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4Answer [592707] · MS 2015 · 쪽지

2022-02-23 21: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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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시절 자습실 창조경제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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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도 더 된 고딩 시절의 일이다. 


서울 지역 갓반고였던 우리 학교는 당시 자습은 자율신청제였으나,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높으신 분들께서 '특별히' 우등반을 만들어서, 학교에서 가장 시설좋은 자습실에 11시 반까지 처넣게 하였다. 


사실 이것도 그 우등반 탈퇴하면 되는 일이긴 한데, 옯붕이들도 알다시피 수시 챙겨야되는 전교권이 우등반 탈퇴한다? 밴댕이 소갈딱지같은 선생들의 암묵적 보복이 있을수도 있잖아. (물론 그런 선생은 다행히도 우리학교엔 없었던 듯 하다) 


하지만 지금도 공부보다는 현생이 우선인 힙스터정신 충만한 나는, 그 당시는 똘끼까지 갖추고 있어서 매우 기묘한 돌파 방법을 쓰게 된다. 


그게 뭐냐? 


발상의 전환이다. 우등반 자습실의 시설은 매우 좋다. 웬만한 독서실 보다 더. 그렇다면 성적은 되지 않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그 자습실이란? 가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지. 


그래서 나는 평소 눈여겨본 친구에게 월 5만원에 자습실 무제한 사용이라는 초 강수를 던지게 된다. 


어차피 자습실 감독은 학부모님들이 하시기에, 걸릴 일도 없겠다ㅋㅋ


그래서 약 두달간 그 친구는 내 이름으로 자습실을 사용할 수 있었고, 나는 그 돈으로 학교 근처 피씨방에서 열심히 카트라이더와 피파를 하게 된다. 


내가 당시 전교권에 어머니도 학부모회 이런데 자주 나가셔서 학부모님들이 내 이름은 어느정도 알고 계셨던거 같은데, 아마 그분들 다 내 얼굴을 그친구 얼굴로 알고 계실거다.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조금이라도 어디에 박혀있기 싫어서 방랑을 하던 나는, 수능이란 시험을 보기 싫어서 남는 시간에 카이스트 조기졸업 입학을 준비하던 나는, 당당하게 오수에 육수에 편입까지 입갤하게 된다. 


쓰고 나니 내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나네. 내가 아프리카 방송한다, 판타지소설쓴다, 육수한다, 편입한다 이런 뻘짓거리만 안했다면 지금쯤 억단위 돈을 모았을거라고. 


눈물난다. 옯붕이들은 공부 할 수 있을때 열심히 해서 저처럼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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