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폭이 협소한 사람의 독해 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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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한 학생이 애처롭게 질문과 하소연을 올렸기에 쪽지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본인 동의를 받아 제 카페에 올렸고 여기도 다시 올립니다.
*읽기폭(readin span)이란 읽기에 반영된 개인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 용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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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이 쓰셨는데,
강의,복습으로 배운 평가원의 특징이 보이지 않아요..
시험칠때 한번도 보지 못했던 비문학 지문이 나오니까 잘 막힘.
그래서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어렸을 때 독서습관이 약간 이랬어요. 이해 안되는 구절이 나오면 읽고 또 읽고 넘어가기)
괄호안의 말을 참고하자면, 새로운 통사구조를 풀어내는 능력을 훈련할 기회를 만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어를 소리내서 읽을 때 lack of money 래크 오브 머니 이렇게 읽는 것이 아니라 발음상 랙옵머니 이렇게 연음이 되지요? 영어 초보자는 이런 연음을 잘 발음하지 못합니다. 숙어라면 연음도 외워지지만 단어와 단어의 조합은 무궁무진해서 어떻게 연음이 될지 미리 외워서 발음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영어 실력이 늘면 자동적으로 연음으로 발음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말 글을 읽을 때 문법적으로 어떤 단어와 어떤 단어가 조합되어 있을지를 예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읽기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단어가 가진 문법적 속성을 고려해서 다음에 어떤 단어가 나올지를 예상합니다. '사냥꾼은'이라는 말이 나오면 다음에는 (우리말에서는) 목적어가 나오겠지 또는 목적어를 수식하는 말이겠지 하고 문법적 해석을 대비합니다. 의미적으로는 사냥꾼-사냥 상황을 연상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잘 안된다고 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를 거듭하면 한 번에 했어야 할 것을 나눠서 하게 됩니다. 즉, 문장을 읽는다는 건 주어가 무엇이었지, 다음에는 무슨 단어가 나왔지 이런 것을 저글링을 하듯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건 저글링이 잘 되지 않는다면서 팔 하나로 공하나 던지고 받아 내려놓은 다음 다른 공을 던져 내려받고....이렇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문장을 읽다가 단어 하나 생각하다 보면 다른 단어가 생각이 안나고 그래서 시선이 나도 모르게 문장 앞쪽으로 되돌아가서 확인하려고 하는 현상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와... 소름 돋았습니다.
아주 정확하세요.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게 버릇이 되었네요.
한 번 읽고 이해를 딱 하지 못해서 그냥 빨리 한 줄 읽고 다시 보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읽었는대도 이해가 바로바로 잘 안되더라구요 ..
사람버릇이라서 안 고쳐쳐지는건지..
어떻하면 좋을까요? 휴 국어 땜에 죽겠습니다
이때까지 풀었던 문제들, 이때까지 모의고사 풀었을 때 경험 등 여러 방면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낯선 지문에 대한 적응력과 대처력이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시험 끝나고 다시 봤을때 평가원의 글의 구조가 명확히 보였던 건 어제 한번이라도 읽어 봤으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어렸을 때 독서습관이 가장 크게 영향은 준 것 같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이해가 안 된 체로 한 번 빠르게 읽고 몇 번 다시 그 구절을 또 읽는 겁니다. 이걸 새롭게 되는 지문에도 똑같이 적용을 해요.. 즉, 한 문장 한 문장.. 한 번만에 읽고 이해하는게 상당히 버겁습니다.
이해가 안 가니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 이해력 부족이 심각한 건가...
특히 1문단 읽을 때 상당히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요.
또한 주제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새로운 지문을 보게 되면 모든 문장이 중요해 보이고 모든 문장을 기억을 하려는 괴이한 현상까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연습을 많이 해서 1문단에서 시사하는 바는 캐치를 잘 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짧으니까요.. 그런데 그 이후 문단에서 이런 게 심해요.
1문단 이후 각 문장들이 같은 중요도로 보인다는 뜻)
이러니까 글의 유기성도 잘 안 보이며 같은 말을 하는 데도 다 다른 말처럼 느껴지는 (따라서 기억해야 하는 정보량 상승..)
결과적으로 독해력, 이해력 자체가 상당히 낮아서 그런 것 같은데 이 부분을 항상 익숙한 기출을 풀면서 해결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현상은 비문학에서 주로 심하지만 뭐 소설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국어를 못 하는 원인이 이게 아닐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이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말 그대로 국어보단 글 읽는 습관..? 이해력 부족 같은 근원적인 문제인거 같아서 더욱 답답하네요.
문제는 지적을 해주었고, 우선은 쉬운 지문(고1 수준)을 편안하게 천천히 읽으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이미 읽은 문장을 가리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읽어가서 시선이 되돌아갈 수 없도록, 돌아가봐야 가려진 것을 보고 돌아가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차차 경과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것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 독해는 복합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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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끄러워도 되겠죠... 몇년전에 내신때나 하던 쎈을 꺼낼 줄이야..
보통 제 글을 보시면 댓글보다 쪽지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글을 쓸만큼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독해력에 문제가 있으셔서 질문한 만큼 제 답변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쪽지 보내시면 가급적 빨리 답장을 확인해 주세요 다른 방법으로 신속히 문답을 하기를 원합니다
저한테는 통화가 가장 부담이 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