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출신의 L-그래프 이야기[완결]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62269255
L-그래프 최종(by B.P.).pdf
첫 번째 글에 관심 가져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질문으로 끝냈기 때문에 완결되지 않은 글입니다. 그래서 남은 이야기를 더 하고자 합니다. 파일을 먼저 받아주시고, 글을 읽어주세요. 첨부한 파일을 받아가실 때 “좋아요” 부탁드립니다(“좋아요” 누르면 인생도 좋아짐!)
15-4번 선지를 읽고, 제가 떠올린 풀이는 파일 속 ‘분수로 표현된 식’과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식으로 10초 안에 판단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 예를 들며 설명했던 것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었을 뿐입니다. 제가 이 선지의 정오를 판단할 때, 첫 번째 글처럼 일일이 예시를 들며 풀지 않았습니다. 분수식만이 판단을 위한 근거였죠.
처음부터 바로 이 글을 썼다면 제 논증을 따라오기 벅차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글에서 2가지 예시와 함께 일반화시킨 결론을 보여드렸습니다(까먹었다면, 다시 읽고 와주세요).
여러분과 다르게 제가 이 식을 떠올리고 이를 통해 빠른 판단을 내리게 된 이유를 꼽자면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1
“나누기”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2
22 수능 13번 문제의 3번 선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논리와 다름없음을 알고 있었다. 소재와 조건이 주어진 방식이 다를 뿐, 판단 논리는 똑같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누기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나, 다른 관점(세계관, 차원, 기준, 입장 등)에서 똑같은 것을 다시 바라보면서 ‘우물 안에 있어서 알 수 없었던 개념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세계관을 다른 세계관과 엮어 ‘관계’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견주어 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이때 기존의 한 관점에서만 보던 대상(분자)을 다른 기준(분모)으로 바라본다”
이 의미를 깨닫는다면, 여러분은 과학 기술지문만 아니라, 경제 지문을 읽을 때 이해하는 차원이 한층 달라질 것입니다.
따옴표에서 제시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겠습니다. 먼저, 시간관념이 존재하지 않은 세상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가정을 꼭 받아들여 주세요. 이 세계에 A와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둘은 똑같이 p라는 지점에서 q라는 지점으로 100m를 이동합니다.
A가 이동한 100m와 B가 이동한 100m는 똑같이 그냥 100m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외계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둘은 ‘다르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뭐가 다른가 물어봤더니 A가 더 빠르다고 얘기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시간관념이 있어서 외계인의 말을 이해하겠지만, 시간관념이 없는 A와 B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공간 관념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죠. 이때 외계인이 시간이라는 새로운 차원, 세계관을 주입해 버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죠?
공간에서의 변화를 시간이라는 세계관, 관점, 차원, 기준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A의 100m와 B의 100m는 100m로 똑같았는데, 시간의 차원을 기준으로 공간을 다시 바라보면서 숨겨져 있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A의 100m는 10초짜리고, B의 100m는 20초짜리이며, 그래서 이제 무엇이 더 빠르고 느린지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도 눈에 보이는 빠르기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또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A의 1초는 10m의 이동을 만들어내고, B의 1초는 5m의 이동을 만들어냅니다. 이 경우는 어떻죠? 시간의 관점에만 갇혀 있다면, A의 1초와 B의 1초는 똑같이 그냥 1초입니다. 그런데, 시간의 관점에서 공간의 차원까지 함께 엮어서 바라보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색다른 의미를 알게 됩니다.
요약해 보겠습니다. 공간의 차원(관점, 세계관 등)에 갇혀 있다가 이를 벗어나, 시간이라는 차원에서 공간을 바라보게 되었고, 결국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바로 그것은 빠르기이며 물리 시간에 “속력”을 배우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추가로 “방향” 관점까지 함께 동원하면, “속력”이라고 정의했던 것이 “속도”로 바뀌게 됩니다(Physics Code(피코)님께서 좋아하십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얘기할 게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에 바라보지 못했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이 앞으로도 유용하게 반복적으로 사용될 것 같으면 우리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저도 그랬고, 여러분들 모두 마찬가지로 기존에 없었던 숨겨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세상에 새롭게 태어났고 여러분께 “이름”을 붙여줍니다. 왜죠? 새롭게 태어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분명한 쓰임이 있습니다. 가치가 있는 존재이므로 반복적으로 불리게 되니 이름을 붙이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 관념에 갇혀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깨달았으니 얼른 이름을 붙이고 싶고, 이름 속에 그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에 최대한 함축적으로 의미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담아냅니다. 이를 축자적 의미라고 해서 여러분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심찬우 선생님께서 좋아하십니다). ‘속력’을 한 글자씩 뜯어보면, 빠르다는 뜻과 힘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빠르기’라는 의미를 잘 담아냈습니다.
이제 처음에 제시한 의미를 다시 읽어볼까요?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나, 다른 관점(세계관, 차원, 기준, 입장 등)에서 똑같은 것을 다시 바라보면서 ‘우물 안에 있어서 알 수 없었던 개념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세계관을 다른 세계관과 엮어 ‘관계’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견주어 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이때 기존의 한 관점에서만 보던 대상(분자)을 다른 기준(분모)으로 바라본다”
그러면 이제 15번의 4번 선지를 봅시다(첨부파일 참조 바람). “코끼리에게 적용하는 치료제 허용량을 기준으로” 콤마 앞부분과 “생쥐에게 적용할 허용량을 정한 후“를 보고, 분수식을 만들면 됩니다. 생쥐가 원래 대상이며, 코끼리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생쥐 허용량이 분자로, 코끼리 허용량이 분모로 갑니다.
치료제 허용량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대사 체중 기준’에 비례한 기준이죠. 이에 따라 밑의 빨간색 네모로 적정량 기준을 잡았습니다. 선지에서 갑자기 허용량을 체중 비례 기준으로 바꿔서 적용한 뒤 먹이라고 했고, 이는 파란색 네모를 보면 됩니다.
빨간색 네모에서 파란색 네모로 바뀔 때, 분자의 변화량보다 분모의 변화량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변화의 방향은 분자, 분모 모두 같아서 둘 중 더 크게 변화하는 쪽이 전체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이 분수값은 감소하는 방향, 즉 원래 적정량 기준보다 과소복용하게 되는 결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22 수능의 13-3번 선지와 비교해 보며 이 글을 끝내겠습니다.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의 방향을 묻습니다. 하락이냐 상승이냐. 그러면 일단 써봅시다. B국 통화가 기준이네요. 그래서 B국 통화를 분모로, C국 통화를 분자로 씁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A국 기준으로 B와 C가 각각 주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분자, 분모를 모두 A로 나눠줍니다.
<보기>에 변화의 방향과 정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23 수능 15-4보다 훨씬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겠죠? 비슷한 논리이므로 스스로 먼저 생각해 보세요.
분자, 분모 둘 다 변화의 방향이 하락이므로, 둘 중 더 크게 변하는 분모가 최종적인 방향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C/B는 상승하게 됩니다.
22 수능의 경우 소재는 환율이며, 조건이 굉장히 명시적으로(50% 하락, 30% 하락) 주어졌습니다. 조건을 보면, 변화의 방향과 변화의 정도가 각각 분명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23 수능 15-4번 선지의 경우, 더 감추어졌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방향, 변화하는 정도의 차이를 스스로 생각해 끄집어내야 합니다. 포장지를 더 씌워 난도가 훨씬 높아진 것이죠. 이걸 보고 진화하고 있다고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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