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학년도 수능 국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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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살짝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1. 언매와 화작 선택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 차이가 꽤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작은 꾸준히 평이한 난이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언매, 특히 언어 파트의 고난도 성향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강화되고 있습니다.
언매의 경우 35번부터, 만약 선지에 '나, 다, 라' 선택지가 있었다면 꽤 많은 오답이 발생할 법한 형태소 구분 문제를 냈습니다. 문제의 난이도 자체는 중 정도로 생각하지만 학생들이 아직 긴장상태에서 접할 문제였음을 고려해보았을 때 '라'선지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다가 답이 없는걸 보고 화들짝 놀라서 다시 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ㅎㅎ
이후 문제는 평이하게 출제되었으나 모두가 예상했듯 문장 구조 관련한 39번 문제가 킬러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21학년도 6월 모의고사 언매 킬러 문제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긴 문장의 문장 성분, 서술어의 자리 수, 문장의 필수 구성 요소 등 온갖 개념이 짬뽕된 문제이다보니 이쪽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친구들은 손을 놨거나 여기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공부한 친구들도 정답 선지의 위치때문에 아리까리하면서 1~5번을 모두 검토하느라 시간을 꽤 잡아먹을테고요
매체는 계속 실험적인 문제들을 내고는 있지만 그냥 화작스럽습니다. 무난하게 나왔네요
뭔가 언어 얘기만 신나게 한 것 같은데 언어말고 다른 파트 이야기를 할게 없었습니다. 언매 선택자들은 정말 언매 공부 열심히 하셔야겠습니다.
2. 결론만 말하면 체감 난이도는 극악의 불수능이던 작년 대비 매우 낮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난이도가 물수능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통 과목만 보자면 23학년도 6월과 9월을 적당히 섞어서 괜찮은 난이도의 세트를 구성한 것 같습니다.
6월 모의고사의 경우 평이한 문학 > 그렇지 못했던 비문학의 강렬한 임팩트
9월 모의고사의 경우 까다로운 문학 > 상대적으로 쉬웠던 비문학
의 형식으로 난이도를 구성했다면 이번 수능은 평이한 문학 > 6월보단 쉽고 9월보단 어려웠던 비문학의 세트로
구성되었습니다. 6월처럼 문학 빠르게 풀고 비문학 들어갔더니 '이게 뭐시여..'하는 황당한 상황도 적었을 것 같고 9월처럼 문학에서 쩔쩔 매다가 시간없어서 비문학 제대로 못 읽고 억울하게 틀리는 상황도 적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보니 체감 난이도가 낮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시간 부족 문제로 고생하던 친구들 입장에선 많이 할만한 시험이 아니었을까싶네요.
그렇다고 아주 쉬웠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문학은 예상과 달리 좀 많이 평이했지만 현대시에서 준킬러 역할을 하는 문제를 배치해 적당히 브레이크를 걸어주었고, 비문학 역시 마찬가지로 준킬러~킬러 문항으로 최상위권 변별력을 가르고자하는 노력이 잘 보였습니다.
2.1. 문학: 위에서 언급한대로 생각보다 평이하게 출제되어 약간 김이 빠졌습니다. 그동안 출제되던 방식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고, 선지 역시 현대 시 정도를 제외하면 굉장히 정답 근거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지 구성이었습니다.
2.2. 비문학: 인문(동양 철학), 사회(법), 과학(생물)
많은 분들이 예상했을 범위 내에서 주제들이 출제 되었지만 생물은 말만 생물이지 사실상 통계쪽에 들어가는 제시문이네요. 6월 평가원 생물 제시문이 너무 과정형 제시문이어서 다른 형식으로 출제할 것 같긴했지만 이렇게 나올지는 예상 못 했습니다.. 예측하신 분들 대단하네요.
인문 제시문의 경우 비교-대조각만 잘 잡으면서 독해했으면 쉽게 풀 수 있는 세트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 제시문과 (나) 제시문의 연결성이 높지도 않았으며(주제말고 문제에서의 연결성을 의미합니다) 선지 구성 역시 not A but B 대립 구조 속에서 거의 대부분 처리가능했습니다.
최신 기출에서 가장 악랄하게 출제되던 법지문은 그 소문의 위용을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9월의 유류분권에서 살짝 개념 이해의 난이도를 살짝 낮추고, 비교대조각을 좀더 많이 준 제시문 형태네요. 추론형 선지들을 많이 활용했지만 과추론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었고 점유-소유 제시문처럼 괴랄한 난이도의 개념도, 위에서 등장한 개념과 아래에서 등장한 개념을 연결해야하는 문제도 없었습니다. 문학에서 충분히 시간 단축을 하고 비문학에 돌입한 상위권 친구들은 꽤나 여유롭게 풀어냈을 것 같습니다.
대망의 생물의 탈을 쓴 통계 제시문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페이지가 넘어가는 단독 제시문 + 눈에 보이는 그래프 + 튀어나오는 공식들에 어질어질했겠지만 정신줄만 잡았다면 not A, but B형의 대조각도 많이 주고 설명도 상당히 친절하게 제시된 제시문이긴합니다..
14, 15번은 여전히 내용일치&추론 문제로 나왔으나 작수 혹은 올해 6월 마냥 고난도의 추론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16, 17번인데 16번의 경우 최근 평가원이 매우 좋아하는 첫 단락 - 후속 단락 연결 문제입니다. 이중차분법, PCR 제시문도 생각나고, 점유/소유 제시문이 또 떠오르더군요. 둘다 '기초 대사량'을 측정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기초 대사량의 개념을 끌고 와야했고 그 속에서 차이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간접법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불친절하게 주어져있었지만 "무엇"을 직접 구하고, "무엇"을 간접적으로 구하는지 이해했다면 정답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답 선지가 왜 오답인지는 잘 모르더라도요..
17번의 경우 비례의 개념을 나이브하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1번을 못 고르지 않았을까싶네요. 비례 개념을 일반적인 대소의 증감 연동성 쯤으로 알고있는 학생들 입장에선 체중에 비례하는것과 (체중)^0.67에 비례하는게 대체 무슨 차이인지 이해가 안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시문에서 명백하게 '기초 대사량은 체중이 아닌 (체중)^0.67에 비례한다고 하였다.'라는 문장으로 not A, but B 구조의 대립각을 세워줬으며 15번 역시 체표면적(=(체중)^0.67)에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선지로 다시 개념을 확인시켜줍니다. 물론 실전에서 이런게 잘 안 보이다보니 원래 내가 알던 비례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풀게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제시문이 하는 말을 따라야한다는 원칙대로 간 셈이죠..
뭔가 해설 읽다보면 엄청 쉽게 나온 것 같지만 실전은 9월 모의고사 수준의 난이도 정도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항상 말하지만 실전은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거든요. 등급컷이 어떻게 형성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9월 정도의 등급컷이 형성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수능보는 학생들은 남은 시험 잘 마무리 하길 바라고, 예비 고3 혹은 수능을 준비해야할 학생들은 지금부터 수능 국어의 포인트를 잘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셔서 앞으로의 수능에 잘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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