봅시다.
먼저 문장 단위로 읽어 봅시다.
[한여름 채전으로 가 보아라]
화자는 채전으로 가 보아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채전이 화자가 지향하는 것인지, 지양하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계속 읽어봅시다.
[수염을 드리운 몇 그루 ~~ 작은 박이며 호박들!]
이는 채전에 대한 묘사입니다. 체전은 여러 작물들이 자라는 공간입니다.
옥수수, 가지, 고추 등과 윤기 도는 호박들이 자라는 공간이에요.
최소한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채전은 화자에 있어 긍정적인 공간이 될 확률이 높아 보여요.
[이 지극히 범속한 것들은 ~~ 적적히 여념 없나니]
체전에 자라는 작물들은 황금의 햇빛 속에 자라고 영그는 존재들입니다.
화자는 처음에 채전으로 가 보아라고 했고, 채전의 모습을 말하고 있어요.
채전의 모습을 청자가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보라고 했을 것 같네요.
[과분하지 말라 의혹하지 말라 ~~ 천지와의 화합에 있거니]
네, 채전은 바로 '천지와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천지와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니 긍정적인 공간이겠죠?
청자에게 채전으로 가 보아라고 한 이유도 좋은 곳이니까 너도 한 번 가 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여름 채전으로 가 보아라]
다시 한 번 청자에게 채전으로 가 보라고 합니다. 그만큼 화자는 채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나비가 심방 오고 풍뎅이가 찾아 오고 ~~ 비가 내리고 햇볕이 다시 나고 ... ]
채전의 풍경에 대해 묘사하고 있네요. 이 묘사 또한 긍정적인 묘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채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 위에서 본 [수염을 드리운 몇 그루 ~~ 작은 박이며 호박들!] 도 아름다운 채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같이 많은 손님들의 극진한 축복과 ~ 빛나는 생명의 양상을 한여름 채전으로 와서 보아라]
네, 궁극적으로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이 제시되네요.
'빛나는 생명의 양상'이 채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채전을 가 보아라고 한 것이네요.
이 '빛나는 생명의 양상'을 설명한 부분이 위에서 어디일까요?
네, 바로 [수염을 드리운 몇 그루 ~~ 작은 박이며 호박들!], [나비가 심방 오고 풍뎅이가 찾아 오고 ~~ 비가 내리고 햇볕이 다시 나고 ... ]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는 아니었지만 유기적으로 읽고, 긍부정을 따지면서 읽으면 은근히 판단 과정이 길어집니다.
하지만 쉬운 시라도 이렇게 연습을 하셔야 어려운 시도 잘 읽어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태도를 잘 이용하셔서 현대시를 독해해 보시길 바랍니다.
딱 각잡고 10지문만 해석해보시면, 감이 올 것입니다.
현대시를 읽는 기준이 없으셨다면 꼭 시도해보세요.
다음 글도 현대시에 관한 글이 될 것 같은데, 구체적인 독해 태도에 대해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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