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심프)T [811076]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08-14 21:15:11
조회수 6,296

칼럼) 자연물은 무조건 긍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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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긍정 / 속세 = 부정



이게 항상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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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고전시가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느끼실 거예요.



"자연은 긍정적이고 속세는 부정적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이에요. 사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자연을 긍정적인 대상으로 보거든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성립하는 공식이 아니거든요.


아래 예시를 봅시다.



* 순풍 : 순박한 풍속.

* 피미일인 : 저 아름다운 한 사람. 곧 임금을 가리킴.

* 교교백구 : 현자(賢者)가 타는 흰 망아지. 여기서는 현자를 가리킴.




<제5수>에 주목해주세요.



그리고 문제입니다.



‘갈매기’와 ‘교교백구’는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된 상징적 존재이다. (O, X)



판단하셨나요?


참고로 여기서 '무심한 심정'은 말 그대로 무심하다는 말이 아니고 '욕심이 없음'으로 해석하셔야 합니다. 


이 정도는 다들 알고 계시죠?


이 작품을 비롯해서 고전시가을 읽을 땐 '욕심이 없다'는 해석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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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여기서 '교교백구'가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됐다고 판단하셨다면 반성하셔야 합니다.



왜 그런지는 뒤에서 설명드릴게요.




고전시가에서 '자연 = 긍정 / 속세 = 부정'이라는 판단 기준이 잘 맞아 떨어지기는 해요.


그런데 항상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고전시가도 결국 '운문'입니다. 항상 화자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저는 운문을 가르칠 때 현대운문이든, 고전운문이든 


1. '화자'를 기준으로 놓고 


2.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이 있을 때


3. 화자가 그 대상을 '지향'하는지, '지양'하는지에 따라 긍정과 부정을 고르라고 합니다.



그럼 고전시가에서 '자연 = 긍정 / 속세 = 부정'과 같은 공식이 성립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일반적으로 고전시가에는, 자연을 지향하고 속세를 지양하는 화자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하면, 화자가 특정 자연물에 지향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긍정적인 대상이 될 수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위의 작품을 다시 봅시다.




일단 풍월로 벗을 삼거나 자연이 듣기, 보기 좋다는 등의 구절을 통해서 이 시의 화자가 자연을 '지향'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제5수>를 볼게요.




"산전에 유대하고 대하에 유수로다"


라는 구절을 통해서 화자가 자연을 노래한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을 뗴 많은 '갈매기'는 오명가명 하는데 '교교백구'는 어떤가요?


'멀리 마음 두는고'라고 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무엇을 멀리 마음두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야해요.


여기에 답은 맥락상 당연히 '자연'을 멀리한다는 것이 되겠죠.



정말 뜬금없이 '속세를 멀리하겠지?'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만약 속세를 멀리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분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자연은 좋은 거니까 당연히 속세를 멀리하는 거겠지? ㅎㅎ'


혹은


'현자는 좋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속세를 멀리하겠지~'


와 같은 생각으로 답을 판단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결국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건 


'화자의 지향여부'


입니다.



다시 선지 봅시다. 



‘갈매기’와 ‘교교백구’는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된 상징적 존재이다. (O, X)


이 선지의 올바른 판단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자는 속세를 지향하지 않고 자연을 지향하니 무심한(욕심 없는) 심정을 보인다고 할 수 있어. 


2. 그런데 '교교백구'는 자연을 멀리 마음둔다고 했으니 무심하다고 볼 수 없겠지.


3. 화자는 자연을 지향하는데 교교백구는 오히려 그 반대이니까! 


4. 갈매기는 자연을 오명가명 한다고 했으니 화자와 같이 자연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어.


5. 그러니까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됐다고 볼 수 있겠지.





와 같이 되어야 합니다. 


실전이라면 최소한 2, 3번은 무조건 거쳐야 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문제가 시사하는 바는 딱 두 가지입니다.




1. 고전시가라고 해서 무조건 자연이 긍정인 건 아니다.


2. 운문에서 중요한 건 상투적인 편견이 아니라 '화자의 지향여부'이다.





기본적으로 작품을 읽고 선지를 판단할 때 항상 '화자'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하시길 바랄게요.




도움이 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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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및 문학 자료는 다음 주부터 작업 들어갈 예정입니다.


베포일정은 8월 말에서 9평 이후입니다.


문학은 9평 이후, 독서는 8월 말부터 배포할 예정입니다. 





*배포 예정 자료 안내*


1. 독서 기출 해설 - 실전적 사고과정


2. 수능 전 필수적으로 봐야 할 문학 5개년 선별(갈래별 문제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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