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며 읽기와 눈알 굴리기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56098341
0
지문에 정보 A, B, C, D, E가 제시됐다고 합시다.
A, B는 지문의 토대가 되는 정보(개념정의 등)이고,
C, D, E는 A, B로부터 도출되는 정보입니다.
이때 A, B로부터 C, D, E가 도출되는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항상 바람직할까요?
1
2011학년도 수능 그레고리력 지문은 오래되었지만 난이도가 높았어서 아직도 많이들 강의합니다. 저는 전기추에서 전개년 수능 기출문제를 다 해설하다 보니 당연히 다루고요.
근데, 탐구심이 강한 어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해왔어요.
릴리우스는 연도가 4의 배수인 해를 윤년으로 삼아 하루를 더하는 율리우스력의 방식을 받아들이되,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하는 규칙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1만 년에 3일이 절기와 차이가 생기는 정도였다. |
릴리우스는 왜 이런 윤년 규칙을 제안한 건가요?
2
윤년 규칙은 지문으로부터 완벽하게 추론가능니다.
카이사르가 제정한 태양력의 일종인 율리우스력은 제정 당시에 알려진 1년 길이의 평균값인 365일 6시간에 근거하여 평년은 365일,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366일로 정했다. (중략) 그레고리력의 기초를 놓은 인물은 릴리우스였다. 그런데 무엇을 1년의 길이로 볼 것인가가 문제였다. 릴리우스는 당시 가장 정확한 천문 데이터를 모아 놓은 알폰소 표에 제시된 회귀년 길이(춘분과 다음 춘분 사이의 시간 간격)의 평균값을 채택하자고 했다. 그 값은 365일 5시간 49분 16초였고, 이 값을 채용하면 새 역법은 율리우스력보다 134년에 하루가 짧아지게 되어 있었다. |
밑줄 친 문장은 앞서 나온 정보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됩니다. 그레고리력 1년 길이는 율리우스력 1년 길이보다 10분 44초 짧습니다. 이 차이가 134년 누적되면 10분 44초 × 134 즉, 23시간 58분 16초가 짧아집니다. 그래서 지문에 134년에 하루가 짧아진다고 제시된 거고요.
율리우스력에서 윤년을 정한 이유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실제(365일 6시간)가 달력(365)보다 6시간 많으니까, 4년이 지나면 6시간×4가 누적되어, 달력이 실제보다 하루 뒤쳐지게 됩니다. 따라서 4년마다 윤년(366일)을 도입하여 차이를 보정하는 거죠.
3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릴리우스가 제안한 윤년 규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릴리우스는 연도가 4의 배수인 해를 윤년으로 삼아 하루를 더하는 율리우스력의 방식을 받아들이되,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하는 규칙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1만 년에 3일이 절기와 차이가 생기는 정도였다. |
그레고리력의 1년 길이(365일 5시간 49분 16초)는 평년(365일)보다 5시간 49분 16초 깁니다. 이 차이가 4년 간 누적되면 23시간 17분 4초고요. 따라서 4의 배수인 해는 윤년으로 삼아 하루를 더하여 보정합니다.
근데 이렇게 윤년을 설정하더라도, 4년마다 2,576초(약 43분)차이가 누적됩니다. 이렇게 100년이 흐르면 2,576초×25, 즉 17시간 53분 20초 차이가 생깁니다. 따라서 100의 배수인 해는 (4의 배수인 해임에도) 평년으로 하는 규칙을 정하여 차이를 보정합니다.
근데근데 17시간 53분 20초 차이를 하루(24시간)으로 보정하면 6시간 6분 40초의 차이가 100년마다 생기는 셈이죠? 이렇게 400년이 흐르면 또 24시간 26분 40초 약 하루 차이가 생기고요. 그래서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하는 규칙을 추가하여 차이를 보정합니다.
근데근데근데 시험장에서 이렇게까지 이해하면서 읽으면, 문제 다 풀기도 전에 종료령이 울리겠죠?
4
A, B로부터 C, D, E가 도출된다고 하여,
그 도출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1) 생략된 논리적 관계를
적극적으로 채워가며 읽어야 할 때도 있고,
2) 큰 흐름을 잡은 상태에서
'대충' 이해하면서 읽어야 할 때도 있고,
3) 이해도 기억도 어려워서 체크해놓고 넘어갔다가
문제풀이시 눈알 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전략을 택하며 읽어야 할지 체득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양의 기출문제를 분석해봐야 합니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분석도 필요한데,
이건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5르비클래스 광고 (좋아. 자연스러웠어.)
만약 국어공부를 남보다 늦게 시작했거나
국어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전개년 수능기출문제를
빠르게 분석하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아래 이미지를 눌러보면,
전기추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동기부여가 어느 정도 되야지 공부하는 거 아니냐 가끔 보면 동기부여충들 역겹다고...
-
내 붐은 온다..
-
생윤 노베입니다:) ㅠ 생윤 과목이 오개념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강사를...
-
찐따가 연애하면 4
찐따가 연애하면 의외로 얻는 장점이 많음 남들이 사회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나도...
-
안녕하세요 9
요즘 멘탈이 차차 안정화되고 있어서 대학생활도 좀더 적극적으로 하고 반수공부도...
-
배성민T 피지컬N제랑 한석원T 4의규칙중 뭐가 좋을까요? 별로 차이 없으면 배성민쌤...
-
(아님)
-
ㅇㅈ 12
였던거...
-
알려주세요
-
공교육걱정없는세상 창당되면 1순위로 모셔야할 분임
-
자려다가 방송보는중인데 재밌네요
-
현재 강기원쌤 미적반 신청해두기는 했는데 수1수업을 하셔서 수2 미적 진도...
-
있다면 어딘지도 알려주세요
-
대 꼬 기
-
41등이라니 0
내왜옵
-
코인 선물 팁 0
유튜버 승냥이 하는거 반대로 매매하면 승률 좋음
-
여러분 다 오르비언 맞으시죠..?
-
바로 결과 알려준다 했는데 답이 없음,, 궁금해서 내가 먼저 선톡했는데 읽씹 당함...
-
현역 수학삼모 높은 사등급이고요 한완수가 나을까요 뉴런이 나을까요 둘다 난이도...
-
3덮 79였는데 4덮 90점대로 올라서 분명 실력 오른거같았는데 오늘 작년 상상...
-
나 왜 레업함 3
왜 옯창랭킹 15등임
-
리바이벌 1도 다 안풀었는데 벌써 2 뿌림
-
오늘도 9
수고했어 ㅎㅎ
-
딥마인드 확통 있는데 10
이거 어려움요? 확통 만점 목표 아니라서 사실 쳐다도 안볼거임요
-
미치겠네
-
여러분 혹시 스카에서 독재하시는분들 펜던지는거나 계산기나 이런소리 들리면...
-
수학등급 잘나오는사람들은 그거 다 풀어내나요? 워크북 풀때 이거까지 알아야하나 싶은...
-
교대 정시 질문받음 12
ㄱㄱ
-
5월 N제 0
욕심 내지 않고 딱 1. 4의 규칙 시즌2 2. 하사십 시즌1 3. 문해전 시즌2...
-
ㅇㅈ 7
였던거
-
문제 발생!! 0
폰으로만 입력하다가 글씨체를 수정하려면 컴이 필요한데 어쩌지.. 노트북 본가에 있는데..
-
나도 기만하나만 4
아파트 단지안에 독서실있음
-
사실 그것도 못 먹을 때 많았음 일주일 동안 교촌 허니 콤보 세 마리 먹고 과일...
-
오전에 공부하는 습관 ㄱㄱ;;;;;;;;;;;; 이게 늘어지면 안돼
-
문학 노베 0
쌍둥이 형제가 문학 거의 노배 수준인데 어떤 강의가 맞을까요
-
ㅜㅜ
-
수2 역대급 킬러 문제 18
풀어볼 사람 있나요
-
실모 수학 국어 180분만 풀아도 진짜 죽을거같음...... 머리를 ㅈㄴ 많이쓰는 느낌임...
-
단비같은존재
-
머성에서 나오는 CRUX 더프 국어보면서 매우 문제가 괜찮은거 같아서 중고로 구해서...
-
06 뉴비입니당 16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친해지고싶은 뉴비입니당
-
여르비 담배피러 옴,, 33
스카탈출 헤헤
-
바로 지웠따 다음부터는 그냥 좋아하는 유튜브나 봐야지
-
생각보다 0
이과->문과 복전도 존재함 그렇더라구요
-
문학 많이 틀려서 들으려는데 어때요 강기분이랑 둘 중 고민 중이에요
-
작년 주간키스 시즌2 남은거 풀고있는데 수완 좀 많이 빡세네여 1달넘게 영어 안해서...
-
올오카&KBS도 아직 남았고 다른 과목들도 빡시게 돌린다고 수특 문학 독서를 마이...
-
감독과의 불화로 프런트에서 재계약 거부
-
수시반수 0
현역때는 이과였고 교차지원해서 경외시 상경을 정시로 붙었어요 지금 재밌게 열심히...
아주좋은 글이네요
제가 분석하고 고민한 것과 일치하네용
고맙습니다. 이 정도 단계까지 고민하셨다면 상당한 실력자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
수능 끝나고 여러 컨텐츠들에서
19학년도 이후로 '완벽한 이해가 되지않으면 망하기때문에 '모든문장을 이해하려는걸 지향하며 공부해야한다는 주장들이나
독학서들에도 이런말이 있던데
이해의 깊이는 주관적이어서 완벽한 이해의 정도는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해황쌤말씀대로 심지어는 '체크만해두고' 돌아가야하는 정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작년에 기출분석 3달걸린거
94부터 12년도까지 3주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열공해줘서 고맙습니다. :)
원래 알고 있던 분야의 글이 제시되었다면 완벽하게 이해하며 읽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제한 시간 내에 낯선 지문을 100% 이해하며 읽는 건 사실 힘든 일이죠.
많은 학생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짚어주시는 좋은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난 왜 이해가 안가지...전 걍 율리우스력 그레고리력 윤년 등등의 내용 배견지식으로 외우고 갈래요 하하
이 글을 읽는 분들은 2100년에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식으로 알아둘 만합니다. ㅎㅎ
눈팅만 하려 했는데 너무 완벽해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갓
엌ㅋㅋ 제가 이거 쓰려고 칼럼 다 준비했는데 먼저 올리셨군요...눈물의 삭제 버튼 누르는 중...
같은 관점의 칼럼러를 만나면 반가운 일이죠 ㅎㅎ 팔로우하고 지켜보겠습니다!
영광입니다 선생님...
제한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만큼은 본인이 하고, 나머지는 문제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