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국어 소식 너가는 왜 네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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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you를 뜻하는 한국어의 2인칭 대명사이다. 그런데 '너'에 주격이나 보격조사 '가'가 붙으면 '네가'가 되는데 현재 표준어는 '네가'이다. 그러나 언중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단언컨대 '니가' 또는 '너가'일 것이다. 목적격이나 기타 조사가 붙으면 '너를/너에게/너는/너만큼/너처럼' 등으로 활용되어 '너'가 자주 쓰이는데 '네가'에 한해서는 '너'가 아니라 '네'로 쓰인다. 이는 일종의 곡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나 현대 국어에서 곡용의 범주는 학자마다 다 다르고 기준 역시 애매해 이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는 게 좋다. 학교문법에서는 단순히 특정 조사와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변이형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그 진도까지는 안 나가서 잘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째서 '너'는 뒤에 '가'가 오면 불규칙하게 '너'가 아니라 '네'로 활용되는 것일까? 이는 중세국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실 주격/보격 조사 '가'는 중세에는 없었고 근대에 들어서 생긴 조사이다. 즉 과거에 존재하던 주격은 ㅣ, 이, ø(영형태)가 있었는데 이 세 가지는 음운론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실현되었다. '너'는 모음으로 끝나는 체언이기에 조사 'ㅣ'가 쓰였는데 '너+ㅣ'가 축약되어 '네'로 쓰였다. 이는 '너의'가 준 '네'와도 같은 형태였으며 이 말인즉슨 주격과 관형격이 모두 '네'로 쓰였다는 것이다. 주격 '네(<--너ㅣ)'는 방점이 2개인 상성이었고 관형격 '네(<--너의)'에는 방점이 없었던 평성이었다. 중세에서는 성조가 엄격히 지켜져 상성과 평성의 구분이 뚜렷했던 것이다. 호응하는 서술어의 환경에 따라 '네의'로 쓰이기도 했으나 이는 일반적인 쓰임이 아니었기에 관형격에서도 대부분 '네'로 쓰였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며 성조가 소실됨에 따라 두 표현의 발음이 같아졌다. 그리고 이 시기는 주격조사 '가'가 등장한 시기와 일치하는데 명확한 이유는 없으나 이에 대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새로 생긴 주격 조사 '가'가 주격형에 또다시 붙어 '네가'/'네'로 구별하게 되었다. 이 표현이 현재까지 이어 오게 된 것이다.
허웅(1985)은 훈민정음에서 방점으로 표시한 각 음절의 음조(높이)가 오늘날 우리가 음성학에서 생각하는 높낮이의 개념과 같았다고 보았다. 성조가 변해, 평성과 거성의 차가 없어지고, 상성은 평탄하게 되었는데, 거성과 평성은 단음으로 합류되었고, 상성은 장음으로 남게 되었다고 보았다. 즉, 성조가 없어지면서 현대 국어의 장단음 현상으로 바뀐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성조가 사라진 시기와 관련해서는, 방점의 표기와 성조의 소멸 시기가 일치하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봄에 따라, 명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로 본다. 세종조에서 중종조 말까지는 일반적으로 방점이 사용되었으나, 그 이후로 방점의 표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현배는 세 가지의 가설을 제시하였는데, (1) 방점이 찍혀진 시기에 있어서도 성조는 이미 없어졌는데, 종래의 관습상 방점 표기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거나, (2) 성조는 유지되었지만 그 분석이 잘 되지 않아서 방점을 찍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고, (3) 성조와 방점의 소멸 시기는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성조가 길이의 운소로 바뀌게 된 시기에 대해서 견해의 차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중세 국어의 성조가 소멸되면서 현대 국어의 장음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은 거의 정설이다.
앞서 말했듯이 상성이 장음이 되었다는 것은 '네가'의 원칙 발음인 [네:가]와도 일치하고, 거성이었던 '내가'는 [내가]라는 점에서 근거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현대 국어에서 ㅐ와 ㅔ의 발음이 다른 발음인데 그 차이가 없어지다시피 해서 언중은 '내가'와 '네가'의 발음의 차이를 못 느끼게 되었다. ㅐ는 전설 평순 중저모음이고 ㅔ는 전설 평순 중고모음이므로 엄밀히 따지면 발음이 달라야 하나 현대에 들어서서 ㅐ와 ㅔ는 그 발음 차이가 없어졌다 보아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네가'를 '내가'와 발음상으로 구별하기 어려우니 단순히 '너가'나 '니가'로 바꾼 것이며 국국원은 기존의 활용이 맞는다고 보고 있다. 어원적인 의식이 멀어진 것은 확실하고 '너가'나 '니가'는 50~60년대에도 보이는 표현이다. 용언의 활용도 아니고 단순히 '가'가 올 때 오는 변이형인데 개인적으로 이 경우는 용언의 활용인 '바래'와는 층위가 달라 복수표준어 제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참고로 위의 변화는 '내가'와 '제가'와도 같은데 이 역시 조사의 축약으로 같은 형태로 쓰이다 성조의 소실로 인한 구별의 어려움 그리고 이를 의식한 것인지 주격형에 주격조사가 또 다시 붙어 그게 현대까지 내려 온 것이다. '나'와 '저'도 '내'와 '제'로 주격과 관형격의 형태가 동일했다. 다만 이것들 역시 운소의 하나인 성조가 달랐는데 ‘내’는 거성이었고, 관형격 조사에 결합한 ‘내’는 평성이었다. ‘저’는 주격 조사와 결합하면 ‘네’처럼 ‘제’가 상성이 되었고 관형격의 ‘제’는 평성이었다. 이게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국국원에서는 '네가'를 '내가'와 '제가'와 같은 것으로 보아 바꾸기를 꺼리는 것 같으나 이번에는 언중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ㅐ/ㅔ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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