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단편선 [831406] · MS 2018 · 쪽지

2021-12-12 18: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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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컨설팅 2개 받고 3떨한 썰(재업,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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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글 썼는데 올해도 이맘때쯤 되니까 생각나서 다시 올립니다. 재작년 얘기니까(19수능) 그냥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흘려들으시고 여러분도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글 다시 한번 올립니다. 올해 ㅇㄹㅂ에서 컨설팅하는 팀 아니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요. 혹시 ‘그 재종’ 이신 분들은 조심하세요. 외부 컨설팅 팀도 거기로 간 걸로 알고 있고 재종 컨설팅도 거기였으니까요. ㅎㅎㅎ.

세상에 사연 없는 정시생은 없다. 아마 입시 커뮤니티나 에타를 돌아다니면서 들은 말 같다. 이 말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 하나 차이로 대학 급 간이 달라지고, 빵구나, 폭 때문에 대학에 가야 할 사람이 대학에 못 가고, 대학에 못 갈 사람이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 정시 원서 판이다. 이 사실을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겪게 될 줄은 몰랐고, 이런 파란만장한 20대 초반을 겪게 될 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재수를 해 서성한 공대에 재학 중이었다. 학교 이름에 불만족스러운 점은 없었고, 학교생활도 그럭저럭했다. 그러나 1학기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나는 전혀 공대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공부에서도 국어, 사회에 훨씬 흥미를 보이며 성적이 잘 나왔고, 수학은 항상 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런 내가 대학 물리와 수학을 경험해보니, 4년간 해내어 갈 자신이 없었다. 또한, 현역으로 대학 간 친구들은 하나둘씩 입대를 하기 시작하고, 사회가 점점 더 취직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전문직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삼반수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대학에 자부심이 있었고, 진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만 존재할 뿐 우울감이나 심한 불안 장애 등은 겪지 않았다.

결심한 후, ㅇㄹㅂ나 각종 커뮤에서 유명한 ‘그 재종’에 들어가게 된다. 반년 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다. 3번째 도전이어서 어느 정도 익숙한 점도 있었고, 아직은 의지가 충만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수능을 보고, 수능 성적을 잘 받았다. 19수능에서 국어 백분위 100 받은 건 아직도 인생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성적이 살짝 아쉽게 나왔다. 내 목표는 의대 입학이었는데, 의대 입학은 살짝 애매한, 그런 성적이 나왔다. 인생의 마지막 입시 도전이고 의대에 미련이 있기에 소위 말하는 스나, 상향 지원을 도전해보고 싶어서 재종 컨설팅뿐만 아니라 당시 ㅇㄹㅂ에서 홍보하던 외부 컨설팅도 함께 신청했다. (지금은 ㅇㄹㅂ에서 활동 안합니다.) 그 컨설팅의 가격은 아마 나는 메디컬 계열을 희망해서 70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개의 컨설팅을 받아본 결과, 그들이 써 준 원서는 같았다. 의대 스나가 가능은 한데, 확률이 너무 희박하다. 삼수라는 위험도 짊어지고 있기에, 안정으로 한의대를 쓰고 적정 2개를 치대를 쓰자는 것이 그들이 제시한 솔루션이었다. 그때, 엄청나게 고민했다. 안정적인 원서를 쓰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 혹은 잭팟을 위하여 도박 수를 걸어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 내가 고민한 결과는 결국 치대나 한의대도 전문직이고, 군대에 편하게 갈 수 있기에 안정적인 원서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원서는 가, 나 군에 적정인 치대 원서를 2장 쓰고, 다군에는 안정인 한의대 원서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정시 발표날이 다가오고, 나는 3개 모두 예비 번호를 받았다. 예비 번호가 좀 매우 높아서 당황했지만, 다군은 워낙 예비 번호가 잘 돌고, 앞의 두 학교 또한 예비 번호가 돌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마지막 날까지 나에게 예비 번호는 오지 않았고 안정으로 쓴 다군은 예비 2번까지 가서 불합격을 받았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처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다군은 무조건 붙고 가, 나 군이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개 모두 떨어져 버리니 화도 나지 않았다. 우선 담당해준 컨설턴트들에게 연락했다. 쓰라는 대로 썼더니 3개 모두 다 떨어졌다고. 그러니 2 컨설턴트들 모두 그냥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고 했다. 그 와중에 외부 컨설턴트는 내년 입시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래서 두 컨설턴트 모두에게 환불을 요구했다. 재종 컨설턴트는 자기 권한이 아니라면서 미안하다고 했고, 외부 컨설턴트는 본인의 컨설팅 팀과 상의가 필요하다면서 얘기하고 오더니 전액 환불해주었다. 

3떨한 후,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곤하였다. 우선 인터넷에서 재수를 각오하지 않은 이상 3떨한 사례를 찾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추가모집이라고 정시 3떨을 한 사람들을 모집하는 전형이 있었다. 추가모집은 원서 수 제한이 없다는 점을 당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방 의치한 중 추가모집 공고가 난 모든 곳에 다 원서를 썼다. 그리고 이 역시 모두 떨어졌다. 추가모집은 일반 정시와는 다르게 경쟁률이 훨씬 높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거의 10번의 불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3떨과 추가모집을 모두 떨어진 후, 그 후에 해야 할 행동은 당연히 전적 대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3떨과 추가모집을 모두 떨어진 시기가 복학 신청과 수강 신청 기간이 지난 후였기 때문에, 학교 복학 또한 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2020년 1학기를 낭비하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불안 장애, 우울 장애 등을 겪으면서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다. 입시 커뮤니티의 글을 보면 모두 입시 성공과 상향 지원 성공과 관련된 얘기이고, 3떨과 관련된 얘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 후 입시와 관련된 것들만 보아도 안 좋은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수능은 나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후 근황은 별거 없다. 공대로 다시 복학하게 되었고, 엇학기라서 학교생활이 매우 힘들고, 물론 적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꾸준히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을 먹으면서 학업을 이어 나갔기 때문에 학점조차 안 좋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입시 실패 후기를 보면,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 혹은 수시 납치당해서 실패했다, 아니면 1, 2지망 학교에 모두 떨어지고 3지망 학교를 붙어서 실패했다와 같은 경우밖에 보지 못했다. 나의 입시 실패 원인은 무엇인 걸까. 그 컨설턴트들을 믿은 잘못? 나 스스로가 ㄱㅅㅅㅈ이나 모의원서지원을 사용해서 원서 질을 열심히 하지 않은 잘못? 잘 모르겠다. 원서 질에 자신이 없어서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뿐인데 그들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만약 다른 가능 세계에서 내가 메디컬 쪽으로 진로를 갔다면, 지금처럼 매일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먹고 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2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서 가시지를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부디 현명하게 원서를 써서 나 같은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컨설턴트들을 무작정 믿지 말고, 하늘에 기도하여 좋은 결과를 이루기를 바란다.

덤으로 병역 문제는 우울증으로 4급을 받았다. 어찌 보면 절반의 성공을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전역한 컨설턴트랑 그 컨설턴트 팀들. 모두 다 저만큼 불행을 겪고 우울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네요.

작년에 글 썼을 때는 ㅇㄹㅂ에서 글 내려서 안 보이게 했는데 이번에는 어쩔지 모르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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