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54 : 한글 창제 이전의 한국어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56519702
종종 '한글=한국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꽤 있죠
하지만 한글은 문자의 일종이고, 한국어는 언어의 일종입니다
한글과 한국어가 같은 말이라면, 우리 조상들은 제대로 된 말 없이 살았다는 게 되니까요.
그럼 한글 창제 이전에는 한국어를 표기했느냐?
이두, 구결, 향찰 등등 여러 가지 들어보셨겠지만
대전제는 거의 동일합니다.
바로 '한자의 뜻이나 음을 빌려 한국어를 표기한다.'라는 것이죠.
현재의 일본어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어에서 지금까지 훈독과 음독을 나누는 것처럼, 옛날에는 그런 식으로 한국어를 표기한 거죠.
(이 때문에 고대 한국어 표기법과 일본의 가나 사이의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요건 제가 잘 몰라서 넘어가는 걸로 하죠)
하나 정도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옵니다.
"원효가 (경주) 남산에서 내려와 문천을 걸었는데, 이 문천은 사천, 또는 연천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문천이 사천이고, 사천이 연천이라는 겁니다.
한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라기엔 너무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죠
여기서 고대 한국어의 시각을 적용해 보도록 합시다.
사천은 모래 사(沙) 자에 내 천(川) 자를 쓰고,
연천은 해 년(年) 자에 내 천(川) 자를 씁니다.
사천의 '사' 자는 '새' 정도의 발음이 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연천의 '연' 자를 뜻으로 읽으면 '해'가 됩니다.
('천' 자도 뜻으로 읽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면 '새내'와 '해내'가 되었군요.
지역적 배경까지 더해보겠습니다.
경상도 방언에서는 ㅅ과 ㅎ의 발음의 경계가 희미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형님을 성님이라 한다던가, 힘을 심이라 한다던가...)
그럼 두 단어의 발음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게 되죠.
그렇기에 뜻도 음도 완전히 달라 보이는 '사천'과 '연천'이 동일한 개천을 가리키는 말로 통하게 된 것입니다.
...어떤가요
왜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창제하려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나요?
오늘은 어린이날이지만, 세종대왕님 만세 외쳐보겠습니다
----------여기부터는 사족----------
그럼 '문천'과 '새내'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문천의 '문' 자는 'ᄆᆞ' 정도의 발음이 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옛말로 '새'는 동쪽을 의미했고, 'ᄆᆞ'는 남쪽을 의미했거든요.
(동풍을 '샛바람', 남풍을 '마파람'이라고 부른다는 걸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해당 개천은 경주 월성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토함산에서 물길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새내'라고 불렸던 거구요.
해당 개천이 월성 근방을 지날 때쯤엔 월성의 남쪽을 흐릅니다.
그러니까 'ᄆᆞ내'라고 불렀던 거에요.
대충 아래 그림 느낌
* 제 전공 분야는 아니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슴미다 오류 지적 환영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앙리 4세의 유언] https://orbi.kr/000379961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일기토] https://orbi.kr/00038313181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3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4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https://orbi.kr/000409704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5 : 광개토왕비(5)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 https://orbi.kr/00040997516
[오늘의 역사 잡지식 36 : 발해 왕사 미스터리] https://orbi.kr/000410054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7 : 도조 히데키의 마지막 작전] https://orbi.kr/00041049555
[오늘의 역사 잡지식 38 : 수상한 반란] https://orbi.kr/0004111410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9 : 숨겨진 전쟁, 2차 여요전쟁] https://orbi.kr/000411751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40 : 중국에서 발견된 단군신화?] https://orbi.kr/00041200103
[오늘의 역사 잡지식 41 : 홉스 왕립학회 짤린 썰] https://orbi.kr/00041234691
[오늘의 역사 잡지식 42 : 이사부의 성씨] https://orbi.kr/0004139220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3 : 대통령이 된 과학자] https://orbi.kr/0004141275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4 : 고구려의 국성은 해씨?] https://orbi.kr/0004158482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5 : 가톨릭 두쪽나다, 아니 세쪽?] https://orbi.kr/0004175458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6 : 이 성유물을 거짓이다!] https://orbi.kr/000418670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47 : 슬픈 변경] https://orbi.kr/00041921792
[오늘의 역사 잡지식 48 : 사냥꾼인가 처리반인가] https://orbi.kr/000419872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9 : 장수의 비결?] https://orbi.kr/00042601633
[오늘의 역사 잡지식 50 : 광해군의 중립 외교?] https://orbi.kr/00043677568
[오늘의 역사 잡지식 51 : 프리드리히의 비밀] https://orbi.kr/00054442499
[오늘의 역사 잡지식 52 : 원쑤가 된 북한과 중국] https://orbi.kr/000549977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3 : 흔한 국왕의 드립력] https://orbi.kr/00056394074]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전날까지도 자꾸 실모에서 개념문제 하나씩 나가길래 수능날 실수하면 죽겠다는 마인드로...
-
오르비 땅따먹기 6
특정 검색어 도배 미코토 검색하면 내 글이 50퍼가 넘는다 흐흐흐
-
심심한데 0
뭐 질문해줘요
-
과탐과목 2
물원생투했는데 바꿀까요 그대로갈까요
-
걍 닉네임 안뜨면 안됨뇨? 왜케 거슬리지
-
서강대교 성수대교 한강대교
-
마렵네 :)
-
질병분류체계에 정신병으로 한국페미 집어넣어야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경계선지능장애가...
-
똥줄타실것같음
-
이과고 연대 활우 성대 과학인재 중대 탐구형인재 썼는데 연대만 1차 붙어서 면접...
-
글 리젠이 없네 0
흑흑
-
미코토 이쁨 3
-
마히루 이쁨 1
-
타이탄 이쁨 4
-
걍 구라일 확률이 매우 높음뇨 커뮤에 치대 떡락한다 의대는 신이다 도배하고 다니던...
-
루비 예쁨! 7
-
종강언제함 5
ㄹㅇ
-
현기증인가 4
물에 한시간정도 들가 있었더니 살짝 어지러움
-
엄청 불안하네 갑자기 영어 1 아니면 다 망하는건데
-
제가 고1 때 자퇴해서 고2 때 첫 수능 보고 고3 (올해) 재수인데 사실 내년에...
-
성심당 애니플러스 애니세카이
-
부시맨 브레드 나오면 소스 한개만 나오니까 나머지 두 종류도 꼭 같이 달라고 하셈요...
-
팩트는 ㅄ이 맞다는거임 10
언냐 뭘 부정하고 있어
-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르겠음.. 특히 그 사람과 다른 사람들 같이 있을때 스스로...
-
컴공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점 ai발전하고 이미 기술자들 많은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 써봅니다. 일단 전 광역시중 하나에 거주하는 남학생입니다....
-
어케한거냐면 진짜 말그대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음 아이스아메리카노나 제로 음료는...
-
이게오르비지 ㅋㅋ
-
나랑 키배 잘뜨다가 어디갓어
-
상향으로 한장 쓴다면 고려대 철학과, 연세대 신학과 중 어디가 그나마 가능성 높아보이시나요..??
-
6평에도 언매 다 맞았었는데 시간도 많이 안쓰고 수능날 가니까 비가 내리던데 공부는...
-
작년 생명 엣지 1
엣지는 크게 안달라지나여? 살까해서..
-
학교가 수원이라 놀아달라고도 못함 ㅠㅠ
-
애기 때는 귀여웠는데 14
지금은 늙어버린 재수생이 됐음 엄
-
개인적으로 예수도 안믿지만 타로는 믿음 학교축제에서 타로 봤었을 때 매 우 정 확 했 음
-
지금은 95키로임 ㅋㅋㅋ
-
근데 돈이 없어...
-
그냥 그런생각이 듬 물론 그 평생이 얼마 안남은듯
-
??
-
난 친구가 없어 2
흑흑
-
서울대, 한양대는 학종 정성평가라 검1고생은 나가리고 고려대, 연세대는 정량평가라 쓰여있네
-
결혼하고싶다 와이프한테 이것저것 요리만들어서 먹이고싶다 앞치마 두르고 요리하고...
-
오야스미 0
네루!
-
어디로 가야하나요 입결로 따지면 숭실이 압승인것같긴한데 광운대 전자가 아웃풋으로 좀 유명해서...
-
자라. 캬캬. 3
내일 1교시라 자러 갑니다 편안한 밤 되십쇼 오르비 소등하겠슴다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새내라 쓰고 해내라 읽는다…? 반댄가…)
저 이런게 너무 재밌어서 언어학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더라구요,, 언어학과 가면 되게 재밌을듯
저도 언어학 관심이 꽤 있긴 한데, 여기 와서 보니 고대사 연구할려면 하기 싫어도 해야 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