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선생 [487716] · MS 2014 · 쪽지

2014-03-08 14: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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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벼락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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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 첫 번째 모의고사입니다.

‘3월 첫 시험이 수능까지 간다라느니하는 검증되지 않은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시험을 통해 11월 수능 전 마지막 한 주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이 만약 모의고사 전날, 311()이라고 가정해 보지요. 내일이 시험이니까 무언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이책 저책 펼쳐 놓고 보기는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내일 모의고사를 위한 공부인지 확신할 수가 없지요. 방학동안 공부한 것이 있으니 어떤 형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내일 시험을 볼텐데 봐야할 책도 많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고 있다면 책을 펴 놓고 있지만 공부를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예전에 사법시험에 붙은 제 친구가 그러군요. 사법시험을 보기 위해 봐야 할 책을 단순히 1회독하는데 열심히 하면 6개월 쯤 걸린다고 합니다. 다음에 다시 2회독을 하면 반 정도로 시간이 준다고 합니다. 결국 시험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시험 전날 읽기만 해도 몇 개월이 걸리던 교재를 전날에 한번 훑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한다구요.

물리적으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시험 전날 모두 볼 수는 없겠지요. 공부하는 과정에서 마지막날 볼 것들만 추리는 것, 그것이 거칠게 정리하면 공부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단권화라는 작업을 합니다. 요즘 서점에 가 보니 수능 수험서 중에서도 단권화라는 제목을 쓰는 책들이 있더군요. 여러분도 공부해 가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단권화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개인 선택의 문제이고, 단권화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험 전에 볼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추려가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내신 시험으로 한 번 돌아가 볼까요? 내신 시험은 그 전날 밤을 새 가면서 보는 것들이 있지요? 물론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고 분량이 작으니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만, 누구든 내신 시험에서는 시험 전날이 성적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날이라는 것은 인정할 겁니다.

 

똑같이 수능으로 와 보지요. 내신 시험은 전날 벼락치기가 되는데 왜 수능, 혹은 모의고사는 그 전날 마땅히 볼 것이 없을까요? 누군가는 말하겠지요. 수능 공부는 쌓여가는 공부니까 그 전날 좀 더 본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맞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그러나 선생이 제기하고 싶은 물음은 공부는 쌓여가는 것이니 하루 아침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쌓여진 공부가 하루 정도에 혹은 며칠 정도에 정리 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동안의 공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는 겁니다.

 

공부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식과 내용은 다르더라도 반드시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플래너를 만들고, 단어장을 만들고, 오답 노트를 만들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무림의 고수들이 결투가 있다면 반드시 들고 가는 한 자루의 칼, 이런 것을 형식과 상관없이 수능을 준비하는 우리들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답노트도 좋습니다. 메모장도 좋습니다. 아니면 선생이 ebs활용법에서 말한 것처럼 교재에다 인덱스를 붙이는 것도 좋습니다. 수능은 공부할 양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공부이기 때문에 목적지만 보고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리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제 본 것, 오늘 본 것이 쌓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만 달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수능은 누가 빨리 달리느냐의 시험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내에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냐를 측정하는 시험이니까요.

 

첫 모의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마땅히 정리할 것이 없이 마음이 급해지는 학생들이라면 지금부터 수능 보는 그날까지 수능 전주, 수능 전날 이걸로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툴을 만들어 가셔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유형적인, 형식적인 정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지식이 머릿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정리해 두면 시험 전날 바로 꺼내서 지난 몇 달간을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첫 모의고사입니다.

선생도 현장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생들만큼이나 긴장됩니다. 학생들의 성적은 학생들만의 것이 아니라 그 책임의 반은 제게 있기도 하니까요. 그 동안 열심히 달려 왔으니 중간 평가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시험을 보라고 조언하지만 결코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3월 모의고사를 잘 본다고 해서 더 이상 안심하고 공부 안 할 것도 아니고, 시험을 기대만큼 보지 못했다고 해서 절망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시험 결과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방학 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측정하는 도구로 삼고, 주위의 친구들에 비해 내가 얼마나 성실했는지 비교하는 도구로 삼고, 앞으로 어떤 부분의 부족함을 메워야하는지 판단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면 3월 모의고사는 충분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공부한 만큼의 결과가 있는 의미 있는 모의고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마법 같은 2014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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