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종T] 커피와 함께 스며드는 시 한 편 감상하기 ^-^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5949437
그때 삼천리 강토는 송두리째 감옥이었고, 일제의 몇몇 앞잡이를 제외한
모든 겨레는 그대로 이 감옥에서 신음하는 복역수였다.
‘밤이 이대로 억만년이야 가겠느냐?’고 자위도 해보았지만 우리를 휘감고 있는
어둔 밤은 좀체 여명을 약속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성급한 친구들은
조국을 버리고 멀리 떠나는가 하면 어떤 친구는 그 소중한 마음까지 팔아버리기도
하는 비극이 계속됐다. 진리를 위해서 죽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진리를 위해서 산다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한때 독립운동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분들이 학병과 지원병의 권유 유세에 앞장 서서 눈물로 호소하던 슬픈 풍경을
목격했을 때 가슴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소리 없는 통곡을 하던 일이 엊그제같이
선하게 떠오른다.
그들이 한때 생명처럼 여기던 지조를 헌신짝처럼 팔아넘기면서도 그들 나름의
변명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의 총칼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차라리 좋으나,
그것이 민족을 위하는 길이라는 궤변에는 침을 뱉어주기에도 내 침이 아까웠다.
천지를 바라봐도 몸담을 곳이 없고,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 나를 달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제도 흐르던 검은 밤이 오늘도 밀리고 흐를 뿐이었으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은 어느 밤 하늘 별에다 두어야 할 것이었던가? 이렇게 살아온 인생은 오늘이라서
마음 둘 별이 있다는것도 아니다.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대종입니다!
오늘은 신석정 선생님의 글을 읽고 시작을 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신석정 시인을 도피적인 시인, 목가적인 시인으로 많이들 해석합니다.
하지만 현재 신석정 시인에 대해서 재조명되고 있는 부분은
단 한번도 친일과 관련된 글을 쓰시지 않았다는 점, 너무나도 당대 현실을 아픈 가슴으로 직시하신 분이라는 점 등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신석정은 자연에서 현실을 살아간 시인" 이라고.
자, 그럼 신석정의 를 들여다 볼까요?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1. 제목과 1연
(1) 제목 : 들길에 서서
들길이라는 장소의 의미, 서서의 행위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2) 1연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 푸른 산과 흰 구름이 색채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색채 대비는 대상을 선명하게 하는 강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푸른 산 위에 흰 구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닌다(포용한다.)'로 쓰이고 있어요.
신석정 시인의 산은 만물을 포용하는 의미를 주로 지니고 있습니다.
닭이 알을 품듯이, 화자 역시
그렇게 푸른 하늘을 나의 꿈과 이상으로 품으며 살아가겠다는 것입니다.
하나 더 보자면 '산'과 '나'은 지상에, '구름'과 '하늘'은 천상의 존재입니다.
▶
2. 2연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천상의 존재인 하늘과, 지상의 존재인 지구에서
산은, 지구에 발을 디디며 하늘을 바라보는 수직적 의미의 존재입니다.
즉, 산에 있는 산림은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 (하늘 = 구름 = 별)
(↑ 산 = ↑ 화자 = ↑ 화자)
-------------> (지구 = 지구 = 들길)
화자 역시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드러내고 있으며,
설의적 표현을 통해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는 행위에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 하고 있습니다.
▶
(3) 3연과 4연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산림이 두 팔이라면 산맥은 두 다리입니다. (철저하게 비유가 사용되고 있군요.)
화자는 두 팔로 하늘을 향하고, 두 다리로 마치 산맥이 산을 지지하듯 이 둥근 지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두 팔은 아직 하늘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두 다리는 언제 허물어질지도 모르듯 연약합니다.
끊이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둥근 지구는 물리적인 자연입니다. 물론, 이 물리적 자연은 아름답게 현실을 위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석정 시에서 이 둥근 지구는 현실 자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별과 같은 이상적 자연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그래서 지구를 딛고 서는 것입니다. 그것을 '디디고' 서서, 이겨내서 '산다'는 것이 화자에게는 큰 기쁨이었을 것입니다.
▶
(4) 5연과 6연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준엄한 현실 인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생활이라는 단어에 작은 따옴표로 강조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이 생활은 뼈에 저리는 생활이고 슬픔의 생활 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친일을 하고, 변절을 하고, 조국을 외면할 때에도, 민중을 외면할 때에도
그 암담한 저문 들길에서, 화자 만은 반짝이는 푸른 별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자부심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별은 더욱 빛납니다.
밤이 깊을 수록 태양은 더 가치 있게 떠오를 것입니다.
"그래, 이 뼈저리고 아픈 생활, 그럴 수록 좋다! 이것을 이겨내었을 때에 푸른 별이란, 더욱 빛나고 가치 있는 것이니까."
이것이 시인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 봅니다.
그래서 그 들길을 딛고 일어 서서 마치 벌 받는 자세처럼 두 팔을 올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더라도
이상을 지향하고 바라보는 것은 포기하지 않기에,
이것은 바로 거룩함이 됩니다.
★주제 :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상
을 추구하는 태도 ★
----------------------
신석정
1. 푸른 '산'은 시적 화자와 대비되는 존재로 화자에게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대상이다.(O,X)
2. 화자는 성찰적 태도로 지난 날을 반성하고 있다.(O,x)
3. 비유와 상징을 통하여 시상을 구체화하고 있다(O,X)
4. 1~2연에서 ‘하늘로 팔을 드러내는’ 숭고함을, 3~4연에서 ‘땅을 디디고 선’ 기쁨을 그리는데, 이것들이 5~6연의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보는’ 거룩함으로 연결되고 있다.(O,X)
5. 설의적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o,x)
6. 풍자적 어조를 통해 대상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O,X)
잘 보셨다면, 댓글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X, X, O, O, X
X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서성한 가면 연고 가고싶고 연고 가면 설 가고싶고 11
근데 나는 연고 점프해서 서울대를 가고싶어 서울대 or die
-
바로 나 ㄱㄴㄷ 문제 보면 뇌가 겁을 잔뜩 먹어서 머리가 안돌아감...
-
저는 계속 책에 풀었었는데 다시 풀어보려면 공책에 풀어야 한대서ㅜ 근데 전 다시...
-
적어도 FP보단 적을거 같은데 대충 그럼ㅋㅋ
-
영어 2인데 한번 1로 넣어봤더니 치대 불가능에서 의대도 가능으로 바뀌는데 이거 ㄹㅇ인가ㄷㄷ
-
예 제가 수능 약 100일 전 삼반수를 결심했습니다…. 작년에 재수를 해본 바 혼자...
-
문과가 너무 좋아서 명문대가면 괜찮을거란 생각으로 계속 있었는데 요즘은 ky상경도...
-
지구 퀴즈 1
북반구에서 태풍은 북상하므로 태풍은 지난적이 있는 해수 위를 다시 지날 수 없다. (O, X)
-
서코 전리품 4
알찼다
-
내용을 입력하세요.
-
오늘 한 것. 11:00 공부. 개념의 나비효과 문학파트를 내일 까지하면 마무리 될...
-
공통은 쉬운데 미적 존나게 어렵네
-
sky라는 대학이 따로 있는건줄 앎 ㅋㅋ 알고보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나만...
-
언확쌍사인데 6모 백분위 99 91 2 99 99이고 서울대식으로 406.3...
-
국어 전체적으로 평균 3-4 왔다갔다하는 학생입니다 수시 끝나고 본격적으로 국어...
-
저만 그런가요 실모는 개쉽고 일반 문제가 훨씬어렵네요
-
라유 투자 은행 4
1, 10만덕 저축 연이율 5% 2, 투자한 덕코의 1.5% 만큼 라유가 복권 1등...
-
지금부터 수학만 한다고 해도 높2가 한계일 것 같은데..
-
나만 4
사설컨이랑 평가원이랑 괴리감이 이렇게 큰가 평가원 수학 보면 그래도 공통에서...
-
2학기 수행평가 지금 먼저 한다는데 안내도 될까요?
-
언매가 어느정도 나와야하느요..!! 교차지원 생각도 있어요 과는 상관없고 연대에...
-
전자 버스타야함 후자 도보5분 님들이면 어디감
-
시냅스 너무 안풀리는데 13
뉴런을 계속 복습하는게 좋을까요? 수능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이제 뉴런수1 끝냈어요...
-
나도 풀어보고싶어
-
김뭉먕 <<< goat
-
한수 페이지에 팔던게 할까마ㅏㄹ까 고민중인데 어떰?
-
경유야… 페이커가 우스워…?
-
공통을 잘하면 미적분도 잘한다 는 항상 성립하지 않으므로 거짓 미적분만 해야겠...
-
상위권 교차 이런걸로 문과도 영향 갈 수 있나요…? 물론 제가 최상위권 지망은...
-
닥후임??
-
어 ㅅㅂ 포에서 조금 바이럴 햇다가 너도나도 이매진 푸는 분위기 됨 ㅈ됨 나만 풀거였는데
-
갠적으로 강대x는 너무 어려웠어요…
-
저 같은 학생따가리 입장에선 문학 자작 문제가 비문학보다 만들기 쉬운듯
-
수능 100일의 전사 드가자~ 2주만 더 놀고 공부해야지
-
현역이고ㅠ내친구 현강 듣는거같은데 숨기는 심리는 뭐임?
-
오래된 문젠데 계산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함 답은 있는데 해설이...
-
천동설 ㄷㄷ
-
사문-개념3회독(불후의 명강,스피드버전,최적 스피드) 도표(엠스킬)2회독+ 기출...
-
꿀맛
-
뭐 어떻게 공부해야하죠 ㅅㅂ ㅈ됐다 규조토니 애추니 뭐니 모르겠는데
-
대성아니면 해설 잘되어있는 책으로 낮2 중3 왔다갔다함 피지컬n제 n제게임 4규s1...
-
김기현 아이디어에서 배우는것들 말고도 기출생각집이나 커넥션 같은 강의에서 새로 배우는거 많나요?
-
고영근 교수의 표준중세국어문법론으로 입문하면 좋습니다 다만 돈이 좀 아깝다면...
-
국어 연계 0
이매진 8호까지 문학만 풀고 강민철 이비에스 독서랑 앱스키마로 하면 연계충분할까요?...
-
똑바로 안읽어서 틀린 문제엔 주의할 점 + 정신차리라고 욕도 가끔 써놨는데...
-
이매진 0
이매진 8호까지 문학만 풀고 강민철 이비에스 독서랑 앱스키마로 하면 연계충분할까요?...
-
??
1,2번 틀렸어요ㅠㅠ
푸른 산과 화자는 대비되는 건 맞는데 기대감은 없는거죠?
기대감하니 떠오른건데, 김명인의 그 나무 같은 작품은 화자가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거 맞나요?
생각해보니 지난 날을 반성한건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성찰적태도도 틀린건가요?
생활이 힘들어도 숭고함을 느낀다~해서 삶에 대한 성찰 있음. 이렇게 판단했는데 잘못 판단한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성찰과 반성의 차이점과 공통점으론 어떤거가 있나요? 모호하게 알긴 하겠는데 애매해서리..
푸른산과 화자는 대비되는 것이 아니라 화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시어랍니다~ 기대감과 관련된 작품은 꽃불 성화 언급한 2011년도와 내적성숙 낙화2014년 참고하세요~^^
초점이 자기 자신에게 있으므로 성찰적 태도가 가능합니다 극복ㅡ깨달음ㅡ돌아봄ㅡ반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 성찰입니다
틀리셨다면 2012년도 비트겐슈타인 사다리문제와 2015년도 비아속의아 문제 풀어보세요 2015a형 필수아미노산도요~반성은 내가 잘못했네~라고생각하시면 쉬워요 2007년수능교목보시면서 성찰은 있는지 그렇다면 반성은 있는지 살피시고요^^
또 설의적표현을 써서 궁금증 해소하는게 나오는 작품이 있나요?
설의적표현의 의도성을 파악하는 문제입니다~ 설의적표현은 강조의 의도가 있습니다
관련문제로는 엄청많지만 2004년 심생전 2004년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2015년 받침발음의 규칙ㅡ서술어자릿수 등이 있습니다~^^풀어보세요~~~~ 관련 문제들 없으시면 말씀하세요~
잘 봤어요 문제도 다 맞았습니다!! 저 선생님 부천 정율에서 뵌 적 있어요 ㅋㅋㅋ 그 서울대 철학과? 나오신분 맞죠? 엄청동안인ㄷㄷ
샘 저 쪽지 보냇는데 답이 없으시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