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07-28 17:58:26
조회수 7,030

가정불화와 자신만의 스토리. 그 선택하지 않은 무기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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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 [안나카레리나]

불행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행복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행복을 안고 있다.

-나브코프 [롤리타]


두 문장은 정반대의 내용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둘다 부정할 수 없는 문장들입니다.


그대들은 행복한 가정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존경스러운 부모님과 경제적 안정 이정도가 떠오르시나요?

하지만 외적으로 불행해 보여도 행복한 가정도 있지 않을까요?
경제적 결핍 때문에 더 돈독히 뭉치는 가정, 
어린시절, 이혼 때문에 편부모가정에서 자라지만 남부러울게 없다는 딸.
영화 '완득이'처럼 엇나간 출발선에서도 결국 사랑을 느끼고 제자리를 찾는 아들.

이런 가정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는 제가 너무 경솔하게 판단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불행한 가정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부모님사이의 불화,외도. 경제적 결핍,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자유박탈?),무신경,강압 정도?

불행해보여도 잘 견디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가정이 있는것처럼
외적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내적으로는 불행한 가정도 있지않을까요?
집안이  돈 많고 잘나가면 뭐해... 집안은 잘나가는데 자신만 공부 못하는 열등감때문에 힘들어하는 수험생.
혹은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은 누군가도 있겠죠.
혹시 영화 '아메리칸 뷰티' 보셨나요? 겉으로만 행복한 가정의 일상을 보여주던데요.


제 글은 보통 막막함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우울한 글들이 많더라구요.

삼수,방황,방향성,역설,결핍,버거움..

단어들만 봐도 장황(?)하고 우울(?)합니다.

사실 제 글들은 제가 넘어서지 못했던 벽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 한 달까요?

제가 좋아하는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고은 - 그 꽃 2001年作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제 글의 원동력은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됩니다.


십대후반, 이십대초반을 올라가며 보지못했던 꽃들을

내려가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볼 수 있더군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저처럼 내려올때 찾지 마시고

오르는 과정속에서 '그 꽃'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씁니다.


제 글중 가장 쪽지를 많이 받은 글이


'진지'해지고 싶어요, '솔직'해지고 싶어요. 인데. 

(사실 독자일때는 몰랐는데 ㅋㅋ 조회수가 높아도 쪽지는 얼마안오더군요ㅠㅠㅋ)


생각보다 우리는 감추고 사는. 남들에게 말 하지 못할 자신만의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이야기하고 싶으신분들 쪽지보내셔도 돼요 ㅋㅋ 저 한가해요!)


하지만 사이트의 특성상 10대후반 20대초반 그 감춰진 이야기는

가정에 관한 문제와 이성에 관한 문제, 그리고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많더군요.


인터넷에도 많은 글들을 보고 , 쪽지 상담으로도 자주 오는 내용인데..


그런 쪽지를 받았을때는 정말 제 자신이 무기력해 집니다.


예를 들어

 '수학이 안올라요 ㅠㅠ, 영어가 안올라요 ㅠㅠ,공부하는대도 안 돼요 ㅠㅠ'

이런 쪽지에는 ... 기계화된 답변이 존재합니다.

'수학은 개념을 위주로 공부하고 기출을 반복학습하면 됩니다'

'영어는 단어가 우선이고, 생각보다 구문이 중요해요 구문열심히공부하세요, 그리고 EBS다 외우시구요'

'ㅠㅠ 성적 안오르는건 수험생의 모든 고민일꺼에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마지막 까지 꾸준히 공부하는 자만이 승리한다는건 아시죠? 화이팅!'

이런식으로 답변하죠.


하지만 ...


'저는 정신이 불온전한 아버지밑에서 자라는 외동딸입니다.

 아버지는 제 작년 회사에서 해고당하셨고, 십수년간의 외도와 대출로

 집안에는 빛이 수천만원이고,어머니도 힘들어 하십니다.

 엄마는 저 때문에 이혼도 못하시니 제가 악의 근원인것 같아요.

 엄마 이혼하라고 콱 죽어버리고 싶지만 저 죽으면 제 보험금으로

 빛 갚을 아빠생각하면 그 모습이 꼴보기 싫어서라도 죽지는 않을겁니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요새는 그 어떤 철학도, 책도 

 오늘의 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단지 미래에 대한 공포감만 엄습해올 뿐입니다.


 전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슬퍼요.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같기도한데 다 놔두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요.'


...


' 수의대를 목표로하고 있는 재수생이에요.

 고2때 자퇴를 해서 고독경력은 삼수생이나 다름없구요

 제가 쪽지를 보내고있지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쪽지를 쓰는지도 모르겠네요.

 전 자기애가 굉장히 부족해요.

 부모님 이혼하시고 외동인데다가 검정고시까지 해서 ..... 

외로움 때문에 미치지도 않아요 외로운게 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항상 당연한 상태이니까... 

미괄식으로 충격적인거 밑에 계속 충격적인 것들을 써나갔는데 이정도만 쓸래요.... 

아무리 따뜻한 마음으로 봐주시려고 해도 이런거 먼저 털어놓으면 안 좋게 될 수도 있을거 같아요.....'


...


그 외에도 첫사랑을 같은반 재수종합반아이와 빠졌다가 헤어지고, 그 아이가

내가 싫어하는 아이와 썸(?)타는걸 보고있는데 어떻게 해야하냐는 재수생.


부모님은 교수고 형은 세브란스레지던트도 자신 또한 서울대미대를 다니지만

자기는 집안에서 못난 존재같고 자기가 원하는걸 하면서 잘 살고 싶다고...

미대는 자기적성이 아니라서 전과를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또 수능을 보겠다는 대학생.

(... 나는 서울대 떨어졌는데...) 


나는 한번 멋지고 의미있게 살아보려하는데, 주변사람들은 전부 속물같고 

못된 애들만 공부잘하고, 나처럼 착하고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은 어쩌냐는 고등학생.


이런 쪽지를 받으면 저는 정말 막막해집니다.


그분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답장을 해줘도 얼마나 의미를 띌 수

있을지 굉장한 회의감에 빠집니다.



가정불화, 원치않는 우연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분노 혹은 부끄러움을 줍니다.


그 상황에서 엇나가서 잘못된 행동으로 우리에게 분노를 일으키거나.

그 상황에서'까지도'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꿋꿋히 버티며

감동스러운 모습으로 행동한다면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일으킵니다.

(아참.. 저도 대학와서 수학과제 베끼다가.. 휠체어타는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해서 열심히 묻고 꾸준히 공부하는 동기의 모습보고 부끄러워서

 공부하는 바람에 공학수학A+ !!)


우리가 수기나 누군가의 성공담을 보고 

자신을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사실, 그들이 우리보다 힘든 상황을 극복해낸걸 보고

나태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자기를 이끄는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선택하지 않은 무기력감에 빠져 사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분들에게 누가 될 말씀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시련속에 살다가 극복하신분들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이전까지의 세상의 오류를 바로 잡는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그 소수를 위해서 여기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처럼 수능잘보는 법에 대해 글을 쓰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진짜 중요한 그 한 사람에게는 제가 희미해질 테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스토리가 있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꼭 밝힐필요는 없겠죠...



남들은 공감이나 위로, 조언 정도밖에 해줄 수 없는

자신만이 해결해야할 문제가 분명히 그대에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자신만이 해결해야할 문제를 해결하고

내려가면서 본 '그 꽃'을 올라가는 과정에 있는

누군가에게 전해주기 위해 같이 노력해 봅시다...


//


글이 점점 일기가 되어가네요 ..ㅠ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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