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igne [995628]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2-01-11 22: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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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올해 평가원 백분위 고정 100의 수능 국어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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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듯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존에 책을 많이 읽었다던지 다양한 텍스트를 많이 접하며 절대적인 피지컬을 키운 사람들은 기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결과를 얻었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강사가 가르치는 글의 구조, 문장간의 연결 등에 치중했던 수험생들은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수능 국어는 잘못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처럼 출제하는 방식이 평가원이 지양해야 하는 바는 아닙니다. 충분히 이런 방식으로 낼 수 있죠. 하지만 최소한 6월, 9월을 통해 예고는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월과 9월에 이렇게 짧고 농밀한 지문들을 출제했다면 노력을 통해 대비할 수 있었겠죠. 수능 시험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노력한 사람이 보상받아야 하는 시스템이어야 하고, 6월과 9월에 미리 예고했다면 노력을 통해 어느정도 대비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평가원은 기존의 출제 유형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수능 독서를 출제했고, 평가원이 보여줬던 기출들을 성실하게 학습했던 수험생들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줬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던 수험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재능과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는 시험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기습적인 출제는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올해 첫번째 헤겔 지문이 리트식 출제에 표본이었습니다. 글이 읽히긴 읽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고, 선지가 정말 하나하나 농밀해서 지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게 아니고, 엄밀하게 이해해서 추론할 수 있어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두번째 경제지문의 보기문제는 아직 복기해보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풀때는 “이걸 어떻게 배경지식 없이 풀어”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든다’ 는 배경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복기해보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문에 다른 힌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술지문은 매우 짧은 지문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빡빡했습니다. 전 이 지문을 현장에서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고, 많은 시간을 들여(어휘 제외 3문제짜리 지문임에도 10분을 넘게 썼습니다) 이해하고 이해가 안된 부분은 찾아풀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문학에서도 ‘노력의 배신’의 양상이 나타나는데, 핵심은 EBS 무용론입니다. 연계가 가장 중요했던 현대소설은 비연계로 출제되었고, 거산호2, 박태보전 등 대부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또 내용상으로도 특별할 게 없는 작품들이 출제되면서 EBS 연계가 사실상 무의미했습니다. 주요 작품 중에서는 수능완성의 <탄궁가>가 출제됐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귀신과의 대화 장면에서 문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해당 부분이 제시되긴 했으나 문제로 묻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은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할 수 밖에 없는 시험이었던 것입니다.


올해 점수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비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분이 계시다면 “해도 안된다” 라는 생각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올해 들인 노력만큼 이런 출제 유형에, 아니 국어 피지컬 쌓기에 집중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여러분이 부족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예고없이 출제한 평가원의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스스로에게 엄격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년동안 수험생활 하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해 9평은 만점 백분위가 99이므로 백분위가 99입니다. 6평과 수능(추정치)은 백분위가 100이고 6평때는 문학 한문제, 수능은 매체 한문제를 틀렸습니다. 올해 현역이었으므로 당연히 모두 현장응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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