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_국어 [862683] · MS 2018 · 쪽지

2023-02-24 22: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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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대학교에 입학해도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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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곧 있을 3월을 맞이하여 대학교 입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는 24살에 제가 가고싶었던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참 늦은 나이에 입학했죠?! 



합격 당시 5번의 수능과 도전 끝에 제가 목표한 바를 이루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는!!!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24살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게 참 많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한 거 같았고, 동기들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울리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건... 전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인데 그것들을 다 하기에는 이제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거 같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크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뭐 여튼...

그렇게 학기가 시작되었고, 저는 언제그랬냐는듯이 평소의 저처럼 그냥 재밌게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애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현역 때, 재수 때, 삼수 때, 사수 때 저는 뭐 나름 공부를 잘했지만...

막판에 항상 무너진 이유가 지나치게 애썼기 때문이다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었거든요. 


아무리 좋은 계획이어도, 엄청난 노력을 부어도 그게 온전히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수능은 물론이고, 그외에 모든 활동에서도요. 

즉,... 슬프지만... 어차피 노력은 배신합니다. 


왜냐면 아무리 좋은 결과여도 아쉬움이 아예 안 남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적어도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그러니 안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타협, 혹은 굴복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여튼 그렇게 평소보다 애쓰지 않으며 살아가니 생각보다 많은 것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여도 나름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무언가에 지칠 땐 '아직 100%를 안했는데 지쳐? 조금 더 해보자' 라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뭐든 안 되면 당연한 거고, 되면 thank you인거고!!!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애쓰지 않기로 했는데 애쓸 때보다 많은 것을 이루어나가는 그 현상이 참 모순적이고,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이 되었고, 주위 친구들은 24살의 그때보다 더 많이 나아가있습니다. 



근데 이상하리만치 불안하지가 않습니다. 불안하더라도 금방 괜찮아집니다. 



적응을 한 거겠죠?! 



저는 누가봐도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당당하고, 재밌게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불안해하고, 우울해 하면 제 속도의 계기판의 숫자를 제 스스로 낮추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늘 그러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이 글을 읽는 저와 비슷한 걸음을 걷고 있는 분들도 더 당당하고, 행복하시면 좋겠네요!



1학년 때  듣고 싶었던 교양 수업을 신청해서 들었는데, 


그 교수님께서 종강 날에 저에게 이런 말을 남겨주셨어요. 


"나이가 먹고, 학년이 느는 거 만큼 쉬운 게 없으니 너무 급하지 마세요. 오히려 언젠가는 시간이 너무 빨라 두려울 겁니다...^^:" 


지나고보니 저 말이 참 맞는 거 같습니다.


어차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때로는 나에게만 느리게 혹은 빠르게 흐르는 거 같지만, 사실 그건 상대적일뿐이죠. 


늦은 시작, 늦어지는 공부는 사실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어떻게 그 시간을 대하느냐 차이인 거 같아요. 

수험생이었던 그때의 저는 아주 우울하게 그 시간을 보냈지만, 대학생으로서 저는 더 단단하게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평균보다 늦은 나이에 입학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혹은 저처럼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공부를 더 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저' 하시기 바랍니다. 

'아 나 늦어지면 어떡하지', '올해도 안 되면 어쩌지', '언제 취업하고, 언제 졸업하지' 

수많은 질문과 의심이 눈을 감을 때마다 떠오르겠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계속 하시기로 마음 먹은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단, 너무 애쓰지 말구요! 


대학에 입학해서 새로운 시작을 하시는 분들, 

수험생으로서 3월을 맞이하시는 분들 


모든 분들이 올해는 덜 열심히 살되 더 깊게 행복하시고, 더 많이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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