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풍선 [1062986] · MS 2021 · 쪽지

2021-12-22 14: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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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5-> 수학 100까지 (3)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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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5-> 수학100까지 2편 (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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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5-> 수학100까지 1편 (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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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지막 편이니까 인증부터 하고 가겠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재수때 성적표를 못 찾겠어서 걍 이야기에 신뢰성을 부여할 최소한만큼만 인증할게요


이정도면 되겠죠? (그 개인정보는 좀..가렸습니다ㅎㅎ)


아무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번 편에는 제 삼반수 과정과 제가 수험생분들에게 강조할말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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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능 이후(12월~ 6월)


32142. 공부한 것에 비해 처참한 수능 성적이었다.


열심히 한 걸 아시는 부모님은 내게 뭐라 말을 못하셨다.


처음엔 안 슬펐고 그냥 공허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그렸었는데.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설날 친척집 가서 위로의 말들을 들었지만 뒤에 가서는 "쟤 놀은거 아니냐" 라고 하시더라.


난 새빠지게 했는데 그런 말들을 부모님을 통해 전해 듣고 있는 상황 자체가 화가 나고 억울했다.


이 점수는 절대로. 내 실력이. 아니었고, 납득할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정시지원철이 왔다. 재수 담임쌤을 만나 상담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왔는데 복도에서 30분을 기다렸다. 내 앞 차례가 서울대 라인이 나와서 담임과 함께 과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그래, 쟤 입시가 나보다 더 중요하지. 내 입시는 이미 망했는데 쟨 성공할수 있으니까.


씁쓸하다.


내 입시상담은 10분 남짓이었다. 딱히 나도 별로 물어볼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애초에 내 라인도 잘못 잡으신 것 같았다.


그냥 진00 고000 보고 과 결정해서 건동홍 라인으로 가나다군 넣었고, 붙었다.


일단 대학 가겠다고 했다.


마음의 안정, 추스를 시간 같은 것들이 좀 필요했다.


부모님께 반수한다고 말씀 드렸고, 1학기때 안 놀거라고 말씀드렸다.


그 후 은둔생활이 시작됐다.


공부도 하지 않고, 친구랑 만나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거 할 기분이 아니었다.


아주 가끔 만나서 놀아도 노는 기분도 아니었다.


24시간 누워서 영화나 유투브 드라마 이런거 보고 지냈다.


그러다 이태원클라스라는 드라마가 있어서 봤다.


그거 보고 엄청 울었다. 그냥 주인공이 계속 실패하는 부분에서 뭔가 내 모습이 떠올랐고


그 연상 작용이 눌러왔던 슬픔을 터뜨렸던 것 같다.


그 뒤에 주인공이 뭔가 노력해서 회사를 차리고 자수성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의지를 조금 되찾았다.


나도 그래서 내 처지를 인정하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학은 차피 비대면이고 일부러 팀플 수업 같은거 안해놔서 집에서 수업 열심히 들었다.


짬짬히 강기분으로 기출정리하고, 자이스토리로 수학 기출 다시 봤다.


대학 수업 듣고, 짬짬히 수능공부하고... 그렇게 집에 처박혀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슬슬 5월이 다가왔고, 시간이 지나 마음이 좀 안정되었다.


반수를 다짐했기 때문에 이 시기(4월)에 작년 수능(2021수능)을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난 열심히 했는데, 왜 수능이 그럴까 고민해보니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작년 공부의 마무리가 아쉬웠다고 생각했다. 너무 초반에 달리다 보니 후반에 지쳐서 달릴 힘이 없었던 것이다.


수능 시험장에서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수능에서 멘탈이 무너진 것은 소심함에 있다고 생각했다.


유독 수능때만 이게 답일지도 몰라, 저게 답일지도 몰라, 이런 두려움에 빠져서, 답을 골라놓고도 다른선지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며 시간낭비를 오지게 하고 있었다. 


수능이라는 상황에 쫄아서 소심해지고, 그게 잘못된 선택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이루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내게 투영시키는 기대도 문제였다. '적어도 이정도는 해야지, 그게 뭐냐' 가 내 멘탈을 갉아먹고 공부 방향을 흩뜨려 놓았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5월부터 강기원 수업을 끊어서 다녔다.


5월에 강기원 복습테스트 점수가 낮았어서 또 부모님께 기대를 주입당했다. 결국 부모님께 그만하셨으면 좋겠다고 단호히 말씀드렸고, 그 뒤로 기대를 주입하는 그런 말을 일체 하지 않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강기원 숙제 해가고 하다보니 6월 모의고사를 치렀고, 결과는 21113이었다.


나는 솔직히 생1이 1등급 뜬 게 너무 신기했다.


6평 까짓거 1학기때 과탐공부도 안해놔서, 그냥 대충 편하게 보자! 라고 생각하고 정말 편하게 본건데


6개월간 책도 안 펴본 생1이 47 나오더라.


아... 편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치면 멘붕도 안오고 성적도 잘 나오네.



반수반 초기(6월말~8월)


반수반을 알아봤는데, 시0 반수반은 들어갈 성적이 안 되고, 일반반 편입도 별로 하기 싫었다.


강0 반수반은 수업이 길었고 자습을 원하던 내게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러0 반수반 갔다. 작년 9월 성적이 좋아서 괜찮은 반에 들어갈수 있었다.


이 시기 대학 다니는 친구들 sns나 카톡, 디스코드 이런 데 게시물 올라오는거 꼴보기싫어서 앱들 싹 지우고 sns계정은 전부 탈퇴했다.


난 2년동안 수학 개념 공부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문제풀이에 집중했다.


물론 강기원 쌤이 설명하시는 개념만큼은 잘 정리했지만, 따로 개념서를 사서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과제장이랑 책에 있는 문제 머리 쥐어뜯어가며 풀어가기만 해도 일주일이 지나갔다.


오답은 한번 고칠때 제대로 했다. 왜 틀렸고,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다른 풀이방법은 없는지 꼼꼼하게 고민해서 나름의 입장 정리를 그 자리에서 마쳤다. 한번 고친 오답은 복습하지 않았다.


삼반수때는 일주일 내내 공부하지는 않았다.


초반을 불태웠다가 후반에 퍼진 작년의 경험 때문에, 

일요일만큼은 학원 안나가고 게임하거나 유투브보면서 하루종일 놀았다.


그리고 후반에 퍼지지 않기 위해 11시쯤 집에 와서 팔굽혀펴기나 15층 계단오르기 왕복2번 등등 최소한의 체력 유지를 위한 운동을 했다. 물론 운동이라 보기엔 민망할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숙제만 해 갔는데 7월이 지나갔고, 8월에 더프(더 프리미엄 모의고사) 를 봤다.


수학 76점이 나왔다.


다져진 2년간의 멘탈로 76점이라도 크게 쇼크를 먹진 않았다. 그냥 결과를 인정하고 왜 그렇게 나왔는지 생각해봤다.


너무 터무니없는 실수가 많았다. 문제를 잘못 읽은 경우도 있었고, 사칙연산을 잘못한 경우도 있었다.


실수는 어쩔수 없지. 그냥 문제 풀면서 알아서 고쳐지겠지.


8월에는 그렇게 모의고사 보고, 과제장 풀고, 기타 시0자료 풀면서 시간이 지나갔다.


반수반 후기(9월~11월)


9월 모의고사를 보는 마음가짐이 작년과 달라졌다.


'최선을 다해 풀고, 틀리면 피드백해 나가지 뭐' 였다. 


나에게는 9월 모의고사가 그저 연습경기 정도로 여겨졌다.


9월을 굳이 잘볼려고 온 힘을 들여서 애쓰지 않았다. 그렇게 모의고사 잘봤다가 자만해서 수능 망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9월 모의고사 결과는 22121이었다.


내심 수학이 2라는 것에 좀 충격을 먹긴 했다. 난 내가 2등급 맞을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2등급이 나왔는지 생각해 보니, '못 넘어가서' 였다.


9월 수학 풀때 3점짜리 마지막 문제에서 막혔고 계산이 빙빙 돌았다.


그 문제를 20분을 쳐다봤다. 안 풀렸다. 그래서 또 21번을 건드렸는데, 또 계산이 빙빙 돌았다.


결국 30분 정도의 시간을 21번과 27번(?)에 투자하고 나서 21번은 풀고 27번은 여전히 못 푼채로 급하게 나머지 4점 문제들을 풀다가 다 풀지 못한 채로 종이 쳤다. 


다음날 학원에 나와 시간 없어서 못 건드린 문제를 살펴보니 너무 쉬웠다.


일단 준킬러에서 막혔다는 사실 자체가 빡쳤고, 막혔는데도 안 넘어간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


그래서 대책을 세웠다.


일요일에도 놀지 말고 학원 나와서 공부하자. 


과제장, 시0자료도 풀어 가면서 다른 사설 모의고사도 사서 많이 풀어보자. 


문제, 문제, 더 많은 문제 풀이로 최대한 준킬러가 안 막히게 하고, 많은 사설 모의고사 경험으로 수능 수학시험때 있을 수 있는 변수들에 최대한 대비하자.


수학 모의고사 매일 한개씩 풀고, 과제장, 시0자료까지 다 풀어가려니까 일요일을 활용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하원 시간을 10시에서 11시로 늦추고 매일 1시간씩 더 공부해서 겨우 다 풀어낼 수 있었다.


근데 매일 모의고사를 풀었는데도 실수는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날 친구랑 있는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계속 서000모의고사에서 실수한거에 대해 불평하고 있었다.


내가 계속 그러니까 화가 났는지 '니가 실수를 만드는거잖아' 식의 말을 했다.


솔직히 그때는 말하는 투도 그렇고 좀 빡쳤는데 사설 모의고사 계속 풀면서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 내가 실수를 만들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하는 실수도 아주 드물게 있지만, 내가 반복해서 하는 실수들이 훨씬 많았다. 반복해서 하는 실수들은 그 부분에서 집중력만 유지하면 고칠 수 있었고, 고쳐졌다.


그렇게 해서 수능 막판에 과제장, 시0자료, 사설 모의고사까지 해서 6개월간 약 4000문제정도를 풀었다.


수학 모의고사가 70회분 정도를 풀었기 때문에 문제수가 더 될수도 있을거 같은데 아무튼 많이 풀었다.


문제를 많이 풀다 보니 10월 즈음에는 어떤 모의고사를 풀어도 점수가 88이상이 나왔다.


수능 막판에는 다리 떠는 친구 때문에 수학 시험을 망쳤던 작년 수능을 떠울리며,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해 내가 직접 다리 떠는 영상을 찍어서 눈앞에 재생시켜놓고, 


유투브에서 기침소리와 펜 딸깍거리는 소리 나는 수험장 asmr을 이어폰으로 틀어놓은 상태에서 수학 모의고사를 쳤다.


이런 경우에도 수학모의고사 점수는 88~92 정도로 나왔다.


결국 저런 소음이나 시각적 자극에 신경을 쓰니까 문제가 되는거지, 신경 끄고 문제나 풀면 저런 것들은 크게 방해되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었다.


문제를 많이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불안했다.


2번 망해본 경험이 나를 압박했고, 한번 더 하면 성공할수 있을까, 또 다른 내가 모르는 변수가 수능때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막판 10월쯤에는 수능에 있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변수들에 대한 대비를 중점으로 공부했다.


변수들이 하나하나 대비되어 나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고, 수능 전날 그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수능전날&수능당일


수능 전날,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불안감 긴장감이 최고조였다.


밤 10시에 누워서 뜬눈으로 3시간을 있다가 너무 막막해서


평소 연락도 안하던 학원 담임쌤께 잠이 안오는데 어떡하면 좋냐고 문자를 보냈다.


많이 안 자도 잘 볼수 있다면서 괜찮다고 문자가 왔다.


마음은 약간 놓였지만 여전히 불안해서 잠은 안 왔고, 


패닉 상태에서 '망하지만 말자' 만 되뇌이다 결국 3시쯤 잠이 들어서 6시 정도에 잠이 깼다.



수능 당일날, 3시간 잤음에도 긴장감 때문인지 몸 상태는 피곤해도 집중은 잘 되는 편이었다


약간 피곤해서 그런지 오히려 잡생각이 별로 안 났다.


수능 시험장에서의 하루 계획을 분 단위로 짜 가서 아무 생각없이 수능장에서는 그 계획표대로만 행동했다.


과감하게 가자는 태도로 시험에 임했다.


수능 당일날은 특별했다. 


국어 시험을 별 탈 없이 뚫어내고


수학 시험을 볼 때는 수학문제들이 수월하게 풀렸다. 


문제를 너무 많이 풀어서 수능문제들이 다 어디서 본거 같은 문제들이었다.


수학은 80분만에 모든문제를 다 풀고 20분동안 검토했다.


한번도 수학이 20분 남아본적이 없어서, 쉬운 수학시험이라 컷이 92~96정도일줄 알았고


만약 컷이 높다면 100점도 그리 잘 본 성적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과탐이라도 잘 보자는 생각에 과탐을 열심히 풀었다.


수능이 끝나고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면서 학교운동장을 지나갈 때 너무 기분 좋았고


성적은 아직 몰랐지만 잘 본것 같은 느낌에 후련했다.


처음으로 모든 문제를 마킹하고 나온 수능이었고, 처음으로 변수에 휘둘리지 않았던 수능이었다.


잘 본 경험이 없어서, 그날 느끼는 모든 감정이 처음이었고 정말 행복했다.


결과는 11113.


이번에야말로 진짜 내 실력이 점수가 되었다.


3년 간의 긴 수험 생활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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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편이라 끝마치기가 어려운데 그냥 몇마디만 더하고 끝낼게요


<당부할 말>


-작년에 실패했다고 모든걸 바꾸지 마라. 작년의 좋은점은 유지해도 좋다.


-수험생활은 마라톤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밀어붙이지 마라.


초반엔 약간 쉬어가면서 해도 좋다. (단, 절제가 되어야 한다...)


-막판에 체력 안딸리게 운동 열심히 하는게 좋다.


-사설 모의고사에 일희일비 하지마라. 


못보면 시험운영을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고, 못본 거에 대한 자책은 하지 마라.


-수학 개념에 너무 치중하지 마라. 어느정도 돼있으면 문제풀이로 넘어가서 개념이랑 병행하자.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마라.


그 시기로 돌아갔어도 넌 똑같이 행동했을거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노력하자.


-사람마다 성공하는 방식은 다르다.


 '난 저 수기처럼 열심히 살아야지' 와 같은 것들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내가 작년에 그랬어서 하는 말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어떻게 하면 자기한테 맞는 방식으로 수험생활을 성공할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열심히 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방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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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에 쓴 말은 공부에 대해서만 써서 되게 분위기가 우울한 글이 되버렸는데, 그렇게 슬픈 일만 있던 건 아니었음


겁나 긴 글인데 들어와서 눈팅이라도 해줘서 감사함 ㅇㅇ 가독성 떨어지는거 인정. 필력 딸리는 부분...죄송...


다들 성공한 2023 수험생활이 되길 기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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