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s12 [393981] · MS 2011 · 쪽지

2013-11-08 12:54:16
조회수 9,119

괴로워 하는 아들을 보며....

게시글 주소: https://iu.orbi.kr/0003917453

둘째 녀석이 수능을 쳤습니다.
큰녀석도 재수해서 연대를 갔는데(이녀석은 현역때와 별 차이가 없었어요)
재수를 절박하게 하지 않으면 현역이랑 차이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둘째 녀석은 서울에 있는 4년제 학교를 걸어 놓고 반수를 했는데요.
아...
마음이 답답하네요.

작년보다 잘 나오긴 했지만 녀석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에는 부족한 점수이고
현재 대학보다 한단계 위정도 갈아 탈 정도의 성적입니다.

어미는 괜찮습니다. 그 성적이..
그것이 본인이 열심히 한 성적이라는 것을 압니다.
수능 끝나고 내가 녀석의 눈치를 봅니다.

작년에 재수하겠다는 아이에게 추가 합격이 되는 바람에 대학에 등록 시키고
1학기도 나름 대학성적 관리하며 다녔습니다.
아마.. 학교 레벨상.. 만족을 못했을 겁니다.
친구들은 좋은 학교를 다니는데..
아이 성향상 주위를 의식하고 이런 성향이 있는지라..
한번 더 도전해서 가고 싶은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해서..
2학기 등록하고 학교 안 나가도 된다고 허락하고 반수를 허락했습니다.
(부모니까.. 이정도의 권한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식이 어리다고 생각한지라..염려되는 부분도 많지만
제 생각은 그랬습니다.
20살이면 그래도 존중해주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줬거든요.

또 한 편으론.. 주위의 재수하는 학생들.. 수능 .. 단 하루로 인생이 갈리는
그런 경우를 많이 봤고.. 또 생각만큼.. 재수를 해도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큰 아이 통해 주위를 통해...알았습니다.

그래서.. 내 딴엔.. 혹시 실패할까봐.. 학교를 걸어놓고.. 반수를 허락한거지요.
아이는 1학기때부터 수능특강을 사서 수학과 영어를 푸는 눈치였어요.
물론.. 그때는.. 학교 생활도 하면서.. 2학기 장학급 받을 정도로 공부도 하면서요.
그래서..많이는 못했겠지요.

6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반수에 돌입했어요.
강남의 자습학원 등록해서 65만원 학원비 내고..어디 식당에 17만원 내고.. 고시텔 36만원 내고..
국영수 세과목 수업 듣고 질문하고..
뭐.. 자습이 주로 하는 학원에 다니더라구요.

아이가 그 학원 등록하겠다고 해서.. 전화 통화 한 번 해보고.. 카드를 줬어요.
수능 날까지 딱.. 3번 얼굴 보여주더라구요.
추석때도 안 왔습니다.

고등학교때는
경기도의 특목고급 일반고를 다니다가 고2때 집 주위로 전학을 시켜줬어요.
몸이 아파서 전학을 고2때 허락을 해줘서.. 집에서 가까운학교를 다녔는데
전에 학교 꺼 때문에 내신도 그리 좋지는 않구요.

지금 학교 바꾸고 싶은 것도 특모고급 일반고 친구들이 부러워서.. 그럴수도 있구요.
친한 친구들이 만족하며 대학 생활 재미있게 하는 것이 부러워서.. 바꾸고 싶어 하더라구요.

어제는 악을 쓰면서.. 울고 불고..
재수를 안 시키고 반수를 시켜서 시간 부족해서 점수가 낮다는 거지요.
고등학교도 하향해서 안 보내고.. 특목고급.. 일반고 보내서.. 내신을 못 챙겼다는 ..것도 엄마탓.
(그때.. 지놈이 거기 갈거냐고 하니까.. 간다고 해서..가도 되도.. 안가도 되고.. 뭐.. 이런 결정을 해서)
전학은.. 제가.. 좀.. 늦게 허락한 경우고..

지금까지 살면서 내 맘대로 한 게 없다고 우네요.
내인생인데.. 왜 엄마 맘대로 한 거냐고..

아~..
아이 아빠가..
울고불고 하는 녀석 붙잡고..
급 사과를 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평소.. 말 한 마디.. 크게 하는 아이 아니고..
엄마한테 대들어 보지 않고..핸드폰도 고3 수능 끝나고 사겠다고 해서 그랬고...
 별로 큰소리 없이 중고등학교때 맞어본적도 없는 아이고..
내가.. 욕하는 거 수위도.. 어쩌다가.. "이녀석이~".. 요정도이고..

대학 안 가고 재수 하게 해줬으면.. 수능 잘 볼 수 있었다고..하는데..
이거.. 이 어미가 정말로 미안해 해야 한 건가요?

아이 아빠는

"그래.. 아빠가 미안하다. 난 니가 그렇게 학교를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절박할 줄 몰랐다. 너를 믿어 줬어야 하는데.. 현역때처럼.. 공 부 할까봐 못 믿어서 반수를 하게 했다. 미안하다 니 인생인데.. 니 결정을 허락 못해줘서.."  3번 .. 사과를 했습니다.

난.. 고등학교도 엄마 맘대로 보내고.. 전학도 늦게 시켜주고.. 재수도 안시키고 반수 시키고.. 다 엄마 맘대로 했다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거 하나도 없다고.. 이렇게 말하는데..
난.. 이녀석이 속에.. 이런 서운한 감정을 담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뭐.. 돈 대주고.. 죄인 되는 그런 기분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침에도 밥하면서 아이 눈치보고..
아.. 정말.. 그렇게 엄마가 잘못 한 걸까..

마음 한편으론 니가 공부 덜 해놓고.. 어떻게 모든걸 엄마 탓으로 하니

요 말이 목구멍까지 맴돌았는데..

이 녀석이 이토록 아프게 얘기 하는데.. 어찌.. 내가 여기에 토를 달까..싶어서..
꾹 참고.. 어안이 벙벙한 죄인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아이 아빠가 와서.. 아이를 달래듯 사과를 해서..급 마무리 되었는데요.

이녀석이 괴씸하면서도.. 안쓰럽고..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내 마음도 아프고...
내 마음보다 아이 마음이 아플 것 생각하니.. 더 아픕니다.
성대 논술 하나만 보고 안 본다고 하네요. 5개쓴 것 중 2개는 자격 미달인듯 합니다.

수능 본.. 학생들.. 부보님들...다.. 마음이 아플 거에요.
그까짓 학원비 들어간거.. 아까움보다는...

자식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줫으면 좋겠어요.

"진짜.. 미안하다.. 엄마 아들아."

용기 내서 적어 보고 가네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Saint Joon · 442108 · 13/11/08 12:58

    사실 지금은 시험망친입장에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할만한 때가 아닌거같아요.....너무 괘씸해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경험상 두번째 수능을 실패할때가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막 20살된 입장에서는 말이죠...사실 첫수능에서는 자기가 공부가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경향때문에 더하면 오를거라는 기대심리가 큰것같아요 그래서 부푼기대를 안고 두번째로 봤는데 안되면 정말로 절망적이죠.....당분간은 아드님이 힘들어하실거 같습니다.....

  • 될대로 될것이야 · 358003 · 13/11/08 13:03 · MS 2010

    그아이가 꼭 예전의저를보는거같네요 ㅠㅠ저도엄마아빠탓만하고 그랬었어요 다 원망스러웠죠..그런데 대학오고한두살나이먹으니까 엄마아빠마음을알겠더라구요 ㅠㅠ 그마음도헤아려주지못한제자신이 너무못됐던거같고 ㅠㅠ 자제분도언젠가꼭 알게될거에요!부모님의마음을!! 이년동안 열심히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 너무수고하셨습니다 ㅠㅠ그리고 입시는이제부터야말로 시작인데 꼭 좋은결과있길바랄게요!!

  • 장태주 · 467332 · 13/11/08 13:27

    아휴ㅠㅠ 모든 수험생들의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정말ㅡㅠ

  • yuj2804 · 331887 · 13/11/08 14:28 · MS 2010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
  • 단스 · 432640 · 13/11/08 15:03

    이것만은 확실해요. 아들분 마음은 절대본심이 아니에요. 가슴 찢어집니다.

  • sky17 · 259161 · 13/11/08 21:33 · MS 2008

    아 .. 눈물 나네요! 그래도 사랑 받는 아드님 어디가서 뭘하든 잘 헤쳐나가리라 믿어요.
    예전에, 저희 큰 애도 재수했는데, 성적이 시원치않아서 원서 넣는 마감시간까지 고민했는데도, 애 원하는 대로 못해줬어요... 맘고생 몸고생그리하고서 다니던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될까봐요... 결국, 아들 말이 맞는 바람에. 최근까지도 원망 많이 받았어요. 자식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선택은, 자식의 몫이었나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이유로 마음이 덜 상했을까 생각도 하게 되고요... 공부 덜했다면서 그런 것 생각 안하고 그러니, 부모 맘은 너무 서운했었어요...
    아드님이 너무 많이 속상해서, 믿고 비빌 언덕이라 생각하고 그러는 것일거예요. 힘내세요! ㅠㅠ애들은 우리가 강철멘탈인 줄 알아요... 자식 때문에 눈물나고 슬프고, 자식이 한 번 웃어주면 세상 어느 것도 부러울 것 없단걸 몰라요... 그냥 곁에만 있어줘도 너무 사랑스런 자식들인데요ㅠㅠ 제가 부모님께 제대로 못했던 것처럼, 우리 애들도 나중나중엔 알아주겠죠? 너무 맘 상하지마시고, 힘내세요!

  • 로버트와그너 · 451607 · 13/11/08 22:26 · MS 2013

    에고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정말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인내가 필요한 듯 합니다 아이가 실패로 인해 짜증이 마음 깊이 올라와서 부모에게 토해 내는 듯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상첟받는 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울분을 토해내다보면 스스로 깨우치고 다져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님의 가정에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 AbandonedS · 59684 · 13/11/08 22:54 · MS 2004

    이제 고작 스물인 어린 아이가 어떻게 부모님의 마음을 다 깨닫겠습니까.
    스물일곱이나 먹은 저도 아직 부모님의 큰 마음을 아주 조금씩 알아나가는 중인걸요...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시고... 기운내세요.
    나이를 하나하나 먹으면서, 생각이 짧고 어려 부모님 마음을 상하게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후회되고 괴로워지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드님도 지금은 괴로워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잘못임을 영원히 모르지는 않을 거에요. 참 주제넘은 말을 감히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넓고 깊어 감히 헤아릴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 부모님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바로 위에 댓글 다신 분도 학부형이신가 봅니다. 부모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역시 자식을 가져봐야 하나봐요. 엄마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어머님. 힘내세요.

  • 제발ㄹㄹㄹㄹㄹ · 358220 · 13/11/08 23:08 · MS 201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세탁 · 377182 · 13/11/08 23:49 · MS 201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2013. · 402156 · 13/11/09 00:04 · MS 2012

    정말.... 부모님앞에서 이런말하기 뭐하지만 쓰래기같다;

  • 왚탱 · 362924 · 13/11/09 00:19 · MS 2010

    만약 학생이 1학기때 미팅이나 술자리 등 해보고 싶은 것들 어지간히 했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올 한해 정말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입니다.
    흔히 "아싸"라고 하죠...... 많이 위로해주세요. 지금 아주머니가 서운해하는 것보다 배는 힘들겁니다.

  • 진격의오르비 · 369161 · 13/11/09 00:34

    힘내세요
    아드님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절대 본심 아닐거에요 길어 봤자 일주일 지나면 어머님께 사과드릴 겁니다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원서영역 같이 노력해 봅시다...

  • 줄리엣94 · 386569 · 13/11/09 01:45 · MS 2011

    아 눈물이 났어요 ㅜㅜ
    정말 해피엔딩이 되길 기원합니다.

  • Shalarla · 240166 · 13/11/09 05:13 · MS 2008

    저는 군복무중에 반수에 성공한 재학생인데요,
    자녀님과 비슷하게 1학기때는 학점관리하면서 수능특강 같은거 풀었었구요. (과에서 한 2%정도 한거같습니다)

    군입대하고 부터 이제.. 시간날때마다 책좀 보고 도서관도 가고했네요.
    (공익은 아니고, 저는 수방사 예하 상근을 나왔습니다.)

    "어제는 악을 쓰면서.. 울고 불고.. 재수를 안 시키고 반수를 시켜서 시간 부족해서 점수가 낮다는 거지요."

    제 3자가 볼때 명백한 핑계거리입니다.
    저는 훈련 다음날 지금 재학중인 학교 논술 시험이 있었는데요 -_-;;

    점수대에 맞지 않게 수시를 지원하였거나, 지원해놓아야 하는 학교를 지원하지 않은 경우인 것 같군요.

    아직 성년도 되지 않는 철없는 20살이라 생각하시고, 이해해주시는게 최선책일 듯 싶습니다.
    뭐 댓글달아드리는 것 밖에 해드릴게 없지만, 지나간 것은 보내버리고, 꼭 좋은 기회나 결과가 있길 빌겠습니다.

  • 전화번호부 · 444735 · 13/11/09 07:48 · MS 2013

    쉽게 되실지 모르겠지만 아드님이 하는 말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본심이기보다는 지금 너무 힘들고 지쳐서 하는 말일겁니다.
    학생입장에선 마음놓고 하소연하고 털어놓을 대상이 부모님밖에 없더라고요
    친구들이야 다들 자기 성적, 자기 대학갈거 생각하기 바쁠테니까요
    어떻게든 다 잘풀렸으면 좋겠습니다.

  • 나두갈래 · 335924 · 13/11/09 08:56 · MS 2010

    읽는 저도 눈물이 나네요. 아이의 결과물이 제것인양, 즐겁고,슬프고,괴롭고,미안하고... 차라리 내일이라면 속시원히 덮어 두고 제치겠지만요...
    아이에게 결정권이 없을때 이런 원망을 한다네요. 저도 가끔 아이의 원망을 듣노라면 너 잘되라고 한건데 이런 억울함이 어디 있을까 생각들지만,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너무 많은 결정권을 가진건 아닌가 생각해보지요. 지금은 슬픈 마음에 엄마한테 모든 책망을 다하지만 본인도 그게 다 아니라는걸 알꺼예요. 남편분도 상황을 안정시켜주신게 참 감사하네요.

  • 크리머 · 399342 · 13/11/09 10:24 · MS 201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gkstjd · 321264 · 13/11/09 11:30 · MS 2009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모네다 · 347766 · 13/11/09 15:40 · MS 2010

    저도 고1 아이 하나 두고 있는 학부형입니다. 결혼을 늦게 해서 이제 아이가 고1인데,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 졸업한 자식들을 두고 있습니다. 위에 어머니 되시는 분 글을 읽다보니 같은 학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한 말씀 드리고 싶어 글 남깁니다.

    우선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머니께서는 잘못 하신 거 하나 없다는 겁니다. 자녀분 하는 얘기는 그냥 원하는 만큼 결과가 안나온 것에 대한 실망이 원망으로 표출된 것 뿐이지 '엄마 때문에 뭐가 어때서 안됬다'는 얘기들은 하나같이 근거없는 변명거리, 트집잡기에 불과합니다. 조금이라도 죄책감 갖으시거나 상처받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저도 한 때는 대학입시라는 것을 겪어보았고, 특히 재수도 해보았습니다. 아마 글을 쓰신 어머니도 입시를 경험해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대학 이후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또 자식을 키우면서 제 아이와 주변의 여러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발견된 것이, 적지 않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아주 잘못 알고 있더라는 겁니다. 공부라는 것이 '양' 이전에 '질'인데, 그나마 양에서 조차 아주 비현실적인 착각들을 머리속에 담고 사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들이 주관적으로 설정한 기준으로 스스로 노력한 '양'을 산정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진짜 공부한 시간과 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데 소비한 시간을 구분을 안한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저학년일 때 보다 고3, 재수, 삼수 할 때 더 많습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마음 고생하는 것,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놓은 대학을 그려보고 그곳에 들어가는 것에 자기 최면인지 확신인지 모르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곱씹어 생각하는 것....이런 것들로 소비한 시간조차 스스로 공부한 총량에 포함시킵니다. 한 마디로 착각에 자가당착이 심한 경우가 많다는 거죠. 이런 생각은 사회에 나와보면, 모든 것을 결과와 품질로만 따지는 냉혹한 현실 앞에 부딪혀보면, 한 방에 박살나고 처절하게 깨닫게 될 겁니다. 진짜 공부, 진짜 해야 할 일에 스스로 투여한 알맹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시간이네 조건이네 따지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자기변명에 불과한지....결국은 왜 사회에서는 SKY 출신을 선호하는 지....

    남의 자녀를 두고 대단히 외람된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자녀분도 이런 류의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어머님의 아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여건을 100% 썼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만큼 결과가 안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저 시간이 부족해서, 반수가 아니라 재수를 하게 해줬으면 충분히 됬을 거라고, 그렇지 않아도 부모된 죄로 가슴 조리고 아파하는 죄없는 엄마에게 돌을 던지는거겠죠.

    과연 자녀분 말대로 반수 시키지 않고 재수 시켰으면 원하는대로 됐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런 정신자세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풀 타임 삼수를 해도 안됩니다. 재수 1년이라는 게, 고3현역 때 얻은 성적에 자동으로 덧붙여 부가 점수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 현역 때 받은 성적은 재수 동안에도 아무 변동없이 굳건히 보장되는 '원금'이 아니라는 거, 오히려 잘못하면 현역 때 받았던 점수 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까먹을 수 있다는 거, 여기 오르비에 있는 많은 현역, 예비역 수험생들이 공감할 겁니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못해 진부한 얘기지만, 모든 결과는 노력한 만큼 나오는 것이지 원하는 만큼 나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나름 한다고 했는데도 않나와서 실망하는 거야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엉뚱하게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표출하는 거......아마 나중에 자녀분이 스스로 부끄러워 할 날이 올겁니다.

    부모된 죄로 당장은 억울한 마음이 드시더라도 참고 아버님께서 하셨듯이 자녀분을 위로하고 달래셔야겠지만, 그렇다고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도록 마음에 상처는 받지 마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제 주변에 어머니와 비슷한 경우에서 건강하던 몸에 없던 병이 생겨서 지금도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시는 분이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ㅋㅋ뭐지 · 426272 · 13/11/09 18:21 · MS 2017

    제이야기입니다. 11년도수능을보고 인천소재의4년제대학에입학했습니다. 가기싫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부모님이가라셔서갔습니다. 반수를하려 허락을받아보려는데 부모님이허락해주시지않았습니다. 일단내가할수있는건 현재에충실, 즉 학점을잘딴후에 다시설득해보기로했습니다. 학기를마치고 집에가자마자새벽4시에 나쁘지않은 1학기성적표를드리며 반수를 허락해달라그랬습니다. 허락해주셨습니다. 산속에있는고시원에가서 열심히하고 12수능을봤습니다.저역시 목표보단낮은 한단계올라갈만큼의성적을 받았습니다. 집안형편이넉넉한편이아니라 미련이남지만일단서울소재의4년제대학에등록을한후 한달정도다녔습니다. 미련이없어지지않았습니다. 한달내내전화로부모님과싸웠습니다. 3월달마지막날허락을받자마자 자퇴서를제출하고 고향에내려와 동네 입시학원에등록하여 미친듯이공부를했습니다. 그리고목표를이루진못했지만 지방의대에입학하여잘다니고있습니다. 부모님의입장에서 걱정이되는건당연합니다. 제이야기는 참고만하시고현명한선택하시기바랍니다.

  • threewater · 411461 · 13/11/10 02:55 · MS 2012

    늦은시각이라 제대로 글을 읽진 못했지만, 제 상황과 참 비슷하네요..

    전 공부를 수능접수 할 때쯤 시작했는데.....

    저희집을 기준으로, 부모님과 저 결과적으로 상처?만 남고 끝나 참으로 허무하더라구요..

  • 가슴을펴고당당하게 · 421336 · 13/11/10 13:0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orsu · 456837 · 13/11/10 15:44

    같은 부모입장에서 또 비슷한 상황인지라
    그 마음이 어떠신지 알듯합니다.
    쉬운말인지는 몰라도 자식이 어찌 부모 맘대로
    되나요...힘내세요 아이가 힘들때 같이 힘든 모습
    보이시는건 도리가 아닌듯 합니다...

  • 식량안보책임자 · 339546 · 13/11/11 07:03 · MS 2010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재수 시켜주셨는데 성적 더 떨어졌으면 왜 학교 걸으라고 더 강하게 어필하지 않았냐면서 화냈을거ㄱ같네요. 마치 몇시에 깨워달라그랬는데 잠결에 좀 더 잔다 그러고 좀 더 자다가 엄마한테 왜 안깨워주셨냐고 짜증부렸던 제 만성수면부족 고삼시절이 기억납니다. 힘내세요 ㅎ우리엄마 할머니 사랑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