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느 [463564] · MS 2017 · 쪽지

2015-01-21 02:02:56
조회수 13,653

뒤늦은 재수후기입니다. 예비재수생도 봐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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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스물. 빠른96 이과 재수생입니다.



재수 끝나고 그 생생한 느낌과 그 생각들을 어딘가에 빨리 적어서 남기고싶었지만.. 15수능끝나니 착잡하면서도 홀가분한 그 느낌을 즐기고 막상 글을 쓰지는 못했네요.



같이 다른학원에서 재수했던 친구에게 우연히 오르비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놈들. 공부에 미쳐 입시의 판도를 다 읽고있는 놈들. 놈들. 놈들. 등등 공부에 관해 많은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전에 절 재수 처음부터 쭈욱 지켜본 친구놈한테 물어봤습니다. 내가 이러이러한 글을 쓰고싶은데 이런 글을 써도 거기있는 공부잘하는, 또는 같은처지의 사람들이 공감을 해줄까.. 이런글 즐겨쓰는 타입도 아닐뿐더러 '오르비'라는 사이트 즐겨하지도 않아서 그 사이트의 흐름과 판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니까 그래도 써보긴 해봐라 니경험이니까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용기내서 몇글자 끄적여봅니다.



저는 삼수생도 아니고. 그 이상도 아닌 일가 재수생일 뿐이고 다른분들처럼 고득점이 나온 것도 아니며, 좋은 대학교를 갈망하고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인간쓰레기에서 인간이 된 정도죠.



슬슬 고3들이 이제 갈림길에서 결정을 하는 시기가 온거 같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그냥 제 이야기 조금 한 다음에 앞으로 1년. 재수의 길을 택한 졸업을앞둔 고3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냉정한 조언, 그리고 따뜻한 응원을 해드리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이런 글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학원에서 겪었던 경험들과 얻었던 팁과 조언이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네요. 읽다가 귀찮으시면 뒤로가기 누르셔도 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어릴때는 나름 준재소리까지 들었던 저는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부에 점점 손을 놓기 시작했죠. 중학교때는 거의 세월 가는줄 모르고 게임만 했고. 그리고 중3때 66%로 겨우겨우 인문계에 입학했지만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놀다가 고2 10월 모의고사에서 장애인수준의 등급(평균등급이 5~6등급인걸로 기억함)을 받고 미친듯이 지나간 4~5년을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아마 제가 공부를 다시 시작한 때인것 같네요. 



그래도 수학 진도는 겨우겨우 빼놔서 고3 2월 전에 겨우겨우 모비율이랑 벡터 다 훑고 고3 입학했습니다. 고3때 정신차려서 공부해도 좋은 곳 갈 수 있다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죽어라했죠. 하지만 5년정도의 놀던 습관은 쉽사리 잘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죽어라 하니까 오르는 느낌은 나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다시 풀리더라고요.. 결국 14수능도 뒤통수(아니, 어쩌면 예상되있었을지도..) 맞았어요. 1년 전 까지만해도 초상집 분위기에서 절망 속에 빠져살았던 제가 기억나네요. 



아마 그때는 그래도 저 밑에 낮은 곳이라도 찔러보자 해서 정시 막 쓰고 놀고는 싶은데 재수가 결정되있어서 막상 놀아도 논거같지도않고.. 어머니한테 양쪽에 발을 둘 다 담궈놓다가 한쪽 되면 그쪽으로 발을 옮겨 담는다라는 비유적 꾸중도 받은 기억도 나네요. 수능이 뜻대로 나오지 않은 현 고3학생들도 지금 저의 작년 이맘때 모습처럼 답답하고 막막한 기분일거 같네요. 



결국. 정시 쓰리후보광탈 후. 재수를 결정했습니다.



재수는. 성공률이 50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를 근처 선생님들에게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알고 지내던 재수했던 형 누나들도 그렇게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구요. 그래도 결과가 그렇게 된 이상 반신반의하며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집안에서도 동의한 내용이지만. 이왕 결정한 재수, 큰 돈 들여서 좋은 학원 가서 이 땅에 얼마나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은지 겪어보고 느껴보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재수학원 대신 경기도 쪽에 기숙학원에 입소하게 됐습니다. 물론 저는 그 성적으로 꼴반 들어갈 줄 알았지만, 고3 9모때 1등급이 하나 있어서 그런지 운이 좋게 상위권 반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1년이 시작됬죠.



사실, 지금 와서 느낀 거지만 전 그 반을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르겠고, 그 공부 잘하다가 아깝게 미스나서 재수하는 공부잘하는 애들 사이에서 섞여서 공부하니까 와 신세계더군요 마치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애들만 모아놓는 특별반 같은 곳에 저 혼자 덩그러니 앉아놓은 기분이더군요. 운이 좋았었죠. 만약 저처럼 이렇게 안들어가도 상관은 없습니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하는 거기 때문이죠.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2월부터 시작해서, 공부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미친듯이 달려들었습니다. 나의 20살청춘과, 부모님의 돈이 공부하면서도 미친듯이 많이 생각나서, 미안해서, 죄송스러워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고. 음, 중간 중간 풀릴때도 있었지만, 같이 마지막 도전을 해나가는 애들보면서 맘잡을때도 있었고, 힘들면 같이 화징실도 다녀오고 밀려오는 잠도 깨고 했던 기억이 많이나네요.



언제 끝날까 싶던 재수생활이 굳은시작을 지나 봄바람불어오고 6모 친 후 그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서 짧은 가을이 지난 후 살짝 추워지니까 벌써 15수능이 코 앞이더군요. 실력발휘하는 날이 벌써 왔다는 사실에 무섭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했던 11월 12일이었네요. 기대 반 근심 반 시험을 치고나서 그날은 예상외로 점수가 잘 안나왔더군요. 평소 점수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작년보다는 달랐어요.



작년에는 가채점 후 '아...x됐다' 라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올해는 가채점 마무리 하자마자 '아..끝났어' 라는 말이 먼저 나오더군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같은 반에 있었던 친구들도 그말을 한마디씩 했었어요. 1년동안 미친듯이 같은 학원 같은반에서 하루종일 공부했던 기억은 평생 못 잊혀질 기억으로 남는것 같네요. 



그리고 원점수도 많이 올라갔더군요. 작년보다 설마 더 못치겠냐 하면서도 살짝 안절부절 했지만 원점수만 66점이나 올랐네요. 대학쓸때 보상받는 기분 확실히 들었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그냥 쓸께요.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고득점자도 아니고, 저 밑에서 그나마 조금 올라온 사람입니다. 감히 이런말 하기 좀 그렇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을 굳게 믿기로 결심한 계기가 이 14년 재수네요.



글쎄요 다른분들은 어떻게 하셨을 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가 느꼈던 감정들 그 고통들 다 느꼈을거라 생각합니다. 힘들거에요. 무척 힘들겁니다. 강한 멘탈들도 휘청휘청 거려요 보면. 아마 재수까지 했는데도 점수가 지난 모의고사보다 더 떨어질 때도 있을거고,  저는 기숙학원 생활이라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한달에 한번 휴가 꼴로 공부해서 부모님이 보고싶어질때도 있고. 수능이 두려워지고 현실을 부정하는 날도 올 수도 있습니다. 전 멘탈약해서 다느꼈지만요.. ㅋㅋ



하지만. 이미 재수를 선택하신 고3분들이나 선택에 기로에 선 예비 재수생분들한테 몇마디 던지자면 정말 시켜서 하는 재수는 1년 버리고 몸 다 상하고 멘탈 다깨져요. 그리고 그 결과도 장담은 못하고요. 저는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정말 미친듯이 공부 해보고 싶다. 재수 안하면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할거같다. 이런분들에게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주는게 시너지 효과도 많이 발휘 되는거 같고, 마음만 제대로 먹고 시작해도 효과 잘보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두려워하지마세요. 제가 말을 이렇게 적어놔서 아 진짜 저런가 저렇게되나 싶을텐데 재수 하면서도 인생의 낙은 즐길 수 있더라고요 조금씩..ㅋㅋ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공부만 하는건 무리더라고요! 근처에 대표적인 예시들도 몇번 봤고 해서 .. 공부와 멘탈과 성적을 동시에 잡는 멋있는 재수생이 되시길 바랄께요. 아, 삼수사수분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재수까지는 그래도 할만한거 같아요. 20살을 잃어버린다고 슬퍼하시겠지만, 아마 독한 재수가 끝나면 잃어버린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1년이 될 거에요. 저같은경우는 철도 많이들었고 부모님도 1년이 지나니까 좀 더 어른이 된 거 같다라고 말씀도 몇 번 하십니다. 항상 철없는 어린아인줄 알았는데 타지에서 고생하면서 인생같은것도 선생님들이나 같은반에 형들 누나들한테 배울 수 있는거 같고... 



제가 여태까지 적었던 모든 내용은 제 경험에서 느꼈던걸 적은거고, 기숙학원에서 공부했다는 전제하에 적은 글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오르비라는 사이트라서 개인톡처럼 쉽게 주고받는 얘기를 적어놓지 못해서.. 아 사실 전 재수 초기에 저희 학원에 있었던 멘토형이 너무 부러웠거든요. 나도 저렇게 잘 말해주고 싶다. 아 부럽다. 이런생각 많이해서 그 형 보고 더 마음 굳게 먹었을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보고 싶긴 했고 더 궁금한게 있으면 댓글로 써주시고 또는 쪽지로 물어보셔도 되고요. 톡으로 물어보실꺼면 쪽지로 보내주면 아이디 가르쳐드리고요. 되는대까지 도와드릴꺼고, 제가 아는 지식 내에서 고3분들 선택 하는데 많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끝으로 16수능 다들 힘내서 화려한 마무리 지을수 있도록 화이팅입니다! 2시간동안 모바일로 쓰니까 힘드네여. 새벽감성폭팔은 이래서 안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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